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는, 살라! [시각예술]

전쟁, 자연환경, 난민, 우리 사회의 문제에 치열하게 부딪히며.
글 입력 2019.10.3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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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영의 시나리오 <12개의 문고리>는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한다. 동화의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구와는 다른 행성에서 여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어린왕자의 모습. 시나리오 <12개의 문고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 아이’와 ‘고래’는 순수한 존재로 그려진다. 반면 현실은 전혀 순수하지 않다. 어두컴컴하고 공포감이 증폭되는 전시장처럼.

 

작가는 왜 인류 역사의 시발점과 종말에 관한 거대한 이야기를 어린 남자아이와 고래에게 맡긴 것일까.알란 쿠르드와 밍크 고래 그들은 인류 역사의 종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알란 쿠르드는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이다. 2015년 터기의 한 여성 사진기자가 찍은 알란 쿠르드의 사진은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쓰레기가 바다에 쓸리듯 쓸려온 너무나도 연약한 세살의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문제들로 인해 자신의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밍크 고래라는 거대한 자연은 인류의 무자비함에 굴복했다. 인류라는 환경에 부딪힌 밍크 고래는 멸종 위기종이다.

 

전시장 곳곳 어린 아이와 고래를 볼 때면, 시나리오 안의 한 인물로 그들의 모험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들의 호기심과 모험의 끝을 우린 알고 있다. 그들에게 말해주기엔 너무나 슬퍼 그냥 그들의 모험을 지켜볼 뿐이다.

 

박윤영 작가는 과거 성경 모티프를 활용한다. 인류 역사의 시발점을 성경 모티프로 표현해 냈다. 인류 역사의 시발점 이외의 많은 요소들이 성경으로 포함되어 있어, 성경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사실 관람하며 성경의 기본적인 서사들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했다. 관람객을 위한, 친절한 작품과 이야기 구성을 갖춘 전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서사적인 부분을 서양에서 차용했다면, 작가의 작품 표현은 동양적이다. 병풍을 캔버스 삼아 표현하고, 그림체도 굉장히 선적이다. 동양과 서양의 이질감이 전시를 더 몽환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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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모티프를 얻은 시나리오이지만, 작가는 인류의 시발점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람은 아님을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기후 난민 문제, 자연 환경문제로 대표되는 시나리오의 주인공들과 더불어 영상 전시실에 가시화 되어있는 핵과 관련한 픽토그램들이 있었다.핵이라는 인류가 만들어낸 무기는 항상 공포를 주는 무언가는 아니지만, 국제적인 정서 속에 그 모습을 숨기고 있는 인류 종말의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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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문고리에서 두크두크디야는 노아에게 ‘원한’의 의미를 설명하며 말한다. “그러나 그들도 처음에 무슨 일로 소동이 벌어진 줄은 몰라.” 원한이라는 이름으로 종말을 맞이하기 직전이지만 그 원한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지 못한채 싸운다. 이는 결국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열한 번째 문고리,

 

"너는,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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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이 다가와도 그것을 모른채 우리는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말의, 소동의 원인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제2의 알란 쿠르드와 멸종 위기종들이 나오지 않도록 살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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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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