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나라엔 절대 못 들어올까? 뮤지컬 "The Book of Mormon"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2.12 07: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ain-mob.png

 

 

런던에서 보고 싶었던 네 작품 중 가장 궁금했던 작품은 “The Book of Mormon”이었다. ‘우리나라에 절대 들어올 수 없는 뮤지컬’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런 반응인지 정말 궁금했다.

 

대부분의 웨스트엔드 뮤지컬은 데이 시트가 있지만 “The Book of Mormon”은 데이 시트가 없었다. 정가로 결제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로터리(Lottery)’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터리는 공연 시작 두 시간 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은 맨 앞자리를 20파운드라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제도다. 종이에 이름과 연락처, 필요한 매수 등을 적고 통에 넣으면 응모 마감 후 진행자가 추첨하는 방식이었다.


종이에 이름을 적으려는데 진행자가 내게 티켓 한 장만 필요한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옆 사람과 날 인사시킨 뒤 필요한 매수에 두 장이라고 적으라며 그럼 당첨될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냐고 웃었다. 얼떨결에 모르는 사람과 한 배를 타게 됐고 우리는 서로의 행운을 빌었다.


진행자는 통 속에서 종이를 한 장씩 뽑으며 당첨자를 발표했다.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였다. 당첨자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아쉽게도 우리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엔 없는 로터리에 참여해봤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아트인사이트몰몬.jpg

 


한국에선 한 번도 앉아본 적 없는 맨 뒷자리를 로터리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사야 했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우리나라에 절대 들어올 수 없는 뮤지컬’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돈은 또 벌면 되지만 런던에 언제 다시 올지는 모르니까!

 

뮤지컬 “The Book of Mormon”은 모르몬교도 엘더 프라이스와 엘더 커닝햄이 우간다로 선교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공연이 끝나자 ‘우리나라에 절대 들어올 수 없는 뮤지컬’이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종교, 성, 에이즈, 욕설 등 우리나라에서 다루기 어려운 파격적인 소재가 한둘이 아니었다. 한국 뮤지컬만 봐온 나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블랙 코미디 작품이기에 ‘풍자’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는 하지만, 우간다와 우간다 사람들, 중국인을 묘사하는 몇몇 대사와 장면에서는 불편함을 느꼈다. 특히 유럽을 다니면서 거의 하루에 한 번은 ‘니하오’ 소리를 들으며 인종차별을 겪는 내게 “Yellow like Chinese”라는 대사는 설정이네, 풍자네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백인이 대부분인 객석 속에서 그들을 따라 웃기만 할 순 없었다.


하지만 “The Book of Mormon”이 잘 만든 작품이자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점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모르몬교를 풍자하면서도 종교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본질적인 주제는 종교의 내용보단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종교의 긍정적인 영향과 필요성이었다.

 

배우들 간의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오프닝 넘버 “Hello”와 몸을 가만히 두기 힘들 정도로 신나는 “All-American Prophet” 등 “The Book of Mormon”의 넘버들은 완벽했다.


 


 


오늘 공연했던 배우들이 벌써 나왔을 리는 없을 텐데 뮤지컬 속 모르몬교도들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모르몬교 책을 나눠주고 있었다. 알고 보니 실제 모르몬교도들이 말 그대로 'The Book of Mormon'을 나눠주며 모르몬교를 홍보하는 것이었다. 모르몬교를 풍자하는 내용의 극인데 그 극을 재밌게 봤냐며 모르몬교 책을 나눠주고 있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 다시 볼 때는 처음 봤을 때 놓쳤던 대사나 장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The Book of Mormon”의 내한 공연이나 라이선스 공연 소문이 가끔 돌곤 하는데, 한국에서 이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만약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에디터태그.jpg

 

 



[채호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54580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