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억과 향을 만드는 순간, 인센스 스틱(Incese Stick) [문화 전반]

향기와 기억들을 일상 속에서 더욱 쉽게 남길 수 있는 방법
글 입력 2019.11.21 22: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burn.jpg

 

 

어릴 때부터 나는 나무 태운 향을 좋아했다.

 

아주 어릴 때 할머니의 집에 가면 열심히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다 같이 불을 앞에 두고 무언가가 익기를 바라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양한 행위들을 나눴다. 그래서 나무가 태워지는 냄새가 누군가에겐 맡기 싫은 재 냄새에 불과할지 몰라도, 나에겐 왠지 안정되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나에게 나무를 태운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또 누군가는 자동차 기름 넣는 냄새를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서 본 기억이 난다. 아마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향 일지라도 그 사람에겐 바꿀 수 없는 기억이 섞인 냄새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게 냄새, 혹은 향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그와 관련된 기억이나 상황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건, 왠지 시각이나 청각처럼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취향과는 달리, 각자만의 경험이 지대하게 담겨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 때문이기도 한데, 오감 중에 ‘후각’만이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번역계와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어찌 됐건, 이런 향기와 기억들을 일상 속에서 더욱 쉽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인센스 스틱(Incense Stick) 이다.

 

 

incenseStickImage.jpg

 

 

인센스 스틱을 접한 건 한 1년 반 전쯤이었는데, 자주 가던 편집숍에 육각형의 낯선 물건이 잔뜩 쌓여있었다. 새로운 물건은 그 공간을 전에 없던 향기로운 향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초록색 Rain Forest라는 이름을 가진 인센스 스틱을 집어 들고 집에 와서 불을 붙였다.


불을 붙인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집 안에 나무를 태우는 냄새와 함께 시원하고 상쾌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그때부터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인센스 스틱과의 첫 조우 이후로 궁금해지는 향을 종종 몇 가지 구매해 기분에 따라 다르게 피웠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는 안티 스트레스 향을, 달달해지고 싶은 기분일 때는 코코넛 향을, 왠지 부유하는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을 때는 레인 포레스트를, 그. 외에도 때마다 다른 향을 태웠다. 그리고 향과 함께 일 때, 혼자만의 기억들을 풍부하게 채워가는 기분이 들었다.

 

 

rainforest.jpg


 

인센스 스틱이 캔들 같은 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데, 그건 바로 ‘태운다’는 행위의 본질에 있지 않나 한다.

 

양초는 ‘녹이는’ 행위이고, 향수는 ‘뿌리는’행위지만, ‘태우는’행위는 아니다. 인센스 스틱은 불을 붙여 ‘태운다’는 행위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태우는 속성만의 특유한 향이 더해지고, 물성이 사라지는 시간이 다른 향의 속성과는 차이가 있다.

 

태워지는 스틱을 바라보고, 향을 느끼는 시각과 후각이 결합한 복합적 경험은 아마 일상 속에서 가장 쉬운 공감각적 힐링이 아닐까. 그러니 이렇게 다른 종류의 향기에선 접하기 힘든 경험이 인센스 스틱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인가 싶기도 하다.

 

 

burn3.jpg


 

향을 태우다 보니, 나름의 기호도 생기게 되었는데 주로 나그참파나 HEM에서 나온 제품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나그참파는 역사가 깊다. 나그참파의 창업자였던 SHRI SATYAM SETTY가 인도 벵갈루루 지방에서 여행하던 도중, 인도의 유명한 구루(GURU) SATYA SAI BABA에게 영감을 받아 나그참파 향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1963년부터 출시된 나그참파는 이때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인센스 스틱으로 성장했다.

 

다만, SHRI SATYAM SETTY 이후 그의 두 아들이 가업을 이으며,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만든 향의 깊이감이 다르니, 초록색 라벨을 잘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india2.jpg


 

그리고 사실 왠지 이국적인 이 향을 피우다 보면 은연중에 인도의 요가원에 와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실제로 인도에선 요가나 수행 중 향을 피우는 것은 물론, 제의의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습관처럼 향을 피운다고 한다.

 

60년대 말 미국에서는 자유, 평화, 사랑을 외치는 히피 문화의 부흥과 함께 젊은이들이 인도에서 자국으로 가져가 열광했던 향이 바로 나그참파 이기도 하다. 또, 그 시대 미국인들이 동양 정신세계에 호기심을 갖고 인도여행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많은 유명인이 명상을 할 때도 향을 피웠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화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향을 피우는 행위’가 한국에서는 관념적으로 제사할 때 하는 행위라고 인식되어왔기 때문에 왠지 인센스 스틱을 피우면서 이질적인 기분에 빠질까 두려울 수 있다. 또, 향을 피우며 나는 연기가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꺼려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131111.jpg

 

 

그렇다면, 하나의 팁을 소개한다. 국내 인센스 스틱에 비해 향이 강해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는 인도산 향을, 태우지말고 공간 곳곳에 배치해두자. (국내산 스틱도 괜찮은데, 좀 더 은은하다.) 인도의 스틱은 가루가 많이 묻혀져 있을수록 고급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여러 이유로 태우기엔 좀 주저하게 되는 강한 향의 스틱을 집안 곳곳에 두기만 해도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추가로, 건강상의 이유가 많이 염려된다면, 시중에 파는 외국산 향 말고, 국내에서 성분표기가 된 향을 피우는 방법도 있다. (능혜스님이 만든 취운향당의 향 제조공장에서 나온 향은 모두 한약 재료로 만들어 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전통 향을 만들 때 사용되는 6가지 향 약재 (침향, 백단, 자단, 목향, 계피,안식 등) 스님이 경험을 통해 고른 20가지 한약재가 투입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stick.jpg


 

그러니, 나만의 공간에 향을 피우며 순간의 향이 담긴 기억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한개의 향이라도 좋으니 향을 태우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의 일상이 더 풍부해지길.

 


[고유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