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아름다운 바르토크의 불협화음을 만나는, 모리스 콰르텟 제24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19.11.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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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 사이의 냄새가 코끝을 적시는 11월. 실내악을 듣기 정말 좋은 시기가 돌아왔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이번달에 있는 수많은 공연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공연이 보였다. 바로 11월 12일 화요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진행될 예정인 모리스 콰르텟의 제24회 정기연주회다. 콰르텟의 이름에서부터 모리스 라벨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는 이들은 현재 바르토크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시리즈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24회 정기연주회 역시 바르토크의 작품을 포함하여 공연을 준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르토크의 그 오묘한 작품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는데, 이번 모리스 콰르텟의 공연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바르토크의 작품 전후로 하이든과 모차르트 작품을 배치했다는 데 있다.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5도'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불협화음'으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사이에 배치된 바르토크의 작품. 모리스 콰르텟의 이번 공연 부제가 "불협화음"인데, 프로그램의 배치만 보아도 그 엄청난 대비가 확연히 느껴졌다. 바르톡의 현악사중주를 전부 연주하는 시리즈를 진행함과 동시에 고전 작품들을 전후에 배치시켜 극적인 대비를 이루어내고자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PROGRAM


J. Haydn
String Quartet in D minor Op. 76-2 Hob. III : 76 “Fifths”

 

B. Bartók
String Quartet No. 3  Sz. 85
   
W. A. Mozart
String Quartet in C Major K. 465 "Dissonance"

 


 

 

시작은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라단조 '5도'로 시작한다. 이 작품은 하이든의 후원자였던 요제프 에르되디 백작에게 헌정되었던 현악사중주 작품집 에르되디(Op.76)에 속한 곡으로, 작품집 내의 6곡 중 유일하게 단조로 작곡되었다. '5도'는 수많은 현악사중주 곡을 남긴 하이든이 음악적으로 이미 원숙해진 말년에 완성하였다. 그래서인지 1악장에서부터 특별히 힘주지 않고도 스케일과 깊이를 표현해내는 것 같다. 특히 1악장에서 음이 5도 아래로 하행하며 진행되는 것에서 이 작품의 부제인 '5도'가 붙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1악장의 비장미가 극대화되는 것 같았다.

 

2악장은 1악장에서 느껴졌던 속도감과 장엄함이 한층 톤다운되면서 부드러운 무드로 전환된다. 그러나 리듬감을 살려 루즈하지 않은 구성을 살렸다. 짤막한 2악장 뒤에 이어지는 3악장은 미뉴에트인데 카논 형식으로 진행된다. 바이올린의 주도로 주제 선율이 진행되는 동시에 비올라와 첼로가 저음부 선율로 뒤쫓아가기 시작하는 3악장은 음원으로만 들어도 아주 매력적이다. 1악장과는 또다른 긴장감을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이어 받은 피날레는 훨씬 경쾌한 선율로 박진감 있는 대미를 장식한다.

 

*

 

현악사중주의 청아하고 아름다운 앙상블을 맛볼 수 있는 하이든의 작품에 뒤이은 바르토크의 현악사중주 3번은 아주 강렬하다. 악장을 구분하지 않았지만 작품 내에서 4개의 부분을 나누어 구성한 이 작품은 시작부터 실험적인 선율이 느껴진다. 1부인 Prima parte는 굉장히 음산하고 무거운 현악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사실 소리가 너무 압도적이라 몰랐는데 이 1부에서는 메인 테마를 카논 기법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바로 직전의 하이든 작품에서 듣는, 어쩌면 가장 익숙한 형태의 카논과는 너무 다르게 느껴져서 설마 이게 카논 방식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2부인 Seconda parte는 민속적인 선율이 느껴지는데, 1부와 달리 활발한 리듬감이 느껴진다. 다만 리듬감이 느껴진다고 해서 일반적인 분위기를 기대하면 안된다. 주제선율의 모방이 빨라지면서 점점 속도감이 증폭되는데, 여기서부터 이제 엄청난 현악 주법들이 쏟아져 나오며 분위기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피치카토보다 훨씬 강하고 날카롭게 현을 튕기는 이른바 '바르토크 피치카토'가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어지는 3부는 1부의 요약적 반복(Recapitulazione della prima parte)으로, 알 수 없는 활력이 넘쳤던 2부에서 또 다시 환기하여 절제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 4부는 2부의 재현을, 복잡다단한 카논으로 풀어나간다. 아주 오묘한 화음과 함께 끝나는 4부는, 어쩌면 바르토크의 가장 강렬한 감정이 집약적으로 잘 드러나는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

 

이번 모리스 콰르텟 공연의 마지막 작품은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불협화음'이다. 이번 공연의 부제와도 일치하는 이 작품은 이번 무대에서 연주될 작품 중 가장 연주시간이 긴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1악장에서 느린 서주를 거쳐 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서주를 잘 들어보면 불협화음이라는 작품명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앞선 바르토크의 작품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18세기 후반 기준으로는 음의 진행이 부자연스러운 불협화음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다지오에서 알레그로로 넘어가는 순간, 누구에게나 익숙한 모차르트의 세계가 다시금 펼쳐진다.

 

2악장은 1악장의 활기차고 밝은 세계에서 벗어나 다소 중후하고 고아한 정서로 가득하다. 부드럽고도 힘 있는 선율, 깊이감 있는 화음이 어우러져 객석에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줄 대목이다. 왜냐하면 3악장은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 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뉴에트 악장인 3악장은 부드러운 듯한 선율의 진행 속에 강약의 완급조절이 함께 이루어지며 다소 익살스러운 느낌까지 준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평화로운 2악장과는 사뭇 대비되는 진행이다.

 

스케르초적인 면모까지 엿보이는 3악장을 지나고 나면, 피날레답게 화려한 4악장이 기다리고 있다. 산뜻한 선율과 리듬감으로 시작하는 4악장은 점차 힘찬 선율과 함께 복잡한 리듬을 발전시키기 시작하며 절정을 향해 질주한다. 조성을 넘나들며 격정을 노래하다가 다시금 맞이하는 주제는 새삼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치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원하는 바를 쟁취해낸 승리의 노래처럼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 끝에 맞이하는 상쾌한 대미는 불협화음이라는 이름과 대비되어 더욱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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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콰르텟(Maurice Quartet)은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음악 세계를 담아내고자 2004년 창단되었다. 소리를 다양한 시선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라벨의 정신을 담아 2006년 기획된 ‘컬러’ 시리즈와 이어 진행된 ‘맛’ 시리즈, ‘레인보우 콘서트’ 등은 참신한 기획으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는 모리스 콰르텟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더불어 음악적 깊이의 함양을 함께 지향한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시리즈를 포함하여 올해 바르토크 사중주 전곡 시리즈를 시작한 이들은 이번 무대를 통해 객석이 더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깊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제1바이올린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선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KCO 수석단원으로서도 활동하며 다양한 학교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제2바이올린 바이올리니스트 한혜리는 선화예고 및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도독하였으며 부천필 1수석을 역임한 바 있어 이러한 경력으로 현재 알테무지크서울 리더로 활동하고 있고 모교인 선화예고 등에 출강하고 있다. 한편 비올리스트 홍지혜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한예종을 졸업하였고 현재 올라 비올라 수석단원으로 활동하며 한예종과 서울예고, 선화예고 등에 출강하며 활동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첼리스트 왕혜진은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현재 한예종 및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교편을 잡은 동시에 Trio Paradia의 멤버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창단 이래 15년이 지난 지금, 벌써 24회 정기연주회를 갖는 모리스 콰르텟의 바르토크 전곡 연주 시리즈. 마치 단짠의 조화와 같이 고전과 현대의 엄청난 간극을 넘나들며 깊은 음악을 들려줄 모리스 콰르텟의 이 엄청난 여정에 함께 참여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음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2019년 11월 12일 (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모리스 콰르텟
1바이올린 박지선
2바이올린 한혜리
비올라 홍지혜
첼로 왕혜진

 

전석 3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관 : 조인클래식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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