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콕 중인 당신에게 추천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TV/드라마]

글 입력 2020.03.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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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이다. 모든 사회 활동이 집 안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대학 강의는 온라인으로, 동아리 활동은 화상 채팅으로 진행된다. 여러 행사들은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아무리 집 안에만 머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평생 살아 온 일상의 사이클이 깨지는 것 마저 즐기기는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집 안에만 머물며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영화관에 가는 것'이었다. 힘들고 지치는 날의 종지부는 영화관에서 찍어야 했다. 이번 달은 나에게 참 힘든 달이었기에, 그만큼 영화관에 가고 싶은 날이 잦았다. 그러나 집 밖에 나가는 것도 꺼려지는 마당에 영화관이라니, 목숨을 내놓고 가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관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겁이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영화는 집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넷플릭스를 켰다.

 

집에서는 영화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온라인 강의 사이 사이 시간에 긴 영화를 보기도 힘들었고, 밥을 먹고, 쉬고, 핸드폰을 보는 일상의 부분 사이에 <영화 시청>이라는 덩어리를 탁 넣어두고, 그것에 온전히 집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 한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래서 나는 영화보다 좀 더 가볍고, 짧은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내가 넷플릭스에서 재미있게 본 드라마 여섯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드라마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여성이 주연급 출연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 여성의 신체를 희화화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 드라마 전개가 적당히 속도감있다.

- 뻔하지 않은 소재로 사건이 진행된다.

- 적절한 음악이 적절한 타이밍에 깔린다.

- 사회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단순히 가볍게 웃기기만 하지 않는다.)

 

내가 소개할 드라마들이 이러한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밥 먹다가, 다른 일을 하다가 곧 바로 다시 볼 수 있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 보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드라마들이라고 생각해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1. 아이 엠 낫 오케이 (I AM NOT OKAY WITH THIS)

괜찮지 않은 나를 받아 들이는 괜찮은 방법을 찾아서


 

Dear Diary(친애하는 일기장에게)로 운을 띄우는 나레이션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하게 첫 화를 깨운다. 주인공 시드니의 지극히 평범하던 일상은 어느 날부터 괜찮지 않아지기 시작한다. 아빠의 죽음과 관련있는 듯해 보이는 미스터리한 현상들. 자신마저 감당할 수 없는 일상에 시드니는 스탠과 머리를 맞대며 방법을 강구해보지만, 여전히 답은 미지수이다. 시드니에게 사랑과 친구, 자신의 인생... 그 모든 것이 숙제가 되었다.

 

시드니의 화가 마구 들끓어오르는 장면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특히 화가 폭발하는 장면은 시즌 1의 마지막 화에서 정점을 찍는다. 따뜻한 영상미와 센스있는 팝송들이 드라마의 맛을 더욱 살린다. 익숙한 연출이네, 라고 생각했는데 <기묘한 이야기> 제작진과 <빌어먹을 세상따위>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 두 드라마를 좋아했다면 <아이 엠 낫 오케이>도 맘에 들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1까지 공개되어있다. 한 편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이라 가볍게 시간 때우는 용으로 보기 좋다. 물론 마지막 화는 밥 먹을 때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2. 종이의 집 (LA CASA DE PAPEL)

이렇게 정이 가는 도둑들은 처음이야


 

종이의 집은 내가 처음으로 접한 스페인 드라마이다. 신명나는 음악에 맛깔스러운 발음, 각각의 캐릭터가 분명한 등장인물들까지! 특히 선악을 가르기 힘든 유형의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종이의 집의 매력이다.


교수를 비롯해 도시 이름에서 가명을 따온 도쿄, 리우, 나이로비... 여러 강도들이 스페인 조세청에서 벌이는 강도로 시즌1이 시작된다. 인간미 넘치는 그들의 모습과 정부의 무능함, 부조리함이 겹쳐져 그들의 강도질이 '의적질'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시즌이 지날 수록 점차 스케일이 커지는 듯한 연출과 촘촘한 강도 설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가장 마음을 준 캐릭터는 나이로비이다. 베를린의 독재에 반발하며 '모계 사회'를 선포하는 그. 뜨거운 용광로 사이에서 계획을 전두지휘하며 돈과 금을 뽑아 내는 나이로비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또한, 이런 범죄 드라마에서 실제 범죄 행위의 주체가 되어 실질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여성을 본 것이 오랜만이라 더 반가웠다. 강도단 중 도쿄와의 케미를 보는 것도 즐겁다.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3까지 공개되어있다. 시즌 4는 4월 3일에 공개된다. 오피셜 유투브 채널에서 배우들의 ASMR 영상 등 출연진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종이의 집을 보고난 후 당신은 의 노래 가락만 들어도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3. 원데이 앳어 타임 (ONE DAY AT A TIME)

이 가족,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원데이 앳어 타임은 CBS에서 1974년부터 1984년까지 방영되었던 인기 시트콤을 리메이크 한 드라마이다. 쿠바 이민계 가정을 그리고 있다. 싱글맘 페넬로페와 똑부러지는 페미니스트 장녀 에레나, 엉뚱한 막내 아들 알렉스. 가끔은 답답할 정도의 보수적인 면을 보여 주지만 사랑으로 페넬로페와 손주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리디아. 그리고 금수저 집주인 슈나이더, 어딘가 허술한 닥터 버코위츠. 그들의 케미는 복작복작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마구 웃기고 자극적인 시트콤은 아니지만 어쩐지 푸근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것이, 계속 보게 되는 마력을 지닌 드라마다. 뿐만 아니라 십대의 성정체성, 인종차별, 우울증, 불안 장애 수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어 많은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에레나의 정곡을 찌르는 지적과 그에 대응하는 리디아의 반응을 보는 재미가 있다. 또, 싱글맘으로서 당차게 살아가는 페넬로페의 인생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원데이 앳어 타임을 보다 보면, 그에게서 긍정의 힘을 얻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3까지 공개되어 있다. 아쉽게도 시즌 4는 캔슬되었다. 다양성과 시사점을 지닌 드라마의 캔슬을 지켜보는 것은 참 속상한 일이다. 팬들의 성원으로 다시 시즌 4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 굿 걸스 (GOOD GIRLS)

아줌마는 집가서 밥이나 하라고?


 

착한 엄마, 순종적인 여자에서 완벽한 범죄자로! 베스, 애니, 루비는 모두 불안정한 가정을 떠맡고 있다. 사업이 쫄딱 망하고, 아이의 약값을 마련해야 하고,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변호사 선임 비용을 구해야 한다. 이 세 여자가 선택한 것은 마트 털이. 그러나 이 마트 털이로 인해 갱에 연루되어 더 큰 범죄에 빠지게 된다.

 

굿걸스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 여자들의 범죄를 그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남편들의 무력하고 이중적인 모습과는 대비되는, 늘상 억압받는 '엄마'들이 가정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시작한 범죄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매력 요소로 다가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빌런들의 답답함이 적절히 어우러져 속도감있게 보기 좋은 드라마로 추천한다.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2까지 공개되어 있다.


 

 

5.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ORANGE IS THE NEW BLACK)

명실상부 넷플릭스의 클래식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이하 오뉴블)을 보지 않고는 넷플릭스를 봤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인 파이퍼 커먼이 자신이 여성 교도소에서 겪었던 일들을 회고록으로 쓴 것이 원작이다. 부유한 백인 채프먼이 과거 여자친구 알렉스의 마약 운반을 도운 일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누구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지만, 그만큼 선악을 나누기도 어렵다. 시즌이 하나 끝날 때마다 인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입체적인 인물상, 교도소 내의 여성 혐오, 인종 차별, 빈부 격차, 공권력의 무능함, 교도소 민영화등 여러 시사점을 다루며 한 회당 한 시간 가량 되는 긴 분량을 지루함 없이 전개한다. 등장인물들이 교도소에 오게 된 사연, 교도소에서 맞이한 결말, 교도소를 나가서 겪게 되는 새로운 인생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불평등한가를 느끼게 된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캐릭터에 정을 많이 붙이게 된다. 시즌 7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눈물이 나기까지 했다.

 

일단 넷플릭스에 가입은 했는데,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시간 낭비 말고 오뉴블로 시작해보자.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7까지 공개되어 있다.

 

*

 

넷플릭스에서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찾아 일상의 여백을 채운다면, 집콕으로 인한 무력함과 심심함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넷플릭스 영화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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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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