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가 된 화가들의 삶, 그들의 ‘별밤’을 위해 - 치유미술관 [도서]

<치유미술관> 리뷰
글 입력 2019.11.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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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뭉크, 칼로, 모네, 클로델…

그들을 소환, 인터뷰하다

 

 

<치유미술관>은 아픔이 낳은 명화이야기이다. 화가들이 한 인간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아픔과 내면적 갈등, 또 마음의 병을 어떻게 명화로 승화시켰는지 보여준다. 그들이 고통을 이기고 명화를 그리는 과정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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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간 참 많은 미술관을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을 시작으로 서유럽 여행을 하며 바티칸 미술관, 런던의 내셔널갤러리를 찍었고, 최근 동유럽 여행 때는 그 유명한 클림트의 <키스>가 전시되어 있는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까지 가보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곳에서 무엇을 봤느냐, 무엇을 느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어릴 적에야 스케치북에 여러 그림을 끼적이며 놀았지만 잘하지 못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당연했고, 그렇게 학창시절의 미술 시간은 무언가를 배운다기보다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여전히 미술은 어렵다. 신을 주로 그렸던 고전미술도, 몇 년 전에 교양으로 배웠지만 여전히 난해하기만 한 현대미술도 나에게는 너무 어렵기만 하다. 표현주의니 인상주의니, 입체주의니 하는 말들도 잘 모른다. 미술사조도 모르는데, 화가를 알 리는 더더욱 없다.

 

그래도 이번 독서를 통해 단 한 가지는 확실히 배운 것 같다. 배웠다고 표현하지만 마음 아픈 깨달음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기에, 현대에 찬양받는 대부분의 화가들은 예술과 자신의 삶, 그리고 행복을 맞바꾼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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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설정한 가상의 공간, ‘소울마음연구소’에는 다양한 화가들이 찾아온다. 그중에는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화가도 있고, 아직까지는 생소한 화가도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미술’을 사랑하고, 그래서 그 미술로써 먹고 살고 있으며, 또 그 때문에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늘 궁금했다. 왜 그들은 늘 ‘아파’했던 걸까? 아니, ‘아파’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는 걸까? 이는 화가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화가처럼 음악가도, 조각가도, 작가도, 소위 ‘추앙받는’ 예술가들은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산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내적인 고통 없이는 훌륭한 예술이 탄생하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물론 예술이란 것이 창작자의 마음과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기에 내면의 힘이 필수불가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그런 큰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 할 의무는 없을 텐데.

 

저자의 분신 ‘닥터 소울’의 상담을 받으며 화가들은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서 ‘승화’시키는 것이다. 본문에 수록된 화가들의 인터뷰는 실제 그들이 했던 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진정 자신의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었을까?

 

모두가 그러하지는 못한 것 같다. 행복과 기쁨만 그리고 싶어 했던 르누아르처럼 그림으로서 행복 찾기를 성공한 화가도 분명 있지만, 고흐처럼 끊임없이 신경쇠약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자해를 하고, 결국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도 있다. 그뿐일까, 자신을 버린 연인에 대한 미련과 경제적 궁핍, 가족들의 외면에 따른 정신질환으로 30년 세월을 홀로 정신병원에 수감되어야만 했던 조각가 클로델과 뒤늦게 뛰어든 미술의 길에 죽는 날까지 크게 인정받지 못한 채 그리움에 시달리며 눈을 감은 고갱도 있다.

 

‘닥터 소울’을 찾아온 모든 내담자는 모두 현재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이다. 하지만 살아생전 현재가 행복하지 못했다면 미래의 명성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해피엔딩이 아닌 이야기는 항상 무겁다.

 

물론 우리는 그들이 예술을 하던 순간,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연인과 사랑하던 순간의 행복 등 그들의 모든 사소한 순간을 판단하여 ‘불행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럴 자격도, 권리도 없다. 그럼에도 겉으로 알려진, 그림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결코 순탄치 못했던 그들의 생(生)을 관통하고 있었기에, 가볍게 넘어가는 종이에 비해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은 한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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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The Starry Night)> “어느 날 창밖으로 별빛을 보게 된다면 이런 풍경이 나를 맞이해 주었으면” p.288)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달라진 시대와 그에 따라 변한 가치관은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정한다. 다만 들었을 뿐이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숨결이 담긴 그림을 보는 것, 그것을 감상하며 그들을 추억하는 것뿐이기에 그에 최선을 다한다. 더없이 아팠던, 그래서 외로웠던 모든 예술가들이 그들만의 ‘별밤’에서는 평온하기를 바라며.

      

 

치유미술관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저자: 김소울

발행일: 2019. 10. 02

책크기: 152*210*18㎜(반양장)

쪽수: 364쪽

가격: 17,000원

ISBN : 978-89-97008-46-9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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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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