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전무결함에 대하여: 연극 '톡톡'

당신들은 실수하면 안됩니다. 나를 불안하게 하니까요.
글 입력 2019.12.2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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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의 단점도. 나는 법을 준수한다. 그렇다고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오늘도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완전무결한 판결자. 완전무결한 종교지도자. 완전무결한 성범죄 피해자.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완벽하기를 요구 받는 사람들.
 
본인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잣대를 들고 다른 이들을 재단하는 사람들. 입체적 인물이라는 것은 본인에 대한 고사에만 끄집어 내는 사람들. 각자 핑계는 있게 마련이다.

 

171018 톡톡 0086.jpg

 

연극 <톡톡>의 인물들 중 결점이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이렇게 글만 끄적이고 있는 나보다 훨씬 낫다.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고, 노력도 기울일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심리적 문제에 대한 치료에 대하여, 상담 공간을 방문했다는 것이 이미 50% 이상 진행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그들은 찾아가 자리를 지켰으니.

 

톡톡_릴리에게 은색을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을 보여주는 밥.jpg

 

잠재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감히 예상해보게 되)는 사람들, 혹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연결이 약한 케이스가 꽤나 있다. ㅡ 사회적 연결이 약하지 않다는 것은, 최소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내가 뿜어낸 것들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다수의 우리들이다. 나를 붙잡아주는 그들은 완전한가? 나의 지인이, 그리고 내가, 항상 옳은 결정을 한다고 믿고 싶겠지만, 전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서로가 흘린 말을, 서로 주워담아주면서, 엮여 살아간다.

 

톡톡_프레드에게 자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을 소개하는 중인 벵상.jpg

 

말로는, 제도로는, 아이들이 - 나와 다른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 나보다 경제적으로 낮은 분위에 속한 이들이 - 본인보다 상위에 있는 기이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많이 보인다. 더 이상 자신에게 더는 요구하지 말라며. 책임지우지 말라며.

무의식적으로도 자신과 동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가? 상대적 평등을 당연하게 맞추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누려야하는 시간과 돈으로 감정으로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들 또한 직업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자의지로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고, 두 손 잡아주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가?
 
자신이 그들보다 잘났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도대체 얼마나? 당신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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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들이 든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입의 기준을 제한다면, 계급이 없는 것인가?
 
완벽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완벽을 목표로 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ㅡ 완벽에 대하여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으니, 그렇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ㅡ 가 그렇게 살아간다.
 
평화로운 일상생활.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톡톡포스터2_750x520_마리_뱅상-1.jpg






<시놉시스>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 그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여섯 명의 환자들이 차례로 대기실에 들어온다.
 
"고의로 그렇게 말씀 드린 게 아닙니다. X발 개자식! 미안합니다." 통제불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는 욕설, 뚜렛증후군 프레드.
 
"13개월 반, 410일, 9,840시간, 590,400분, 35,424,000초나 기다렸다고!"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쉬지 않는 계산, 계산벽 벵상.
 
"두 분 손에 세균이 있어요. 제 눈에는 세균이 보여요." 잠시 앉을 틈도 없이 손 씻기 바쁜, 질병공포증 블랑슈.
 
"하느님 아버지. 우리 집 가스, 수도, 전기를 다 끄지 않고 나왔으면 어떡하지?" 50번을 확인했어도 다시 확인 확인 또 확인, 확인강박증 마리.
 
"제 이름은 릴리에요. 제 이름은 릴리에요" 무조건 두 번씩 말하는, 무조건 두 번씩 말하는 동어반복증 릴리.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대칭이 아닌 걸 보고 그냥 넘어가는지." 모든 사물은 서로 대칭을 이뤄야 하는 대칭집착증 밥.
 
서로 다른 강박증을 가진 환자들이 모인 대기실은 한 순간도 평화로울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출장에서 돌아오던 스텐 박사는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여 버리고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은 모두 모여 게임을 하기 시작하는데... 게임을 하며 서로에 대해 조심씩 알아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그룹치료를 시작한다.
 
과연 이 여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은 무사히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을까?

 
*

톡톡
- 대학로 대표 힐링 코미디 연극 -


일자 : 2019.11.21 ~ 2020.02.09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월 쉼
 
*
12월 매주 금요일 4시, 8시 공연
01.24(금)/25(토)/26(일) 3시, 6시
01.27(월) 4시
01.28(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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