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흐의 내면 속으로 - 고흐, 영원의 문에서

글 입력 2020.01.0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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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분명 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고독의 깊이와 모양새는 몰라도, 쓸쓸함이 바탕이 된 그의 정서는 특유의 그림을 탄생시켰으며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리라 짐작했다.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고흐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훨씬 깊은 내면 속에서 자신만의 고행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수행자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림에서 오는 감동이 외면보다는 그에 담긴 사색의 시간에서 오는 것임을 늦게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철저히 고흐의 시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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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고흐를 위한, 고흐에 의한, 고흐의 영화였다. 시작도, 끝도 모두 고흐였으며 촬영과 연출, 음악 무엇 하나 빠짐없이 그에게 집중했다는 것이 잘 느껴졌다.

 
우선, 촬영된 화면이 철저히 고흐의 시점이다. 고흐를 담지 않은 장면에서는 그의 시선으로 타인과 사물을 촬영했다. 고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가 걷고 있는 풍경과 심리를 생생히 담아내기 위해 연구했다.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려 풍경을 아주 멀리서 풀 샷으로 잡으며 사색의 깊이와 그의 감정선을 비추고, 혼란과 복잡한 내면을 보여줄 때는 화면을 회전시키거나 아예 화면의 절반을 블러 처리하는 과감함도 서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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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마이너한 멜로디를 벗어나지 않았다. 깊은 우울과 고독 언저리에 있을 법한 음정들로, 이야기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고흐의 내면에 집중하여 감정의 큰 흐름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화면과 배경음악 등이 조화롭게 ‘고흐 화’되어 영화가 고흐 그 자체라고 느껴진 것 같았다. 그 밖의 것들은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의 팬 답게 감독이 그림을 그리고 디렉팅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이야기

 

영화를 보며 알게 된 화가 고흐의 또 다른 면은 그가 ‘수행자’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목사였기에 어릴 적부터 신의 가까이에 살았다고 영화 속에서도 말하듯, 그가 살아가는 모습은 선지자 혹은 수행자의 모습과 비슷했다. 고흐는 다음의 말을 영화의 초중반 부에서 계속해서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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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본질은 자연에 있고, 내 안의 무언가가 보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그 본질을 세상에 보여줄 의무가 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질 무렵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자신이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고독한 싸움을 계속했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당연히 순조롭지 않았다. 다른 화가들과 달리 계속해서 자연에 아름다움의 본질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꾸준히 그리려 했던 것,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달랐던 것, 호탕하기보다 내면의 깊음을 추구했던 성격 등은 사람들이 그를 ‘특이한’ 사람으로 바라보도록 했다.
 
때로 곱지 않았던 시선에 그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해 시골인 아를에 머물다 정신병동까지 가게 된 과정은 그의 고난을 잘 보여준다. 고흐가 자신을 직접 예수에 빗대어 말하는 장면도 삽입되어 있는데, 이것은 감독의 해석을 가장 잘 나타난 말이자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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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죽음도 영화의 내용과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조금 달랐다.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는 것. 그림을 그리던 중 마을 아이들의 실수로 권총을 배에 맞았으나 그는 이 사실을 직접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고자 자신만의 길을 걸었지만, 이기적이지 않았던 그의 마지막이 어쩐지 감동적이었다.
 
*


물론, 영화를 연출하며 고흐가 실제보다 조금 더 미화되었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첨가했을 수 있으나, 고흐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고흐 역을 맡은 배우의 뛰어난 연기도 영화의 흡입력에 큰 몫을 했다. 다른 사람이라고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외모와 내면이 고흐 그대로였다.
 
좋아하던 화가를 가까이 알게 된 느낌에 좋았고, 다른 사람이 바라본 시선보다 고흐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이 영화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도 이전과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자연을 사랑했고, 아름답다고 믿으며 고집스럽게 외길을 걸어간 덕에 그의 뒤에는 수많은 후배 화가들과 역사가 자리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을 어딘가의 그에게 전해본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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