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상상이라는 스크린에 담긴 현실 - 제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글 입력 2019.10.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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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상업적인 영상 예술 장르중의 하나인 영화는 늘 우리 주변에 살아 숨쉰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고 대중적이기 때문이고 2시간이면 원하는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앞에 있는 콘서트장이나 소극장을 찾는 건 쉽지 않지만 대한민국 어디서든 우리는 영화관을 찾을 수 있다. 혹시 집에 나가기 귀찮고 2~3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긴다면 TV를 틀거나 OTT서비스를 이용해 원하는 영화를 찾아 그 2시간을 손쉽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단편 영화로 눈을 돌려보면, 대중 영화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단편 영화는 보통 모든 크레딧을 포함해 40분 내외의 상영 시간을 가진 짧은 오리지널 영화를 말한다. 짧디 짧은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제한적이고 함축적으로 40분에 담겨있다.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기는 쉽지 않지만, 요즘은 단편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단편/예술/독립 영화 전문 영화관에 사람들이 스스로 찾기도 하고, 대형 영화관에서도 관객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독립 영화 전용 상영관을 늘려가는 추세다.


이처럼 단편 영화의 관심이 서서히 증대되는 요즘에 단편영화를 위한 ‘제17회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가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 간 열린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총 5,752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안성기 집행위원장을 필두로 장준환 심사위원장, 박서준/주보영 특별 심사위원까지 영화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이번 단편영화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개막작



개막작은 그 영화제의 특성을 가장 잘 담고 있으며 가장 먼저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제 프리뷰에서도 다른 작품들보다 우선 개막작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두편의 개막작 중 에릭 바롤린 감독의 Bermuda를 먼저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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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웨이트리스 조나는 사장이 시키는 대로 억지로 그날 찾은 유일한 손님에게 말을 건네게 된다. 일상적인 대화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고, 그녀의 인생을 뒤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스웨덴 출신의 감독이 기획한 ‘버뮤다’라는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예상할 수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미스터리 소재인 버뮤다 삼각지대를 연상시킨다. 짧은 소개글에 나타난 것처럼 일상이라는 항해를 하다가 어떤 이야기를 만나 그 항해가 버뮤다 삼각지대로 빠지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버뮤다 삼각지대가 상징하는 바는 ‘현실과 동떨어진 곳’이다. 조나가 마치 버뮤다에 빠지는 비행기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실종될 지, 아니면 버뮤다는 사실 언론과 미스테리 학자들이 지어낸 망상일 뿐이라며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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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그렉 롬 감독 작, <약탈자들>이다. 10분 30초동안 은행 강도사건에 대해 다룬다. 소개글의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게 그려진다.”라는 대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은행을 터는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결국 상상에서 나온 결과물이겠지만, 우리는 그 상상에서 현실을 본다. 인간은 자신이 본 현실로부터 혹은 자신이 보고싶은 현실로부터 상상하기 때문에, 그 상상과 허구는 현실로 돌아와 의미를 갖는다.




국내경쟁



단편영화제는 국내 경쟁작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짧은 영상으로 강렬한 주제의식을 전달하는데는 단편영화가 가장 적격이기 때문에, 단편영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을 짚어볼 수 있다. 단편영화들을 보다보면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우리가 말하고싶었지만 말할 방법과 수단을 몰라 지나쳤던 문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다.

 

사회 양극화 문제는 이미 너무나도 많이 회자되어 왔고, 최근에는’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 됨에 따라 영화계에서도 여성과 성별 담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대 최다 출품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입장에 놓인 인물들을 다루려고 한 점은 고무적이었다.

 

또한 아직 사회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아이와 청년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단편들”이 주목할 만하다고 한다. 더하여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시도한 작품들도 많다하니 한국 영화의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제 시작전 소개글과 함께 몇몇 작품을 먼저 살펴보자.

 

 

<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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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수영대회 팀원을 뽑는 시합에서 최종 엔트리에 오르게 된 중년의 여성 명자. 명자는 중학생 소녀 지규에게 팀원자리를 양보하고 싶지 않다.”


 

소개글 자체가 너무나도 인상깊었다. 꿈과 열정은 왜 청춘들만의 것이어야 하는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왜 하고싶은 걸 포기해야만 하는가.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각 세대에게 가져야 할 가치관을 은근히 권유한다. 청춘들은 꿈을 꾸고 야망을 가지라고, 중년들은 헌신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등 안정적으로 살라고 주문한다. 그게 현실적이라는 이유와 세상의 압박 앞에 대부분 사람들은 그 가치관을 따라간다. 꿈틀대는 걸 꼭꼭 가슴 속에 숨겨놓은 채 살았을 '명자'의 성장 영화가 어떻게 끝맺을지 궁금하다.

 

 

<노량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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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주>가 꿈과 열정을 다룬다면 <노량대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노량진의 이야기를 다루는 듯 하다. 일탈을 하게 된 임용고시 5수생 연주는 '바로잡을 기회를 잡는다'라는데 63빌딩을 옆으로 한 주인공의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대표사진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팔에 붕대는 왜 감고있을까, 손에 들고 있는 정체모를 쪽지와 열린 가방에 삐죽 솟아있는 것의 정체는 뭘까. 청춘들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상징적인 곳이 되어버린 노량진, 가장 차분하고 조용할 것 같은 그 곳에서 벌어질 이야기 <노량대첩>을 기대해보자.

 

 

<왜냐하면 오늘 사랑니를 뽑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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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번역된 제목이 "Because We Don't Know Who We are", 우리는 우리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다. 영화는 "위로 받고 싶은 마음"과 그 마음을 가지는 게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고 그 밑에는 핸드폰 충전기가 놓여져 있고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가 의자에 걸려있고 너무도 일상적인 사람도 위로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 트레일러가 올라와 있어 1분 정도 감상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중요한 걸 빼먹은 듯한 느낌이다. 우리가 요즘 인생에 던지는 질문 중 가장 짧고 중요한 질문 "왜?"에 대한 해답을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상상이라는 스크린에 담긴 현실


 

영화를 보면 느껴지는 몰입감은 큰 스크린과 큰 음향뿐만 아니라 영상이 담고 있는 현실에서 온다. 영화에는 우리가 보고싶어 하는 현실도 있지만 보고싶어하지 않는 현실까지 담겨있다. 왜 영화를 만들까?라는 질문에는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이 담겨있다. 이번 단편영화제에서도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 지에 주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영화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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