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글 입력 2020.03.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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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찬실이는 어떤 복이 많다는 걸까? 슬레이트가 쌓여 있는 가파른 계단 입구에 앉아 모든 이들은 웃고 있으며 앞에는 의문의 속옷 차림의 남성이 서 있다. 벌써부터 뭔가 많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호기심과 기대를 마음속에 가득 담아 개봉 첫날 영화관으로 향했고, 영화를 보고 나니 이 포스터는 영화와 참 잘 어울리고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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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거?



없이 못 살 것 같은 영화 일만 하고 사느라 연애를 못 해본 찬실. 갑작스럽게 영화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연애를 해보려는데 이 또한 맘처럼 되지 않는다. 찬실은 어릴 때 장국영을 좋아했다. 그렇게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며 자신을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이상하게도 이 남성은 찬실의 눈에만 보이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 내내 알 수 있는 것이 찬실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크고, 그에 대한 자신의 취향 또한 또렷하다.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을 좋아하는 찬실은 그러한 영화가 지루하다며 자신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영의 말에 화를 낸다. 소피는 찬실의 시나리오를 읽고선 하품을 하며 지루하다고 말하며, 아버지는 편지를 통해 찬실에게 지감독의 작품이 지루했다고 전한다.

 

주관적인 해석으로 장국영은 찬실에게 '영화'라고 생각한다. 찬실이 영화를 그만둔다고 하니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는 그. 찬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 느꼈던 영화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을 자신이 좋아했던 배우에 투영한 것이 아닐까. 영화 전반에 걸친 이 두 인물의 대화는 찬실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렇기에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장국영이 찬실에게 아코디언을 주고 가는 장면이었다.


찬실의 그 웃음은 참 따뜻했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기를


 

소소하게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 찬실이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스스로에게도 묻게 되더라. 나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찬실이 부러웠다. 아주 세게 붙들고 내려놓고 싶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것이 있다는 것, 또 사랑하는 것을 향해 직진할 수 있는 것, 아주 분명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찬실의 혼란스러움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찬실과 영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둘의 취향은 너무나도 달랐다. 화를 내는 찬실의 모습도,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이 지루하다며 크리스토퍼의 놀란 작품을 좋아한다던 영의 모습도 모두 이해가 되니 그 장면이 더 재미있었다. (역정을 내는 찬실의 모습이 나와 조금 더 가깝긴 하다.) 그리고 영의 "취향이 그 사람은 아니잖아요"라는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아니, 이상하게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등장인물은 모두 영화와 관련되어 있다. 직업은 배우지만 다양한 것들을 배우러 다니는 소피, 영화감독이었지만 불어 강사 일을 하고 있는 영, 영화를 좋아하던 딸을 일찍 떠나보낸 복실 할머니, 영화 프로듀서였지만 소피의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는 찬실까지.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된 것처럼 이들은 서로 부대끼며 살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을 느낀다. 그냥 사랑하기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복 많은 찬실의 복은 사랑하는 것이 이어준, 익숙함에 알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과의 유대감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단 사람만을 포함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무엇이든 사랑은 꽃처럼 돌아오지 않으니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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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장르


 

솔직하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어... 이게 뭐지?' 이었다. 평범한 듯 신선한 듯 알 수 없는 전개와 개연성은 중심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모르게 만들었다. 영과의 일화 또한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음이 분명하지만 필요 보다 크게 느껴졌다. 사실 사회생활이나 생에 있어 아직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 탓으로 마흔의 찬실에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의문의 남성 장국영이 정말로 귀신이었는지는 알 수 없고, 찬실이는 어떻게 지내게 되었는지 또한 보여주지 않는다. 완전한 로맨스도, 판타지도 아닌 것에 코미디가 부드럽게 섞여 소소한 웃음을 주며 김초희 감독만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또한 좋았다. 독립영화에 애정을 품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새롭고 다양한 영화들이 지속해서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속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얼굴도 있었다. 찬실 역을 맡은 배우 강말금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다 서른에 연기에 입문을 했다고 한다. 또 찬실의 이야기는 사실 김초희 감독의 실제 실직 경험을 담은 것이다. 이들이 배우 강말금을 더 찬실스럽게, 또 이야기를 보다 복스럽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와 함께한 윤여정, 윤승아, 김영민, 배유람 배우가 맡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도 이에 따뜻함을 더해주었다.

 

이상하게 영화를 보고 난 직후보다 글을 쓰며 더욱 애정이 가는 영화이다. 장면 하나 대사 하나를 다시금 천천히 음미할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생각의 여지를 주는, 여운이 남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다 함께 전구를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어두운 길에서 찬실은 맨 뒤에 서서 앞선 이들의 길을 비춰준다. 그 장면이 참 오묘하게 느껴졌다. 그런 찬실도 이 영화도 자세히 보니 더 예쁘고, 오래 볼수록 더 사랑스럽다.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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