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옥에서 돌아온 그녀, Lim Kim [음악]

야망있는 아티스트, Lim Kim의 행보
글 입력 2019.12.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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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이랬다. 옥색 한복 치마를 입고 서 있는 스테이지 위 젊은 가수의 모습은 전통과 현대의 중간 그 어디에서 묘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음악은 새롭고 낯설었다. 무릉도원을 떠올리게 하는 동양적인 사운드에 영어로 된 가사를 말하고, 재해석된 안무의 비주얼까지 전체적으로 확실한 컨셉을 구사하는 이 아티스트의 이어진 음악들은 꽤 신선한 충격을 줄 만했다.

 

 
 
전통적인 동양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수식어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한 Lim Kim의 음악에는 자기 색깔이 확실한 고음 위주의 랩과 트랙 사운드가 아예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독자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Lim Kim이 내가 알던 투개월의 김예림이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슈퍼스타 K 시즌 3에 나와서 '인어가 사람을 홀리는 목소리'라는 평을 받았던 그녀의 시그니처 음색 대신 Lim Kim으로 말하는 파워풀한 고음과 랩은 이전의 '김예림'의 이미지를 유추조차 못 하게 했다.

그리고 Lim Kim에게는 이전의 김예림에게서 볼 수 없었던 무언가가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음악과 방향성에 대한 주체성이다. 사실 윤종신 산하의 소속사 미스틱에서 나와 4년간의 공백을 가진 그녀의 존재를 나조차 잊고 있었다. 아마 대중들은 '응답하라 1988'의 ost '행복한 나를' 이나, 'rain' 정도로 김예림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예림'시절의 그녀는 숱한 예능을 나오며 다소 지쳐 보이는 얼굴로 말도 안 되는 질문들에 대답하기도 했다. '이전보다 예뻐진 미모의 비결은?' 등등. 소속사에서는 김예림의 허스키하고도 은은한 음색을 살리려 몇 가지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소위 '찰떡'이라고 불릴만한 스타일을 찾지 못했다. 본인도 미스틱의 소속일 때, 하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하지 못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니 그 당시에 그녀가 느꼈던 '내 음악'에 대한 갈망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모든 게 다 정해진 상황에서 '왜 이래야 하지?'하는 의문이 너무 많이 들었기에, 회사에 나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단순히 감성적이고 힐링되는 음악을 하는 단편적인 이미지 이외에도 갖고 있는 수많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소속사'라는 그릇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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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

 

결국 Lim Kim은 미스틱에서 나온 이후로 속에 쌓인 답답함이나 숨겨왔던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아티스트들과 컨택하며 자기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Future Kawaii'나 'No ID'와 함께 음악 작업을 주로 하고, 그 이외에 May Kim 등 여러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총체적 컨셉을 주도하는 모습이 단순히 음악성 좋은 가수를 넘어 '아티스트'이자 '창작자'로 설명하기 충분해 보인다.

또 대중들의 평가를 즐기는 모습이 아마도 Lim Kim의 음악을 동양 여자의 센척하는 힙합이 아니라, 진짜 힙한 언니의 야망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그녀는 지난 5월, 지니뮤직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클리셰가 하나도 없는 영화를 본 지인과의 대화 이후 생각했다. 사람들은 클리셰를 때때로 원하기도 하는데, 내 음악은 클리셰가 하나도 없다. 그것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했다.
 
- Lim Kim, 2019.05.29
 
*클리셰 : 남용의 결과, 의도된 힘·새로움이 없어진 구(상투구, 상투어)·표현·개념


'클리셰가 없는' Lim Kim의 음악은, 나를 비롯해 그녀의 음악과 총체적 아트를 처음 접한 이들이 꽤 충격을 받는 이유일텐데, 그녀와 유사한 음악을 시도하는 레퍼런스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뒤따라 오는 감상들 역시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이지 않을까. 또, 한국 젊은 아티스트들이 쉽게 시도하기 힘든 한국의 민속음악과 테크노, 힙합을 한데 섞는다는 것 자체가 새로움을 유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새로움이 부정적인 낯섬이 아니라, 흥미로운 자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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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Kim, album cover.
 

그리고 이런 야망은 그녀의 음악 속 가사에도 담겨 있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유학을 하며 느꼈던 유교 문화권 동북아시아 여성에 대한 서구의 고정관념들이나,여성 아티스트로서 느꼈던 분노와 시스템의 한계 등 억압되고 긴 시간 동안 누적된 사회의 풍토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동양 여성이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I'm unfuckable Creature Not a young average school girl."
"I need to change up this game
Don't identify self in the male gaze."
 
- Lim Kim, 'SAL-KI(살기)'

 
또, 국적이 무의미해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Lim Kim은 인터넷 시대의 '디지털 유목민'을 배경으로, 스스로 이들을 이끄는 디지털 칸(Digital Kahn)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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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Kim <민족요(with. 전주 판소리 합창단)>


이렇듯 당당하고 주도적인 그녀의 메시지들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또, 이 시대의 젊은 한국 여성 아티스트가 야망을 갖고, 또 그걸 표출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해본다면, 그녀의 이러한 실험과 작업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왈가왈부하기엔 이른게 아닌가 싶다.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최근 내 안에도 있는 야망을 들춰본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 그리고 흔하지 않은 것을 도전하는 용기, 자신의 색깔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식 등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나 뿐만이 아닌 보통의 대중들에게도 있을 법한 니즈들을, Lim Kim이 모두 해냈다. 쉽지 않을 도전을 한 Lim Kim에게 박수를, 그리고 앞으로도 그녀의 야망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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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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