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립애니메이션만의 매력, 인디애니페스트2019

글 입력 2019.09.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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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5회를 맞는 인디애니페스트에 다녀왔다. 인디애니페스트는 한국독립 애니메이터들의 실험적 시도와 가능성에 주목하고, 애니메이션의 영역확장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열리는 영화제다. 그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로 무장한 독립영화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우리나라 기성작가들의 독립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독립보행 2, 아시아의 다양한 나라들에서 엄선된 작품을 볼 수 있는 아시아로 2. 두 프로그램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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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보행 2



독립보행 2는 한국독립 애니메이터들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상업 애니메이션들만 주로 보던 나였기에, 초반에는 독립애니메이션의 거친 느낌이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 거친 느낌이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좀 더 풀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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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의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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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보행 2에서 가장 좋았던 애니메이션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이 애니메이션을 꼽을 것 같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이 지구에 살아있는 존재라면 각각 자신만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이 사실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이다.


등장인물은 할아버지 나무, 어린 바오밥 나무, 중년의 여성, 달리는 여성, 그리고 작은 개 하나. 이들의 시간은 각각 다르지만, 같은 지구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10분여가량의 애니메이션 동안 명확한 서사나 대화는 전혀 나오지 않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혀 어려움 없이 다가온다.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부드러운 울림을 느낀 사람은 나 하나뿐이 아닌 것 같다. 움직임의 사전은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단편 부분 뿐만 아니라 칸 영화제 the diretors' fortningt 부분에 진출해 한국 인디 애니메이션의 우수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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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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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으로는 이 작품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 역시 특별한 서사나 대사가 있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인류의 문명 발전 과정과 예술사의 흐름을 엮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새로웠다.


특히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비교되는 밝고 다채로운 색채들이 시각적 즐거움을 충족 시켜 주었다. 영상은 매우 빠르게 진행됐는데, 진화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빠른 템포가 영상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역할도 했지만,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예술사와 인류 문명 발전 과정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으며,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 장면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처럼 가장 독립보행 2에서 좋았던 애니메이션들은 뚜렷한 서사 없이 영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10분 전후의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서사를 진행할 경우 그 서사가 빈곤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서사를 풍부하게 잡아도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할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독립보행 2에서도 서사를 줄이고 직관적으로 화면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왔으면 더 좋았을 작품들이 꽤 있었다. 특히 ‘대머리 마을 이발사’ 같은 경우, 농촌 마을에 있는 이발소의 디테일함을 잘 살리면서도, 소가 머리를 핥으면 머리에서 풀이 자라난다는 참신한 서사까지 잘 진행되었으나, 막판에 이르러 짧은 진행 시간 때문에 서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매우 아쉬웠다.



 

아시아로 2


 

아시아로 2는 아시아에 있는 다양한 국가에서 선발된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한 나라에서 선발되어 오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매우 높았으며, 그 만큼 기억에 남는 작품들도 많았다. 이 프로그램 역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을 위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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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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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와 알 사이에서 태어난 생물, 바실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상업애니메이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더불어 서사가 명확해 6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짜리 영화를 본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실리스크’라는 소재도 매우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거나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괴물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바실리스크는유럽의 신화에서 나오는 존재라고 한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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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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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니페스트에서 관람한 애니메이션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서사 역시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방대했는데, 그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애니메이션 역시 매우 완성도가 높고 특유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꿈을 빼앗겨 더는 자라지 못하는 하층민들과, 꿈을 먹으며 한없이 커지는 지배계층이 살고 있는 사이에 한 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서 이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사회적 권력의 차이를 그림을 통해 크기의 차이로 나타냄으로써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다 직관적이고 강렬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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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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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한 올은 한 남성의 추억을 바탕으로 홍콩 역사를 조망한 애니메이션이었다. 누가 봐도 홍콩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뚜렷한 색채와 흐름이 인상 깊었다. 또한 단순히 홍콩 역사를 보여주는 것보다 개인의 삶과 홍콩 역사를 연결하면서 시대의 흐름이 개인의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메시지도 강렬하게 전달했다.


특히 빠지는 머리카락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영화나 드라마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애니메이션만의 연출을 구현해냈다. 더불어 그 연출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드러냄으로써 영화와 드라마와는 다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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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시아로 2에서는 아시아의 다양한 나라들에서 온 완성도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묘지에서의 하룻밤’ 같은 경우에는 이스라엘의 순례 도시, 제파트의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이스라엘 공동묘지의 모습이나 순례길 등을 볼 수 있어 유의미했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연출이 들어가는 상업 애니메이션과 달리 어느 정도 자본이나 가능한 연출방식에 한계가 있는 독립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오히려 예상치 못한 연출방식이나 서사 전달 방식이 나와 새롭고 즐거울 때가 많았다. 책과 같은 언어 매체와 애니메이션이 다른 점,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 매체와 애니메이션이 다른 점을 실감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뛰어난 작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가 적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독립애니메이션의 이와 같은 매력이 많이 알려져 상영관이 관객으로 꽉 차기를 소망해 본다.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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