[Review] 어떻게 총보다 실이 강할까? '총보다 강한 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삶과 밀접한 실의 이야기
글 입력 2020.03.2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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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실이 총보다 강하다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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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오피니언 글인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넥스트인 패션>이후, 패션에 대해 관심이 커졌지만 직물 자체에 관심을 가진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한 나를 저자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꿰뚫어 보고 있다.

 

 

지금 책에서 눈을 떼고 자기 자신을 보라. 옷으로 감싸인 당신의 몸이 보일 것이다. 기차나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을 수도 있고, 푹신한 소파에 파묻혀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있거나, 알록달록한 텐트 안에 있거나,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들은 모두 직물, 펠트, 편물 같은 천으로 만든 제품이다.
 


책을 읽자마자 아차 싶었다. 왜 나는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천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천이 온몸을 감싸며,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도 수의가 얼굴을 덮는다. 그렇게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바로 실인데, 왜 실의 시대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을까? 이 책은 그 점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역사는 강하고 파괴적인 것들이 움직여왔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승리자의 기록이었다. 고고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리적으로 강하고 썩지 않는 것들이 남았다. 실과 직물처럼 잘 썩는 물질들은 역사의 기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남성이 절대 다수인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에 '도자기 시대'나 '아마 시대'가 아닌 '철기시대'와 '청동기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발상인가?

 

간혹 직물이 사회의 주된 관심사로 떠오를 때조차도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그 직물의 원재료라던가 그 직물을 생산한 사람들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외관과 매력이다.


 

이 책은 총 1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운명의 여신들이 가지고 있는 실에서부터 시작하여, 왜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린넨으로 감싸게 되었는지 등등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데님이었다.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고 누구나 집에 하나씩은 있는 데님의 기원과 현대인의 심리를 연관 지어서 보여줌으로써 읽고 있는 독자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실제로 데님 청바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일주일에 3.5일 입는다고 한다. 청바지의 유래가 가장 소박하고 튼튼한 작업복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나며 사회속에서 청바지에 대한 인식까지 나와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실을 통해 역사를 보여주고자 하는 이 책 모든 챕터의 공통적인 관점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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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노동,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 사회적 분위기와 흐름을 이 책에서는 '실'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시야로 살펴보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다만 하나 아쉬웠던 점은 사진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읽다 보면 모르는 용어가 꽤 등장해서 인터넷 서치를 통해 보며 이해를 해야 했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같은 역사를 ‘실’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관점으로 본 책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흥미로웠다. 오랜 역사 동안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했던 실의 힘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책 소개>
  
 
도서 『총보다 강한 실』에서는 그동안 다뤄진 적 없던 실의 역사에 주목한다. 총, 균, 쇠가 주류의 역사이자 힘의 역사라면, '실'의 역사는 총보다 강하게, 균보다 끈질기게, 쇠보다 오래,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온 보다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실과 직물을 만드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이 아니라 여성의 일이었으며, 그렇기에 기록된 글이라기보다는 입으로 전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최초의 섬유 흔적이 발견된 동굴부터, 비단길의 흔적, 이집트 미라의 리넨까지, 실이 거쳐 간 역사의 흔적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깊다.
 
이 책에서는 직물과 실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리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들, 고대 중국의 비단 제작의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등을 만난다. 또한 남극대륙과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선택된 특별한 직물과, 인간 한계를 넘기 위한 우주복 이야기, 전신 수영복 이야기도 다룬다.
 
인류의 시작, 교역의 시작, 산업혁명의 동력, 과학의 발전, 그 모든 곳에 있었던 '실'. 이 책은 힘과 권력에 가려졌던 그 뒤에 숨은 인간을 따라가는 책이다. 엉킨 실타래를 인내심을 갖고 풀어내듯, 실과 직물의 흔적을 끝까지 찾아내 그것을 최초로 만들고 사용한 인물들과 그들이 움직여온 역사를 펼쳐 보인다.
 
작은 실 하나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라. '실' 하나로 풀어낸 역사의 참모습이 여기 있다. 그리하여 가느다란 실의 힘에 압도될 것이다.
 


*

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


지은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옮긴이 : 안진이

출판사 : 윌북

분야
역사 / 세계사

규격
145*220mm

쪽 수 : 440쪽

발행일
2020년 02월 10일

정가 : 17,800원

ISBN
979-11-5581-258-7 (03900)





저역자 소개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Kassia St Clair)
 
기자, 작가. 2007년 브리스톨 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18세기 여성 복식사와 무도회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책과 미술' 담당 편집자로 일했다. 그의 첫 책 『컬러의 말』은 12여 개국에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두 번째 책 『총보다 강한 실』에서 그는 그동안 다뤄진 적 없었던 '실의 역사'에 주목한다.
 
이 책은 그의 저널리스트적 집요함과 연구자로서의 전문성이 더해진, 감각적인 필치의 역사서이다. 발간 후 영국 BBC의 Radio 4에서 이 주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영국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책, 서머싯 몸 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댈러스 미술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소호하우스 같은 국제 행사장에서 색과 직물, 실의 역사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안진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 『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 『타임 푸어』, 『마음가면』,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컬러의 힘: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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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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