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산 속의 예술 집합체, 뮤지엄 산 [문화 공간]

원주 뮤지엄 산에 대해서
글 입력 2019.09.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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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공유의 카누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어렴풋이 간직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커피 카누의 광고모델로 활약하는 공유는 오늘 소개할 ‘이 장소’에서도 카누 광고를 촬영했었다.

아마 광고의 컨셉 상 여유롭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배경을 가진 장소를 찾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이곳은 처음 마주하는 특별함 속에서도 안락한 평화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곳이기 때문이다.




뮤지엄 산(Museum SAN)은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아니, 미술관이라는 간단한 단어에 담기에는 조금 색다른 그런 곳이다. 이름 그대로 산속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와중에도 이런 곳에 특별한 것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뮤지엄 산을 입구에서부터 마주하는 순간 그 의심은 이미 감탄으로 바뀌어 있다.

딱히 건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아마 ‘안도 타다오’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올해 초에는 그의 이름을 딴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가 개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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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바로 이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작품이다. 그는 2005년 의뢰 받아 첫 부지방문 당시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 쌓인 아늑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는 장소를 모티브로 뮤지엄 산을 설계한다. 그렇게 그는 산에 건물 전체가 미술관인 큰 덩어리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나는 지금까지 대략 4번 정도 뮤지엄 산을 방문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한 장소를, 그것도 서울에서 떨어져있는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4번씩이나 뮤지엄 산을 방문한 이유는 나에게 늘 새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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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그 자체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고 내부에도 그의 흔적들이 녹아 든 작품들이 있지만 ‘뮤지엄’이라는 이름에 따라 전시관에서는 늘 상설과 기획 전시들이 열린다. 이 전시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작품과 작가들로 바뀌기 때문에 이전에 방문했을 때와 또 다른 작품들을 늘 마주할 수 있다.

또한 뮤지엄 산은 자연을 파괴하고 그 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시적인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과 하나되는 색감과 질감 그리고 선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 장소는 한국의 사계절과 아름다운 합주를 보여준다. 봄과 가을 그리고 여름과 겨울, 방문하는 계절에 따라서 4곳의 다른 장소를 가는 느낌 마저 든다. 건축물 자체가 은은하게 자연과 어우러져있기에 각 계절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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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연 친화적인 느낌 때문인지 뮤지엄 산에 방문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함께 방문하는 사람들 또한 ‘명상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한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북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아주 조용하고 고요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건물 외부에는 하늘과 산맥이 탁 트여 펼쳐져서 마치 아름답게 조경된 현대식 절에 앉아있는 기분이 든다. 건물 내부는 각진 미로처럼 겹겹이 쌓여있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덕분에 소음이 차단되는지 번잡스럽거나 복작거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답게 그를 떠올리면 함께 연상되는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졌기 때문에 건물 내 외부는 전반적으로 회색 빛을 띈다. 평소에는 회색이라는 색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 없었는데, 이 곳을 방문하고 나서 회색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다.

흔히들 무난한 색을 생각하면 검은색과 흰색을 떠올린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 두 색깔은 무난하지 않다. 어둡고 밝음의 양극단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과 어우러지기는 힘들다. 빨강, 노랑, 파랑 같은 색들은 당연히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어우러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훨씬 적고 자칫하면 눈이 지나치게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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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회색의 진정한 매력이 보인다. 검은색과 흰색을 섞은 회색은 흰색보다 차분하고 검은색보다 화사하다. 무채색이기 때문에 눈이 아프지도 않다. 산이라는 자연 속에서도 튀지 않는다.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의 특성상 작품이 죽어 보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노출콘크리트의 회색 빛 내부 덕분에 어떠한 색감의 작품이던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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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에는 한가지 특별한 전시관이 존재한다. 바로 ‘제임스터렐관’이다. 제임스 터렐은 미국의 설치미술가로써 주로 ‘’을 이용한 작품들을 선보이다. 어린 시절 명상과 내적이며 정신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퀘이커교의 신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기억들이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들어난다.

뮤지엄 산에 설치 된 그의 작품들 또한 빛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빛과 색을 이용해 공간을 표현하며 명상에 최적화 된 장소들을 보여준다.

많은 예술작품들이 화면이나 책이 아닌 실제로 마주하였을 때 큰 울림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실제로 경험해봐야 더욱 와 닿는다. 기존의 평범한 전시가 아닌 조금 더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마 이제껏 즐겨왔던 전시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다만 사전 정보를 너무 많이 알아가면 약간의 스포일러가 되어 감흥이 조금은 떨어질 수 있으니 ‘제임스터렐관’만큼은 특별한 사전정보 없이 즐기기를 추천한다. 뮤지엄 산에 갔다면 꼭 추천하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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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인터넷 검색 창에 ‘전시회’라고 만 검색해도 수 많은 좋은 전시회들이 나온다. 유명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독특하고 새로운 전시회들로 가득하다. 그런 다양한 선택의 기회 속에서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 사람, 단순히 예술작품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담고 있는 건물에도 관심 있는 사람, 자연과 예술의 조화가 궁금한 사람, 그도 아니면 단순히 예쁘고 색다른 공간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추천한다. 평소 예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예쁜 별장에 놀러 온 듯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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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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