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를 찾기 위해서,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글 입력 2020.02.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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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된 글입니다.*

 


이 연극 속 준호는 정해진 일과를 살아가고 자신의 취향이 남들과 다르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혼자서 레오타드를 입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준호는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자신의 비밀이 들킬까 봐 전전긍긍한다.


나는 준호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어린 시절 나에게는 '친구'가 정말 중요했기 때문에 내 취향보다는 타인의 취향을 맞춰서 살아갔다. 그들의 눈치를 볼 때가 많았고 눈치를 많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내 의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타인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주체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준호는 희주에게 굉장히 비협조적이다. 그래서 연극을 보면서 '저러다가 희주가 사진을 공개하면 어떡하려고 저러지..?'란 생각을 했다.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희주에게 비굴하게 굴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그대로 보여주다가 희주에게 한마디도 못 하고 질 때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새 준호는 희주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준호는 별로 친하지 않은 희주에게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영향이 아마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희주와 준호가 체육 수행평가를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자유를 오롯이 찾은듯한 준호의 웃음과 그것을 이해하고 같이 협동하는 희주의 마음이 잘 드러났고 '꿈'같은 장면이었다. 이전에 두려움, 앞으로 다가올 후폭풍이 생각나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꿈같았고 그 밝은 장면이 슬퍼지기까지 했다.


 

<시놉시스>
 
준호는 입시경쟁의 불안과 초조함을 여성용 레오타드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독특한 취향으로 심적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과외모임 엄마들의 과도한 통제와 친구들의 선입견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비밀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레오타드를 입은 준호의 사진이 얼굴이 모자이크 된 채로 올라오고 준호는 그것을 올린 사람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희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체육 수행평가에서 짝을 구하지 못했던 희주가 준호의 사진을 빌미로 체육 수행평가 과제를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준호와 희주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의심과 의혹을 받게 된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사진제공_대전예술의전당 (5).jpg

 

 

연극은 매우 현실적으로 마무리가 된다. 레오타드를 입은 준호의 취향을 알게 된 엄마는 결국 전학을 선택하고 그와 어울렸던 친구들은 준호를 외면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준호가 레오타드를 입고 난 후 전학을 가기 전까지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보여주진 않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다.


준호를 이상한 눈으로 볼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 그것을 오롯이 견딘 준호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런 취향을 이상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고 바라본 희주의 마음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타인을 편견으로 바라보기 싫은 사람이지만 만약 내게 조금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나도 결국 사회의 시선에 맞추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 공연을 보기 전에는 10대 청소년들의 삶을 돌이켜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이대에 상관없이 주체적인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틀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지금도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나에게 내가 나를 믿고 좀 더 내려놔야겠다는 결론을 줬다.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참 어렵고 두려운 일이지만 준호처럼 그렇게 도전해보고 싶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사진제공_대전예술의전당 (2).jpg

 

 

제목에 있는 '안나수이 손거울'은 민지의 집 그리고 희주와의 관계에서도 짧게 보여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거울에 대해서도 중심적인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민지는 엄마에게 매년 안나수이 손거울을 선물 받고 그것을 답답해하고 있지만 한두 마디의 대사로 그 감정이 끝난 것이 아쉬웠다.


또한 희주가 그 거울을 훔치게 된 심리를 조금 더 자세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10대들과 어른들이 느끼는 충돌에 대해서 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10대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연극은 아니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다양한 장소를 표현한 공간, 스토리, 춤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고 20대 중후반인 나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게 한 연극이라 만족스러웠다. 나를 포함하여 끝없이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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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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