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혐오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 연극 '마터' [공연]

신념으로 시작된 배척과 혐오에 대해 묻다.
글 입력 2020.01.1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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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
- MARTYR -

 

 

2020_백수광부_마터_홍보사진 (5).jpg

 

 

연극 마터(Martyr). 독일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 마이우스 폰 마이엔부르크의 작품이자 우리나라에서는 극단 백수광부가 '2018 젊은 연출가전'으로 무대를 올린 작품이다. 이 연극은 최근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퍼진 '혐오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선, 마터란 '순교자'를 뜻한다. 작품의 제목만 보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연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나 또한 처음에는 종교적 성향이 짙은 연극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놉시스를 읽고 나면 제목을 반어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할 만큼 반종교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혐오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놉시스만 읽어서는 벤야민이 어떻게 해서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수영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종교적 신념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 길이 없다. 그러면, 연극에서는 벤야민이 종교적 신념을 갖게 한 결정적인 사건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어떻게 풀어낼지 살펴보아야겠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더 나아가서 벤야민의 종교적인 신념으로 인해 보여지는 모습들이 학교 선생님인 로트와 갈등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는 듯 보인다. 단순히 그 시기가 지나면 사라지는 사춘기라고 판단하기에는 벤야민은 자신의 신념이 강하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확고하게 굳혀진 인물 같다. 성경 책을 읽으며 벤야민을 이해해보려는 로트의 노력은 부질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놉시스를 읽으며 아직 두루뭉실하게 그려지는 이야기들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벤야민의 반항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 오히려 로트를 사람들이 배척하는 것에는 무슨 이유들이 있었을지 다수가 소수를 배척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도 궁금해진다.

 


시놉시스


벤야민은 수영수업에 들어가지 않는다. 수영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종교적 신념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엄마와 선생님들은 벤야민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벤야민의 지도교사이자 과학 선생님인 로트는 벤야민이 심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이끌어주려 하지만, 하루 종일 성경을 읽는 벤야민의 신념과 반항은 더욱 거세진다.

 

로트는 벤야민을 상대하기 위해 성경을 읽기 시작하지만, 벤야민의 반항을 제어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로트를 배척하기 시작한다.


 

연극 마터는 '혐오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에 대해 말해준다. 혐오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신념으로 시작해 배척과 혐오로 이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것은 비단 종교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혐오에 대해서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혐오'가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댓글에서 누군가 혹은 특정 대상, 집단을 혐오하고 비난하고 차별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혐오 표현'들이 유행어가 되어 사용되고 있어 혐오를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사회 만연한 '혐오'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연극 마터를 통해 혐오가 어디서부터 오게 되는지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며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극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다수의 의견으로 맞음과 틀림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함께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마터

- MARTYR -

 
일자 : 2020.01.29 ~ 2020.02.16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월 쉼
 
장소 : 대학로 선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백수광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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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백수광부

 

 극단 백수광부(白首狂夫)는 1996년 연출가 이성열과 젊은 배우들이 실험연극 공동체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장정일의 시집을 해체 재구성한 <햄버거의 대한 명상>이 창단작이다. <굿모닝? 체홉>, <야메의사> 등 배우들의 몸과 즉흥연기에 기반 한 공동창작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최근에는 문학적 텍스트에 기초한 정밀한 무대 또한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햄릿아비>,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벤치> 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해체된 일상의 낯섦과 강렬한 시적 충동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정윤지.jpg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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