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자인의 본질을 향해서 : 디자인 매거진 CA #248

글 입력 2020.02.0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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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고개를 떨구고 휴대폰만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조금이나마 둘러보기 시작한 것. 낯선 이의 시선만큼 불쾌한 것이 또 없으니 최대한 사람들을 시야에서 제외하다 보면 내가 현존하고 있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라보게 된다.

 

내가 당연하게 서있는 이 바닥은 과거에는 분명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 터. 나와 마주하고 있는 저 손잡이들의 모양은 누군가의 고뇌였거나 전구 마냥 반짝거린 생각이었을 게 분명하다. 이처럼 현재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아이디어가 모이고 모여 만든 결과물임을 새삼 체감하고 있다.

 

 

 

About IDEA


 

아이디어[크기변환].jpg

 

 

쉬워 보이지만 쉬이 찾아오지 않는, 밀고 당기기의 고수 같은 아이디어는 창의력과 기발함을 요구하는 이 현대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더해 창작을 일삼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이면서도 보배같은 귀중한 존재이다. 이번 CA #248호는 디자인 매거진답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활용하는 방법에 조금 더 집중했다.



“가끔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가끔은 아주 먼 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 매 순간 영감을 받고, 서로를 대입해보며 쫓아야 한다.”

 

- 정규혁 (브르더 창립자)


 

날것의 아이디어는 직접적으로 모습을 보이기보다 주인 디자이너에 의해 다듬어지고 보완된다. 그리고 어떻게 클라이언트에게 소개되는지, 수정의 작업을 얼마나 거치는지 등 복잡스러운 과정을 모두 거친 후에 대중 앞에 서게 된다. 이처럼 아이디어가 가공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취해야하는 태도 혹은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하는 팁들이 선배 디자이너들로부터 우수수 떨어졌다.

 

 

세상을바꾸는아이디어[크기변환].jpg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큰 그림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은 제시하되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권준호 (일상의 실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큰 축을 가지고 클라이언트와 조정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언급이다. 그들의 요구 또한 디자인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지만, 그 영향으로 아이디어가 본질을 잃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다. “본질” 모든 조언의 가운데에는 본질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위치하고 있었다.

 

실제로 광고대행사에 다니며 광고주와 미팅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었던 덕에 고개를 끄덕였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협업의 개념에서 생각해야한다는 선배들의 말들은 과거의 경험들을 반성시키기 마련이었다.


"주님"보다 광고”주님”이라며 기독교적 용어를 빗대어 표현하는 업계 사람들을 보아왔기에, 자연스레 상하 관계 비슷한 것으로 여겨왔다. 광고주가 요청한 수정을 여러번 반복하며 본래 내 기획안의 본질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던 것이다.

 

 

 

 JOB


 

졸업다음은무어승ㄹ[크기변환].jpg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고민하고 깊이 파고들었을 생각들을 끄집어내 이해해주고 조언해주는 CA는 어쩌면 디자이너들에게 정말 이상적인 잡지가 아닐까 싶다. 아니, 이제는 현업에 있는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예비 디자이너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겠다. 이번 호에는 그들에게 가장 솔깃할, 'JOB' 파트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로서 첫걸음을 디디고 싶은 취준생들과, 이미 한 쪽 발을 담가놓은 사회초년생들을 향해 여러가지 조언들이 나열되었다. '네트워크 속 사람들을 알아내고 발품을 팔아야한다', '회사에서 본인의 결과물들을 계속 보게 하고 본인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와 같은 그런 말들. 사실 살면서 들어왔던,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말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착실히 실행해오고 있었던가. 이레 겁을 먹어 포트폴리오 제출을 망설이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현실까지 부정하며 일들을 미루고 있지는 않았던가. '해야지' 라는 분명하지 않은 마음만 가득 안은 채 행동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옳으니 당장 현실에서 행하라는, 행동의 기제가 되어주는 부분이었다.

 

 

졸업_포폴[크기변환].jpg

 

 

이 전 호들이 섭섭함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세 번째로 마주한 이번 호가 가장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취준생의 신분에 놓여있어 그런가. 단순히 구직을 위해 컨설턴트처럼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인생 선배처럼 알려주는 느낌을 받았다.

 

 

 

CA #248


 

식음료 패키지[크기변환].jpg

 

 

이번 CA는 아이디어, 잡(job), 식음료 세 가지 파트로 크게 구성되어있다. 식음료 파트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물들을 토대로 식음료 패키징을 디자인하고 브랜딩 하는 방법과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물건들이 자신을 뽐내고 있는 진열대 가운데에서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는 것은 쉽지 않기에 식음료 브랜드들만의 법칙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스페셜 파트를 제외하고도 #248 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들, 완성형으로 남은 프로젝트들 등이 가득 담았다. 이전에 받아봤던 매거진들보다 유독 이번 호가 두껍게 느껴지는 것은 실제 페이지수도 평소보다 많지만 그만큼 다양하고 알찬 내용이 들어있다는 뜻이겠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 디자인 툴을 능숙하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CA를 벌써 세 번째 신청해 보는 이유는 매번 세상을 보는 눈,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폭넓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CA가 소개해주는 여러 프로젝트들과 작업물들을 통해 생각하는 과정과 방법들을 능동적으로 터득할 수 있다.

 

큰 주제들이 우리와 밀접해 있기에 이번 호는 더욱이나 나처럼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배워갈 수 있는 매거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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