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나를 당신으로서 불러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도서]

글 입력 2020.01.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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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종합 세트다.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심지어 약 1초 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면 답답함이 내 가슴을 억누르는 탓에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이 수많은 미스터리 중에서 유일하게 모르기 때문에 더 좋고, 더 달콤한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게 될 것인가. 그것은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나중에도 알 수가 없을 터다. 열일곱 살의 엘리오가 그랬듯이. 열일곱 살의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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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꽤나 유명했던 탓에 책을 받기 전부터 남성 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열일곱 살의 엘리오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올리버라는 커다란 태양은 여름의 뜨거운 햇살에 금방 녹아버리는 얼음처럼 엘리오를 녹여버렸고, 한 방울 한 방울을 음미하며 집어삼켰다.


애초에 LGBT라는 대상에 딱히 혐오감도 없었던 나였으나 달리 말해 큰 관심도 없었다. 사실 매사에 무관심하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건, 나와 다른 사람이건 간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알고 싶지 않았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나라는 사람인 탓이다.

 

이들의 사랑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다른 이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도,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에게 품은 감정, 우리가 흔히 게이들의 사랑이라고 치부하는 어떤 이는 혐오하고 어떤 이는 흥미로워하고 어떤 이는 미지의 세계라 여기는 그 사랑이 나에게는 한 장의 실크 원단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섬세하고, 부드럽고, 유려하면서도 만지고 있으면 그 감촉에 매료되어 격렬히 열망하게 되는 것이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나였다.

 

*

 

소위 이성애자라고 불리는 대다수의 우리가 남성이 여성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느끼는 그 강렬한 욕망을 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작중의 시인이 출간한 책 가 말하듯 어떤 이들의 사이에서 태어나건 정말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것은 사랑이었다. 별로 다를 게 없으면서도 퍽이나 다른 그 미묘한 것이 사랑이었다.


엘리오와 올리버 사이에서 태어난 금기처럼 숨겨지기도 하고 하룻밤의 일탈처럼 짜릿하기도 하고 대다수가 나누던 사랑보다 더 격렬하기도 더 섬세하기도 한 그 사랑이 자라고 성숙하며 품어가는 그 깊고도 진한 맛에 빠져 나는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욕망에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고, 서로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빠져들어 행복해하기도 하고,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남긴 잔향을 느끼며 그 그윽한 그리움을 음미하는 둘의 모습은 우리가 나누던 사랑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 173p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한 마디의 울림은 나를 너무나도 크게 울렸다. 어찌 보면 충격이었다. 나 스스로 나를 이름으로 불러본 적은 없었고 남을 나의 이름으로 불러본 적인 더더욱 없었다. 서로의 육체가 합쳐지면서 하나가 되었고 서로를 서로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둘은 그 순간에 서로를 나누었다.


처음 보는 이 사랑의 모습이, 처음 보는 이토록 섬세하고 그윽하고 격려한 사랑의 형태가 퍽이나 좋았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 다른 둘이 그렇게나 서로에게 애정을 보내며 갈구하는 그 자체가 무척이나 깊은 맛이었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의 마지막을 넘길 무렵에 나는 산클레멘테 신드롬을 앓고 싶어 졌다.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체로 고민하고,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도 고민하고, 고민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그 사람을 향해서 솟아나는 애정을 느껴 보고 싶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오롯이 그 사람을 갈구하는 사랑을 해보고 싶었다.

 

숱하게 로맨스 소설을 읽고 로맨스 영화를 보고 그 여운도 느껴봤지만 이토록 진하게 남는 경우는 오랜만이었다. 프렌치까지 구워지는 커피 원두를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보다 나왔을 때 내 몸 곳곳에 커피 원두 향이 짙게 배인 것 마냥 쉬이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었다. 매일 아침에 잠을 깨려 마시는 아메리카노처럼 익숙해져 그다지 손길이 가지 않던 사랑을 한 알 한 알 손으로 갈아 천천히 내리는 드립 커피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주는 바리스타 같은 책이었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가 나를 그 사람의 이름으로 그토록 크게 울리도록 불러주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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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제목: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원제: CALL ME BY YOUR NAME)

 

부제: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분류: 소설 / 외국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André Aciman)

 

옮긴이: 정지현

 

출판사: 도서출판 잔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판형: 130×195(mm) / 페이퍼백

 

페이지: 316쪽

 

정가: 13,800원

 

ISBN: 979-11-90234-01-6 03840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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