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완벽한 타인’과 닮은 듯 다른 이 이야기 - 연극 ‘톡톡’
-
시놉시스
뜬금없이 쌍욕을 발사하는 ‘뚜렛증후군’부터 모든 말을 두 번씩 반복하는 ‘동어반복증’까지. 각기 다른 강박증(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 TOC)을 가진 6명의 환자들이 한날 한 시에 같은 진료실에서 모인다. 바로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를 만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박사의 비행기가 연착되고. 온갖 강박증이 난무하는 난장판의 현장 속에서 무기한 대기를 타던 이들. 마침내 본인들끼리 그룹 치료를 시작하는데…
지금 당장 넷플릭스를 켜시라. 그리고 영화 ‘강박이 똑똑!’을 검색하시라. 위의 시놉시스는 이 스페인 영화의 줄거리이자 프랑스 연극 ‘톡톡’의 줄거리이며 대학로 연극 ‘톡톡’의 줄거리이다. 그렇다. 국경을 넘나드는 슈퍼 IP다.
2005년, 프랑스의 유명 작가 겸 배우이자 TV쇼 진행자인 로랑 바피의 손에서 탄생한 연극 ‘톡톡’은 재미와 작품성을 인정받아 2006년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 상을 수상했다. 이를 시작으로 스페인,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세계 곳곳에서 각 1,000회 이상 공연되었고 마침내 2016년, 한국에 상륙했다. 초연 당시 일반 관객과 평단,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얻어 매년 연말 관객을 찾아오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처음 접했다. 모 영상 제작사에서 IP 발굴하는 일을 할 당시 같은 팀원이었던 분이 이 영화의 각색을 제안했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외국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준 넷플릭스의 은혜에 감복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당시는 영화 ‘완벽한 타인’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흥행공식을 써내려 갈 때였고, 이 인기에 편승해보려는 각종 콘텐츠 제작사들은 저비용 고효율 IP를 열심히 찾아 헤맸다. ‘강박이 똑똑!’ 역시 장소 이동이 없고 캐릭터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이야기를 보면 아직도 ‘완벽한 타인’이 생각난다.
영화 ‘완벽한 타인’과 ‘강박이 똑똑!’은 여러 지점에서 닮았다.
닮은 점 1) 같은 장소, 다른 캐릭터
영화 ‘완벽한 타인’의 무대는 집, 오직 한 곳이다. 연극에서라면 모를까, 100분 동안 공간 이동이 없는 설정은 영화에서 자주 보기 힘들었다. 대략 생각나는 건 히치콕의 영화 ‘로프’ 혹은 코르테스 감독의 ‘베리드’, 김성훈 감독의 ‘터널’ 정도? 이런 영화들은 손에 꼽힌다. 그만큼 영화에서 장소의 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장예술이 아니다. 공간 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뮤지컬, 연극과 달리 영화는 산도, 바다도, 우주도 갈 수 있다. 이것이 영화의 경쟁우위다. 때문에 영화 관객은 뮤지컬/연극 관객에 비해 볼 거리, 들을 거리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고 한 씬이 1분, 즉 장소 이동이 1분 이상 없을 경우 지루함 혹은 어색함을 느낀다. 해서 시나리오를 만들 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1분에 한번씩은 장소가 바뀌도록 하는 것이 공식이다.
때문에 ‘완벽한 타인’, ‘강박이 똑똑!’과 같이 장소 이동이 최소화된 영화들은 ‘볼 거리가 없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패널티를 안고 시작한다. 물론 ‘완벽한 타인’에서도 거실에서 방으로, 방에서 베란다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최소한의 공간 변화가 발생하긴 하지만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시각적 요소에 대한 관객 호응은 기대할 수 없다.
해서 이러한 영화들은 오직 캐릭터로 승부를 본다. 주인공의 개성, 캐릭터 간의 티키타카가 화려한 볼거리의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하다. ‘완벽한 타인’을 생각해보자. 누구는 친구 아내랑 바람피고(이서진), 누구는 게이고(윤경호), 누구는 모르는 여자 가슴사진을 정기 구독한다(유해진). 블록버스터였다면 난잡할 수 있는 이 조합이 장소 이동이 최소화된다면 최고의 강점이다.
‘강박이 똑똑!’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섯 캐릭터의 증세는 모두 다르고, 해서 상황에 대한 반응 역시 모두 다르다. 공통점 하나 없는 인물들의 조합은 낯설고, 그래서 웃기다.
“고의로 그렇게 말씀 드린 게 아닙니다. X발 개자식! 미안합니다.”
통제불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는 욕설, 뚜렛증후군 프레드.
“13개월 반, 410일, 9,840시간, 590,400분, 35,424,000초나 기다렸다고!”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쉬지 않는 계산, 계산벽 벵상.
“두 분 손에 세균이 있어요. 제 눈에는 세균이 보여요.”
잠시 앉을 틈도 없이 손 씻기 바쁜, 질병공포증 블랑슈.
“하느님 아버지. 우리 집 가스, 수도, 전기를 다 끄지 않고 나왔으면 어떡하지?”
50번을 확인했어도 다시 확인 확인 또 확인, 확인강박증 마리.
“제 이름은 릴리에요. 제 이름은 릴리에요”
무조건 두 번씩 말하는, 무조건 두 번씩 말하는 동어반복증 릴리.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대칭이 아닌 걸 보고 그냥 넘어가는지.”
모든 사물은 서로 대칭을 이뤄야 하는 대칭집착증 밥.
- 연극 '톡톡'의 캐릭터 소개 -
닮은 점 2) 현대인이 공감하는 사건
‘완벽한 타인’에서 갈등의 발단은 스마트폰 게임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오는 모든 알림과 연락을 타인과 공유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제 2의 자아, 분신이다. 스마트폰은 내가 누구와 연락하고 누구를 차단했는지, 어디에 가고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보고 들으며 통장 잔고는 얼마나 되는지-까지 모두 알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은 한 마디로 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가장 사적인 영역이다.
이런 스마트폰을 타인과 공유하라니! 2019년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상황을 마주한 주인공들의 당혹스러우면서도 궁금한 심리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2019년을 살아가는 현대인 중 강박증 하나 없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그것이 크건, 작건 간에 하나씩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일례로 나는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샤워를 해야 한다. 밖에 나갈 일이 없을 때도 무조건 한다. 샤워를 안 하면 내가 너무 게으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누군가는 각종 어플이 보내는 알림은 무조건 지워서 배경화면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고 누군가는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항상 최고의 완성도를 지향한다. ‘설렁설렁’ 하는 것이 도무지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인의 강박증은,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경쟁사회의 지속과 심화에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도, 인간관계도, 여가도 모두 완벽한 것이 바람직하다는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은 분명 통용되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다른 점) 끝 맛
하지만 두 영화에는 차이점 역시 존재한다. 바로 결말이다. ‘완벽한 타인’은 한바탕 웃음 뒤에 씁쓸한 끝 맛이 따라온다. 그 끝이 지나치게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해서 영화는 ‘연인끼리 보지 마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블랙 코미디’라는 세부 장르로 분류된다.
‘강박이 똑똑!’은 다르다. ‘완벽한 타인’은 멀쩡한 듯 보였던 주인공들의 치부가 하나씩 드러나며 하향곡선을 그리는 과정에서 웃음이 발생한다면, ‘강박이 똑똑!’은 엉망진창이었던 주인공들이 점차 성장하는 지점에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바로 이 때문에 연극 ‘톡톡’이 ‘힐링 코미디’로 인기를 얻으며 매 연말 관객을 찾아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연극 ‘톡톡’은 분명 따듯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이다.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따듯한 연말을 보내고 싶은 관객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이 이야기가 즐거운 웃음, 그 뒤에 완벽함에 대한 약간의 사유까지 끌고 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톡톡
- 대학로 대표 힐링 코미디 연극 -
일자 : 2019.11.21 ~ 2020.02.09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월 쉼
*
12월 매주 금요일 4시, 8시 공연
01.24(금)/25(토)/26(일) 3시, 6시
01.27(월) 4시
01.28(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박민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