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년만화인 ‘가담항설’(웹툰)에서의 여성 캐릭터 활용에 대한 고찰 ➁ [웹툰]

백매 캐릭터의 의의와 여전히 여성캐릭터 활용에 아쉬운 점에 대하여
글 입력 2019.12.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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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웹툰 가담항설의 스포일러(반전 포함)가 강력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네이버 목요일 웹툰 <가담항설>을 먼저 보시고 이 글을 읽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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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만화인 ‘가담항설’(웹툰)에서의 여성 캐릭터 활용에 대한 고찰 ➀

 

 

 

단순한 ‘악녀’가 아닌, 욕망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려지는 백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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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는 조선에서 가장 권력자인 신룡의 권세를 빌어 자신의 안위를 추구하는 캐릭터이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모든 걸 이루며, 힘없는 아이의 어미도 잔인하게 죽게 하는 비정한 캐릭터이다. 누군가는 그녀를 조선 제일의 악녀라고도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백매를 단순히 ‘악녀’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교를 위해, 한국 드라마에서 악녀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다운 저자의 <정형화된 혐오와 전시되는 광기 :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악녀’ 연구>논문에 의하면 한국 드라마에서 악녀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 번째는, 남성들에게 순종적이고 가정을 위해 희생을 자처하는 여성 주인공들에 비해서 악녀 캐릭터는 주체적이고 누구도 길들이기 어려운 드센 여성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악녀 캐릭터들에게 진한 화장을 하게 하고 화려한 옷을 입혀 도회적인 분위기가 항상 부각되게 한다는 것이다. 이다운 저자는 드라마에서 악녀들이 이런 특징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이처럼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는가부장제의 규율이나 순정과 순결 그리고 모성 같은 가치를 위반하며 돈과 권력을 탐하는 드센 여성악녀의 전제조건으로 부여하며 정형화된 혐오를 구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윤리와 도덕 관습과 예절 그리고 법을 위반하며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악녀에게 일련의 획일화된 속성을 부여하여 ‘나쁜 여성’의 이미지를 반복하여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담항설에서 명백히 악역 포지션을 점하고 있는 백매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그려질까? 내가 이 작품에서 느낀 바로는, 이 작품은 백매가 악역이 되는 맥락을 정확히 짚는다는 것이었다. 악역으로서 비정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백매의 목표는 ‘자신의 욕망이 절대 방해받지 않는 것’이다.

 

백매가 자신의 욕망이 그 어떤 상황과 존재에 의해서도 방해받지 않길 원하는 이유는 그녀의 과거 삶에서 알 수 있다. 그녀는 과거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 상황에 의해 빼앗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백매가 첩으로 들어가게 된 남자의 아들이 백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백매에게 기생집에서 웃음 팔아 쉽게 돈 벌던 천성이 어딜 가겠냐며 돈 하나 보고 어떻게 죽어가는 노인에게 시집 올 수 있냐며 그녀를 조롱한다. 그에 백매는 이렇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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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남자의 권세에 빌붙어 권력을 쟁취하는 여성을 향해 ‘꼬리쳤다’ ‘쉽게 돈 번다’식으로 폄하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저 장면을 보면, 애초에 권력을 성취할 수 없는 여성이 권력을 얻기 위해 남성에게 자신을 위탁하게 될 때 단순히 ‘웃음’만 파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여성 자기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오롯이 팔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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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갑희(백매)는 어린 시절에는 자신을 팔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병약한 오라비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첩으로 팔리게 된다. 가담항설에서는 백매가 욕망을 갖게 된 맥락을 작품 내에서 많은 비중을 할애하여 보여준다. 갑희(백매)가 이렇게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선택대로 살 수 없었던 이유는 아주 명백하다. 배경이 되는 나라가 가부장적인 세계관이기에 그녀는 병약한 오라비 대신 팔리게 되었고, 그 뒤로 여성인 그녀를 향해 조롱과 폄하가 쉽게 뒤따라 왔다.

 

지금까지 가담항설에서는 백매라는 캐릭터의 ‘맥락’을 서술해준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다음으로 눈여겨보았던 점은, 가담항설에선 그녀가 이 작품에서 ‘악인’이 아니라 악‘녀’이기에 더한 혐오를 마주하게 되는 것을 명확히 꼬집어 준다는 점이었다. 앞에서 서술했듯 한국 드라마에서는 악녀의 전제가 돈과 권력을 탐하는 드센 여성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돈과 권력을 탐하고 가정적이고 희생적이지 않은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될 만하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백매가 그렇게 소비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악녀에 대한 혐오가 단순히 악을 단죄하는 종류가 아닌 ‘여성혐오’적인 프레임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지 독자들에게 질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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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과 백매의 합작으로 눈과 팔을 잃은 화가는 궁에서 벗어나서, 자신에게도 비난이 쏟아지자 그 원망의 화살을 백매에게 돌린다. 백매에 대한 험담들의 내용을 보면 주로 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금기에 대한 걸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다. 돈을 밝혀서 늙은 영감도 가리지 않고, 오만 남자와 정을 쌓고, 자식의 아비가 다 다르다는 폄하는 여성의 순결이 신성시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만 흠이 될 수 있는 이야기다. 또한 화가는 자신의 팔과 눈을 직접적으로 잃게 한 건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 신룡이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험담을 하지 않는다. 권력의 주체에겐 항의하지 못하고, 그의 옆에 붙어 있는 백매를 향해 모욕을 쏟아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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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도 이 나라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받게 될 대우와 취급을 스스로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매가 악역 포지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작품 내에서 이 사회가 ‘악녀’를 소비하는 행태가 여성 혐오적인 면모가 있다는 걸 드러낸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장기는 수가 읽히는 순간 지는 것이고, 욕망은 방향을 만들지. 나는 천 개의 눈동자에서 욕망을 읽으며 자랐단다.


 

내가 꼽는 백매의 명대사. 백매는 자신을 조롱해 왔던 화가와 내기를 걸고 장기를 두게 된다. 백매가 장기를 못 했던 걸 알기에 승리를 자신했던 화가였지만, 결국엔 백매가 장기를 이기게 된다. 그때 백매가 화가를 향해 던지는 대사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란 얼마나 많은 검열의 대상인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 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대사이다. 또한 그렇게 살아온 백매가 이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만들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사이다.

 

이렇게 가담항설은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라 나는 자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운 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이제 그것에 대해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아쉬운 점 첫 번째, 적은 여성 캐릭터의 수


 

‘마코 모리 테스트’는 영화 내에서 성 평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다. 영화 성 평등 테스트인 벡델 테스트를 보완하여 고안된 것이다. 마코 모리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➀ 적어도 한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것

➁ 해당 캐릭터에게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

③ 그 이야기가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

 

가담항설은 앞에서 서술한 대로 여성 캐릭터의 서사를 충실히 담아내기 때문에, 마코 모리 테스트는 가볍게 통과한다. 하지만 마코 모리 테스트도 한계를 지적받는다. 바로 한 명의 여성 캐릭터의 서사만 탄탄하면,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성별은 다 남성이라 할지라도 통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담항설도 이와 비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는 탄탄하고 많은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캐릭터의 숫자는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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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캐릭터들을 모은 포스터인데, 이 포스터에 그려진 등장인물은 15명인데 그중 여성은 오직 4명이다. 게다가 그중 한 명은 현재 시점에서 고인이 된 캐릭터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캐릭터 중에서만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비율을 따져보면 대략 5: 1의 비율인 것이다. 작품 내에서 여성 캐릭터가 차지하는 수나 비중이 압도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심각한 성적 대상화는 없지만

여성 캐릭터의 의상 문제와 데포르메 문제


 

홍화는 장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 주인공 팀 중에서 힘으로 가장 강한 전투 캐릭터이다. 그런 그녀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물론 안에 속바지를 입긴 했지만, 볼수록 의아한 것이다. 다리를 이용하여 상대를 차버리는 시원시원한 액션을 하는 캐릭터에게 작가님은 왜 저런 미니스커트를 입혔을까? 전에 인용했던 루피 캐릭터가 여성이 된 것만으로 의상이 달라졌던 피규어의 사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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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쓰는 전투 캐릭터인 홍화가 남성이었다면, 홍화가 입고 있는 치마 길이 정도의 짧은 반바지는 입히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홍화가 저렇게 짧은 치마를 입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이 여성이라는 설정이 캐릭터의 존재를 앞설 때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박할지 모르겠다. 저 작품의 세계는 조선시대를 모티브로 짜인 것이니 홍화가 치마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냐고 말이다.

 

하지만 조선시대를 모티브 했다고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의상을 보면 조선시대 의상의 고증을 철저히 따른 건 아니라는 걸 볼 수 있다. (일단 홍화가 입은 치마 자체도 미니스커트다.) 또한 정통 조선시대가 배경인 것이 아니라, 결계, 장사, 각인 등의 ‘판타지’가 가미된 작품이라면 충분히 상상의 여지를 넓혀 다른 디자인의 옷을 입히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 본다. 내가 홍화라면, 그것도 여성이 아닌 일단 사람이라면, 모험을 떠날 때 분명 저 짧은 치마를 입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명영에게 이루어지는 데포르메도 아쉬운 점 중의 하나이다. 일단 데포르메란 회화 미술에서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특정 부분을 왜곡하거나 변형시키는 기법을 의미한다. 메이플 스토리에서 나오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등신 캐릭터를 SD라 부르는데, 이는 Super Deformed의 약자다. 즉 실사와 비슷한 형태가 아니라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해 눈, 코, 입, 신체의 비율 등을 변형시키는 기법을 데포르메라 한다.

 

가담항설을 정주행 하다 보면, 명영이 SD그림체처럼 심하게 데포르메가 되는 걸 볼 수 있다. 전체 내용을 봤을 때 (4컷 만화 특집 제외) 이렇게까지 데포르메로 그려지는 캐릭터는 여성인 명영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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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포르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위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남성은 사람과 비슷한 비율로 그려지는데, 여성 캐릭터만 지나치게 큰 눈에, 동그란 얼굴, 좁은 어깨로 그려지는 것이 문제점이다. 남성 캐릭터는 사람과 비슷한 그림체로 그려지기에 기준(디폴트값)이 되고, 여성만이 그 기준보다 큰 눈, 좁은 이마, 작은 코 등으로 변형이 이루어져 타자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왜 여성과 남성이 같은 그림체(데포르메)로 그려지지 않고, 여성만 어려 보이는, 어린아이와 같은 데포르메가 이루어지는지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넘어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함께 성장할 것까지 꿈꾸기


 

랑또 작가의 90화 후기글에 따르면, 개그물과 소년만화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루기 제일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님이 여성캐릭터를 그려낼 때 스스로 지키는 규칙 세 가지를 공개해주셨다.

 

1. 설정과 서사를 많이 몰아주더라도 일단 무조건 일정 분량 이상 등장시킬 것.

2. 이야기의 중심축을 반드시 지속적으로 칠 것.

3. 진짜 인간답게 그릴 것.

 

세 번째 규칙을 읽었을 때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1편에서 다뤘듯이 그동안 진짜 인간답게 느껴지지 않는 여성 캐릭터가 소년만화에서 얼마나 많았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생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개그물과 소년만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것이 어렵다면 왜 그런 것일까도 고민해보았다. 작가님의 고충을 다 알 순 없겠지만 여성 캐릭터가 작품에 등장할 때 그냥 ‘사람’으로서 작가가 마음 놓고 등장시키는 것이 아닌, ‘여성’ 캐릭터기에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는 이제 여성인 캐릭터가 디폴트 값인 사람으로서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수의 여성 캐릭터들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 걸 꿈꾼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존경하기도 해서, 무엇보다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걸 보고 싶다. 그런 콘텐츠는 금방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되면 ‘소년’만화에서 소년은 더 이상 남자아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어린 나이의 ‘사람’ 모두를 총칭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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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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