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박준형

글 입력 2019.12.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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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2.jpg



"영화가 왜 좋아?"

"짧잖아요."

"짧아서??"

"2시간 밖에 되지 않는데, 그 안에서 감독의 생각과 철학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책은 길잖아요.읽으려면 최소 몇 시간은 읽어야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유다. 나는 책을 더 선호한다. 영화는 몰입도가 너무 커서 아무 것도 하지도 못하고, 끝나고 나서도 여윤에 꽤 오래 남겨져 있어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하나씩도 보기가 버겁다. 차라리 책은 내가 마음 먹고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보기 때문에 -평소에도 이러한 이유로 영상보다는 텍스트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기 빨려서..- 이런 관점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영화를 보고 분석하고, 나아가 질문하고, 영화 하나를 봐도 깊게 생각하고 느끼는 친구이다. 영화 관련 글도 꾸준히 올리고 있고. 영화 분석 글을 올리려면 여러번 봐야 하지 않나, 어렵지 않냐 하니까 물론 번거롭기는 하지만 괜찮다고 한다. 영화 덕후 인정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는 글들을 많이 쓰는 구나. 나는 설명 귀찮아서 느끼는 바는 많아도 굳이 설명은 잘 안하는데.. 역시 좋아하는 것에는 지극정성이 될 수 밖에 없다.

 

"제 자기소개는 안물어봐요?"

"아 너는 워낙 말을 잘해서.. 편하게 하고 있었지. (웃음) 그럼 자기소개 해주실래요?"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함 속 특별함을 선물하고 싶은 박준형입니다."

 

본인과 있는 순간에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친구. 역시 말을 너무나 잘하는 친구이다. 무대 체질이라는 게 있다면 이 친구를 보고 하는 말이다. 말 없을 때는 정말 없다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대화를 리드한다. 무대에서 빛나는, 진심으로 즐거워보이는 사람이다. 말하면서도 어느 타이밍에 어떤 요소를 꺼낼지 계산하는 감 조차도 신기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 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말할 때의 즐거움과 동시에 능수능란한 여유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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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색이 느껴지는 친구이다. 전에 염색했던 머리색도, 오늘 입은 짙은 그레이톤의 녹색 가디건도 잘 어울렸다.

 

"신기하네. 너는 카키색이야. 카키색이 정말 잘 어울려."

"쿨톤이라 그래요. 여름 쿨톤."

"어! 나돈데!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잘 어울렸구나."

"그래서 저는 립밤도 핑크에요."

"나도 그래. 오렌지는 정말 안맞더라구. Pale 톤이야. 그래서 난 화이트가 베스트거든."

 

이렇게 대화가 끊이지 않고, 가득찬 시간을 보냈다. 내가 엄청나게 끌려다녀서 혼미했다. 너무 웃어서. 이렇게나 유쾌한데 조용할 떄는 정말 조용하다. 화술을 조절할 수 있는 건가 궁금했다. 가벼운 말투인데도 툭 툭 던지는 성의 없는 말들은 아니었으니까.

 

상대 맞춤형 대화, 분위기 맞춤형 대화에 능숙하다. 하지만 나랑 있는, '화가와 모델' 안에서 - '모델'로써 '화가'의 앞에 있는 이 상황에서는 나를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으면 했다. 본인의 모습이 편하게 나올 수 있도록. 내가 상대를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그릴 수 있도록.

 

처음에는 내 이야기에 맞춰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 이야기로 나오니 점점 더 열정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데 숨은 언제 쉬지 걱정될 정도로 많은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바닷마을 다이어리' 잔잔한 가족영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지닌. 아이오리진스도 봐야지!! 영화 추천을 엄청나게 받았다. 보통은 상대의 취향을 물어보고 그에 맞는 영화 추천을 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이야기하니 나도 너무 재미있고 신이 났다. 이야기에 엄청 홀렸다.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 너무 재미있는 친구인데. 말하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지칠 것 같다. 많은 이야기를 꺼내고 분위기를 잘 만드는데, 다음에는 조용조용하게, 리액션을 크게 하지 않아도 (과연 될지는 모르겠지만) 되는 그런 작은 대화도 다시 해보고 싶은 친구이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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