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메라와 꿈, 영화 "인셉션" 분석 [영화]

글 입력 2019.09.2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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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의 대중예술 이론을 바탕으로 영화 <인셉션>을 분석했습니다.


벤야민은 영화가 ‘카메라 기술 등을 통해 대중들의 무의식 세계를 침투해 들어가 위협으로 느껴지는 정신이상에 대해 예방접종의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2007, p.24) 영화 <원티드>의 주인공 웨슬리가 밥 맛 없는 직장동료에게 한 방 날릴 때 통쾌해 하기도,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보며 대신 설레기도 한다.


영화 《인셉션》 (Inception, 2010)의 핵심 소재는 “꿈”이다. 주인공 ‘코브’는 코볼 주식회사에서 타겟의 꿈에 잠입해 기밀을 빼내는(deception) 추출자다. 영화는 코브가 사이토의 꿈에서 기밀을 추출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된다. 사이토는 코브와 그의 팀 메이트인 아서의 목숨을 살려주고, 더불어 그가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경쟁 기업의 회장 아들인 로버트 피셔에게 ‘기업을 분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달라고(Inception) 제안한다. 코브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사이토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코브는 토템에 의존한다. 그에게 꿈과 현실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는 "깨어나기 위해 꿈을 꾼다". 코브는 아내인 멀을 만나기 위해 꿈속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바꾸어야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그의 림보에서 자신의 투사체인 멀에게 너는 멀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고 말한다. 코브는 분노를 하기만 하는 일차원적 성격의 멀을 보며 코브는 꿈과 현실을 마침내 구분한다.


영화는 기계 장치들을 통해 현실을 보다 더 자세하게 재현해낸다. 관객들이 일상생활에서 그냥 지나쳤을만한 부분들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기록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영화가 재현하는 현실적인 영상들을 수용한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조작된 현실을 일깨워 주기 위해 편집기술과 카메라 효과 등의 장치를 많이 사용한다. 꿈을 꾸던 주인공들이 현실로 돌아오거나, 각각의 층위로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편집을 통해 아예 다른 공간,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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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치로 관객들은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혹은 꿈 간의 경계를 상기한다. 또한, 위의 그림과 같이 슬로우 모션을 통해 영화는 관객이 현실에서 포착할 수 있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더 깊은 층위의 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것 보다 관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보고 있는 현실이 기계 장치에 의한 잠식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 현실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간다. 이물질이 제거된 순수한 현실은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결과, 즉 여러 앵글과 다양한 목적으로 탄생한 카메라가 촬영한 장면을 같이 조립한 결과로 생겨난다.(2007, p.79) <인셉션>은 기계 장치를 통해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초고속 촬영 카메라와 같은 장치를 통해, 지금 보는 장면이 조작된 현실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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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영화 《인셉션》 (Inception) 은 편집과 슬로우 모션등의 장치들을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관객들이 스크린에 영사되고 있는 장면이 현실을 재현한 게 아니라, 조작되고 편집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코브의 토템이 계속 돌아가는 모습을 잡고 끝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결말이 과연 코브의 무의식 속인지 코브의 현실인지에 대해 많은 논쟁을 할 수 있는 점을 던져주었다. 이에 대해 놀란 감독이 인터뷰를 했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토론을 종종 볼 수 있다.


벤야민의 이론에 따르면, 영화는 제 2의 기술을 통해 자연과 인류의 어울림을 드러낸다. 즉,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각 영화들은 기술에 의해 지배되는 자연에 대해 충실하게 모사를 하며, 복제의 기술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숭배가치 보다는 전시가치가 더 중요시 되었다.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집단의 동시적인 수용의 대상이 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조직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2007, p.23) 영화 《인셉션》 (Inception)의 경우는 카메라를 통해 대중들의 시각적 무의식 세계를 침투해 들어가 그들에게 촉각적 충격을 준다. 이를 통해 대중의 상상이 과장되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실의 에너지가 위험한 방식으로 성숙하는 것을 막아준다.(2007, p.24)


인셉션은 ‘꿈’이라는 무의식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함으로써 대중들이 가지고 있던 욕구들을 해소해 준다. 주인공인 코브의 의식 세계와 무의식 세계에 대한 구분, 그리고 정말로 사람의 꿈에 들어가 의식을 조작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게끔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화를 본다. 카메라가 꿈꾸는 것을 보면서 억눌린 욕망을 해소하기도, 욕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집요할 정도로 자세하게 그려내는 장면에 분노한다. 우리의 악몽과 행복을 카메라가 대신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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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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