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교자, 타인을 위해 죽는 사람 - 연극 "마터"

글 입력 2020.02.0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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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벤야민은 수영수업에 들어가지 않는다. 수영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종교적 신념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엄마와 선생님들은 벤야민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벤야민의 지도교사이자 과학 선생님인 로트는 벤야민이 심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이끌어주려 하지만, 하루 종일 성경을 읽는 벤야민의 신념과 반항은 더욱 거세진다. 로트는 벤야민을 상대하기 위해 성경을 읽기 시작하지만, 벤야민의 반항을 제어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로트를 배척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쩌면 조금 가볍기도하다. 수영 수업 거부. 남들과는 다른 행동에 눈에 띄기는 하겠지만 그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될까?


벤야민이 처음 자신의 수영 수업 거부의 이유를 ‘종교적 신념’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 앞에서 성경 내용을 마구 읊조릴 때 모두 그를 보고 사춘기의 반향 정도로 가벼이 여긴다. 어머니는 그게 무슨 헛소리냐 화를 내고, 선생님은 마르쿠스는 그냥 예수쟁이일 뿐이라며 발표에 F를 주며, 교장 선생님은 그냥 애잖아요, 한다.


목사님 마저 벤야민을 그저 더 어린 학생들을 훌륭하게 선교할 포교에 재능있는 학생 정도로 취급한다. 그런 벤야민의 말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벤야민에 의해 끔찍하게 공격당하는 게오르그와 로트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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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공격이고 혐오다. 벤야민은 자신을 남들과 대비하여 주님의 진정한 뜻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자 아무것도 모르는 사탄들에게 핍박받는 불쌍한 어린양의 위치에 놓은 그는 자기 외의 모두를 공격하고 혐오한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전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위해 타인을 저주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장애인인 게오르그를 공격하고, 이혼을 한 어머니를 공격하고, 여성들을 공격하고, 자신의 뜻을 모르는 무신론자들을 공격한다. 심지어는 자신과 같은 신을 믿는 다른 교인까지 다른 방식으로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멍청이 취급을 한다. 그렇게 나 아닌 모두를 비정상, 열등한, 지옥불에서 고통 받을 사람들이라 공격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은 끝까지 약자로 둔다.


그게 참 웃기기도 한다. 그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어른들에 의해 보호받고,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해내는 강자는 벤야민이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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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놓고 혐오로 가득한 말들만을 골라서 내뱉는 듯한 벤야민은 극단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임을 알면서도 보기에 불편할 정도다. 성경에 그런말만 써 있는 것이 결단코 아닐텐데도 그는 계속해서 그런말 만을 한다.


그 독선적인 태도 아래에서도, 그래도 자신이 정한 룰, 즉 성경의 텍스트 안에서는 철저할 것 같다는 처음의 인상과는 달린 나중에는 모순 투성이에 자기 보호에 급급한 벤야민의 모습이 끔찍하게 불쾌하다.


설마 그런 것을 하라 되어있을까,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을 해치기 위해 친구를 속여 살인을 교사하고, 말의 맥락이 잘린 모호한 말로 상대방에게 누명을 씌우라고 그렇게 되어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벤야민은 스스로 주를 위해 죽겠다고 말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는 결코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희생시킨다. 그는 누구를 위해 죽지도 않고 그저 자신을 위해 산다. 극의 제목인 마터, 순교자가 이제 다시 떠오른다. 누가 순교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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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누군가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은, 벤야민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로트 선생님이다.


모두가 벤야민을 그냥 사춘기 애, 혹은 예수쟁이라 매도할 때 유일하게 그를 이해해 보겠다며 성격을 공부하던 로트 선생님. 그는 여자이고 유대인의 이름을 가진 그는 벤야민의 말을 빌리자면 주를 죽음으로 몰고간 사악한 유대인이고, 사탄이고, 자신을 가르칠 자격이 없는 남성 아래에 복종해야할 여자이다. 벤야민은 어머니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말한다. 여자여.

 

그러나 원래 그 분은 가장 낮은 곳에서 오시는 분이 아니었던가? 벤야민이 고압적으로 높은 곳에 서서 손가락질 할 때, 로트 선생님은 말한다. 구원은 유대인에게서 온다, 고. 그러나 그토록 벤야민이 신뢰하던 성경의 그는 믿지 않는다. 자기모순적이게도, 자신이 약자이고, 자신의 주의 사자이고, 타인을 해하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할때만 그렇게 멋드러진 말을 줄줄 늘어 놓고는 이제와 입을 꾹 다물고 거짓이라 매도해 버린다.

 

벤야민은 자신을 위해 산다. 타인에게 한껏 보호를 받으면서도 스스로를 핍박받는 순교자인양 행세하며 동성에자인 게오르그와 유대 이름을 가진 여성인 로트 선생님을 사지로 몰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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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로를 위하는 것은 서로이다. 그리고, 희생으로 나아가는 것도 그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주를 위해서, 아니, 독재 유일신이 아닌 다른 모든 양들을 위해 죽었다.


게오로그는 어쩌면 로트 선생님을 대신하여 끔찍하게 다치고, 로트 선생님은 제 발에 못을 박아 넣는다. 모두가 자신을 오해하고 음해하고 핍박하고 무시한데도, 그는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사는 것, 하늘에 있는 하나의 유일신이 펼치는 독재를 타도하는 것. 그 역시 성경 공부를 시작하곤 자신의 남자친구로부터 ‘예수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몰두하였으나 벤야민과는 전혀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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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순교자인가? 극의 마지막에서 그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사실 극의 시작에, 벤야민이 로트 선생님과 함께 변화해 나가는 전개를 기대한 내가 너무 희망찬 생각만을 하고 있었나 싶기도 했다. 자신만의 논리로 약자를 자처하고 진짜 약자를 배척하는 모습이 마냥 가상의 것만은 아닌 듯 하여 속이 쓰리기도 했다.


그들이 순교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냥 그런 해피엔딩을 바랐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국 순교자가 되었다. 지키기 위해서, 변화하기 위해서, 나아가기 위해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의 한 구절을 누구보다도 잘 지키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순교한다.

 

그래도 한가지, 순교자들은 늘 아주 작은 것일 지라도 무언가 변화를 일으킨 사람으로 기록되지 않았나.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끔찍한 못소리 끝에 새가 지저귀는 새학기, 작은 변화가 있기를 바라본다.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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