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속 가능한 패션. 우리는 진정으로 지속하고 있을까? [패션]

글 입력 2020.01.03 20: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금까지 인류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연은 점점 더 병들어가고 있고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미세먼지, 사막화 등 다양한 소리로 그 아픔을 호소해왔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은 지난 지 오래고 전 세계가 이제야 그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정치, 경제 여러 분야에서 환경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키워드가 태어났고 그 영향으로 패션계에서도 지속 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WHAT IS SUSTAINABLE FASHION?


 

wtvox-Why-Sustainable-Fashion-Is-Important-01.jpg
PHOTO CREDIT: WTVOX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것이 패션인 만큼 패션 계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반응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에코 프렌들레(Eco-Friendly)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을 넘어 지속 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이 새롭게 등장했으나 아직은 다소 생소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사실 이 지속 가능이라는 것 자체가 그 개념이 모호한 탓에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방면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어 확실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이들 중 Green Strategy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환경 및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가장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 판매 및 유통되는 의류, 신발, 액세서리로 정의하여 총 7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Seven-forms-of-sustainable-fashion-Green-Strategy-A-Brismar-black_white_2019.jpg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고, 경제 사슬에 얽혀있는 관계자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공평하면서도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구조를 형성하며, 새로운 제품을 사는 것보다 제품의 품질을 높여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여 서로 대여해주거나 중고 제품 구입을 장려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 할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유행도 빠르게 변하는 탓에 저가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인기를 얻으면서 버려지는 옷이 많아지는 만큼 새로 생산되는 옷도 많아짐에 따라 자원 소비와 환경 오염도까지 같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막기 위해서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깊이 있는 멋을 가진 디자인을 통해 슬로 패션(Slow Fashion)을 추구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패션 중 하나다.

 

여러 단계가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패션 기업은 생산 과정이나 마케팅을 통해서 이를 실현하고 패션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에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겨우내 잠들어있던 동식물이 깨어나고 추위가 물러나고 찾아오는 따스한 햇살과 산들바람의 포근함을 느끼며 사람들도 거리로 나와 모든 것이 활력을 되찾는 봄의 시작과 함께 2020 파리 S/S 패션 위크에서도 새로운 디자인의 바람이 불어오며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178040133-799x1200.jpg
PHOTO CREDIT: Harper's Bazaar

 

 

스텔라 맥카트니(Stela MacCartney)는 꽃을 테마로 하여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자연을 담아냈다. 검은 바탕에 보색 매치를 활용한 플로럴 무늬를 세밀하게 수놓아 화려한 꽃밭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선명한 분홍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은은하고 포근한 봄의 이미지보다는 생명이 깨어나고 활기 넘치는 봄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구찌(Gucci)나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등 여러 브랜드도 자연을 담은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브랜드는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이다.


 

dior-1170717809-920x518.jpg
PHOTO CREDIT: Marie Clarie

 


디올은 작품을 선보이는 런웨이장에 실제로 나무를 심고 땅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하나의 숲을 연출했다. 뉴 룩(New Look)부터 시작해 늘 패션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던 디올답게 이번에는 자연 그 자체를 작품에 담아냈다.


가을이 지나고 논과 밭에 잔뜩 쌓여있는 건초더미가 떠오르는 원피스, 바다처럼 청량한 푸른색을 활용한 작품에 더불어 그 위로 퍼지는 따스한 햇살 같은 무지개가 담긴 옷을 입고 거니는 모델과 나무가 살아 숨 쉬는 런웨이는 서로 어우러지며 하나의 자연을 만들어냈다. 런웨이에 사용된 나무는 이후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심어진다고 하니 재사용과 순환, 환경 친화라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속성을 잘 보여준 것 같다.

 


 

IS IT REALLY SUSTAINABLE?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가 처음 나왔을 때 지나치게 모호한 개념 탓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자연과 생태계 순환 고리를 보존하고, 특정 산업에 관련된 관계자들의 상호 이익을 보장하는 등 그 취지 자체는 매우 좋으나 구체적인 방안이나 명확한 정의가 없어 빛 좋은 개살구나 다를 게 없었다. 이와 비슷하게 지속 가능한 패션도 취지가 훌륭함은 분명 하나 무엇 하나 구체적인 것이 없는 탓에 현재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기업이나 디자이너들이 이를 실질적으로 실현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에코 프렌들리, 비건, 탄소 중립 등등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경비가 절감되어 원가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사람들의 인식이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달라 이런 제품들을 외면하고 기존의 제품을 원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패션이 여러 방면에 걸쳐있는 복잡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매체나 정책 관련자 및 NGO가 지나치게 환경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원자료 생산자부터 공장 직원을 비롯하여 패션 브랜드 기업의 직원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관계자가 피해를 입지 않고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적인 구조, 환경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적 디자인과 및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산 과정 등 여러 사항들 중에서 확실하게 실현된 것은 없는 와중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만 내걸고 앞다퉈 지속 가능한 패션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환경 보전 자체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화학 섬유를 생산하기 위해서 소비되는 석유와 각종 화학제품을 친환경 섬유 생산을 통해서 줄일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친환경 소재 자체가 환경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친환경 소재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면이다. 의류 제작에도 쓰이는 양이 상당한 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20,000리터의 물이 소비되는데 반해 생산할 수 있는 면의 양은 티셔츠 한 장과 청바지 한 벌을 만들 수 있는 양밖에 안 되며, 전 세계의 경작지 중 면 생산에 소비되는 땅의 비율은 3%인 반면 살충제 및 구충제 소비량은 각 24%, 11%에 이른다. 이와 같은 또 다른 문제점은 해결하지 않고 친환경 소재만 울부짖는다면 인도나 중국과 같은 면 생산 국가는 수자원 문제에 시달려야 하고, 면 재배로 인한 환경오염은 해결되지도 않는다. 결국 진정한 지속 가능한 패션이 아닌 눈에 보이는 것만 쫓을 뿐이라는 것이다. (According to EDGE)

 

패션 디자인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보였다. 꽃, 나무, 땅 등 자연의 요소를 가져와서 활용하는 디자인은 SPA 브랜드는 물론 패션쇼, 런웨이에서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구조나 다른 측면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는 디자인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요소를 차용하는 디자인보다 어려운 것은 이해하나 쉬운 길만 따라가면서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타이틀을 거는 것은 왕관의 무게를 견디려 하지 않는 것과 같다.

 

*


아직 지속 가능성 자체가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인 만큼 실현에 옮기기까지는 많음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탓에 여타 패션 브랜드가 보여주는 모습은 지속 가능성보다 에코 프렌들리나 비건 패션에 가깝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기에는 시기가 이르다. 하지만 그 태도와 정신, 변해가는 모습은 좋은 현상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상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