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세상의 모든 상실에게 – 그림처방전 [도서]

나는 왜 이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 걸까?
글 입력 2019.12.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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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한다는 건



창작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창작을 하면 결과물의 거의 모든 요소에 관여하게 된다. 어떤 콘텐츠이든 마찬가지다. 영상이라면 촬영할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기 외에도 화면의 구도와 화면구성, 카메라의 움직임과 밝기, 색상 톤 등을 전부 결정해야 한다. 편집을 할 때도(엄밀히 말하면 기획단계에서 이미 구상이 끝나있겠지만) 어떤 장면을 어떤 순서로 몇 초씩 어떻게 이어붙이고, 어떤 음악과 효과음을 넣을지를 결정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내용은 물론이고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줄 간격과 글자 크기, 글씨체, 상입되는 이미지나 작은 도형의 위치와 모양, 색깔까지. 디테일한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즉, 어떤 작품이든(그것이 좋은 작품이라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없고, 창작자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를 가지고 구현한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창작자의 실력이 부족해서든, 미처 고려하지 못한 작은 부분이든), 그렇게 해석하면 작품도 비평도 보다 가치 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해석자는 이미 완성돼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잉태하고 잇는 것을 끌어내면서 전달한다. 그러므로 해석은 일종의 창조다. ...중략... 해석으로 생산된 인식이 심오할 때 그 해석은 거꾸로 대상 작품을 심오한 것이 되게 한다. 이런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해석이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석은 작품을 다시 쓰는 일이다. 작품을 '까는' 것이 아니라 '낳는' 일이다.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책머리에)

 


그래서 어떤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창작을 해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나온 콘텐츠 뒤에 담긴 노력과 과정을 상상하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의 고민들을 따라가면 지금 여러분 앞의 그 작품은 더욱 특별해진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돌봐야한다



리뷰에 앞서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이 책의 ‘색’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다. 앞에서 언급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책의 색이 ‘주황색’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저자가 책에서 그림을 해석할 때 일부 설명하는 것처럼, 각각의 색은 사람 심리에 특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별히 미술치료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저자라면 더더욱 책의 색에 대해 고심했을 것이다. 보통 처방전이나 약봉투는 신뢰감을 주는 깔끔한 하얀색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초록색을 사용하는게 일반적이다.


약봉투.jpg

 

그런데 그림 처방전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는 이 책은 어찌된 영문인지 붉은 계열의 색(주황색,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다. 빨간 색이라면 이런 이미지일 것이다.

 


stop.jpg

 

 

붉은 계열의 색은 멈추라는 의미, 위험하다는 의미,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책을 열어보니 마침 도입부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눈길이 머무는 그림이 있다면

내 마음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나뉘어서 52개의 그림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처방한다. 그림을 함께 살펴보며 스스로의 마음을 점검할 수 있게 돕고, 그에 맞는 그림을 처방해줌으로써 그림과 함께 마음을 돌보고 알아갈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구조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Part 1.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 자존감을 높여 주는 그림 처방

Part 2. 가라앉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 불안을 잠재우는 그림 처방

Part 3. 슬픔을 잘 흘려보낸다는 것 – 공허를 채우는 그림 처방

Part 4.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 해도 – 무기력을 치유하는 그림 처방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저자는 ‘관계‘에 대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책은 일반적인 연애와 이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지만, 사랑과 이별에 관한 모든 감정을 전부 아우를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했던 연인이든, 가족이든, 일이든, 그 무엇이든. 이 세상의 모든 상실에게 이 책을 돌린다.

 

 

그림처방전_표1띠지.jpg






그림 처방전
- 나는 왜 이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 걸까? -


지은이
김선현

출판사 : 블랙피쉬

분야
인문>심리

규격
150*210mm

쪽 수 : 264쪽

발행일
2019년 11월 06일

정가 : 17,500원

ISBN
978-89-6833-234-0 (03180)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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