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it] 큐레이션 서점 - 지금의 세상

때론 막막한 지금을 살아나가는 작은 통로
글 입력 2019.09.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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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금은 어떤 순간들인가요?


어떤 것에 마음을 기울이고, 생각 하고 있나요

순간 속 수많은 고민과 문제는 잘 통과하고 있을는지요.


이번 아지트는 때론 막막한 ‘지금’을 살아나가는

작은 통로 정도는 될 곳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긴 우리의 네 번째 아지트,

“지금의 세상”입니다


_에디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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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세상”은 사당역에 위치한 동네서점이자 큐레이션 서점이다. 다섯 개 세상 속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25권만 판매하고 있다.


책은 문학, 에세이, 철학 분류가 아니라 다섯 가지 테마 <행복에 대한 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지적 호기심, 사랑에 대한 감정, 마음의 편안함>로 나뉘어 있다. 모두 우리의 일상에 닿아있고, 한 번쯤 고민해본 것들이다. 만약 지금 하는 고민이 넓고 깊은 말에 메말랐다면, "지금의 세상"의 책을 집어보자. 고민에 대한 어떤 혜안을 얻게 될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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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테마인 만큼, 책을 올려놓는 탁자도 오각형으로 만들었다. 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오각형 탁자의 탄생은 책꽂이를 두어 많은 책을 놓으려 했던 김현정 주인장(이하 김 주인장)이 지금의 공간을 발견하자마자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다. 책을 많이 판다고 과연 좋은 걸까 라는 생각에 책장이 아닌 오각형 탁자와 단 25권만 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뭉쳐 “지금의 세상”의 정체성이 더 확실하고 재미있어졌다. 다섯 가지 각각 테마에 어떤 책과 어떤 추천 글이 담겨있는지 보기 위해 둥글게 돌며 읽게 되는 것도 여타 책방과 색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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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져가는
그달에 추천 책인 ‘블라인드 북’과

매주 사람들이 적고 가는 고민을
책에 연결해 추천하는
‘이번 주 추천 책’이 이곳만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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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껴주고 싶지만 20대 후반의 저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연민하게 돼요'라는 9월 셋째 주 고민엔 요시모토 바나나의 "서커스 나이트"를 추천했다.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을 찾으라는 말은 많이 들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허해져 스며들지가 않아요.


이 책은 각자 사연을 가진 주인공들이 자신의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거창한 ‘용기’라기 보단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따뜻함을 가지게 되었어요.


_김 주인장 추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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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인장은 다섯 개의 큐레이션 책에 직접 추천 글을 단다.


때론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이 하는 고민의 제안 책을 읽으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누군가 책 추천을 부탁한다면 '무조건 좋다'라고 말하진 않는다. 책 추천 글 또한 보고 판단하는 사람의 몫이라 느끼는, 책을 추천한다는 책임감의 무게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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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추천한다는 테마와 함께 독특한 건 공간. 오각형 탁자가 이곳의 특징을 결정하지만 들어서자마자 맞닥뜨리는 색깔도 이에 뒤지지 않을 독특한 존재감이다.


문을 열고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꽉 채워오는 붉은색. 마치 또 하나의 세상처럼 우리의 존재까지 붉게 물들이는 것만 같다. 그러니 문 반대편의 세상과 잠시 다른 세상으로 입성해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버릴지 모를 일. 김 주인장에 따르면 색은 엄밀히 진한 버건디색이다. 전부 직접 셀프인테리어로 칠한 것인데 원래 노란색 아크릴로 되어있던 벽에는 플라스틱판을 붙이고 버건디로 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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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포스트잇을 붙이는 거울도 원래 있었던 것
깨버리거나 깨버리지 않거나로 고민하다 아크릴물감을 칠했다
뿌려 흩어진 것이 꽤 멋진 결과물이 되었다는!



책을 읽으면 내용에 푹 빠지는 것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이곳만의 느낌이 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자세히 보면 창문틀은 머스터드 색깔로 깔아 조금 밝아 보이게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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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인장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이 공간이다. 손님이 남겨두고 간 고민의 공간. 남의 고민이 내 고민 같은 게 많은 공간. 글을 적는 뒷모습 너머 저 사람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고. 그래서 사람들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자 제일 애틋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또한 고민 글을 보며 ‘누가 내 이야기 적어놨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금의 세상”이라는 책방 이름은 김 주인장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읽다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을 살아라, 현재를 살아라 하지만 그렇게 못 살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지금의 세상을 살고 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녀가 집중했던 지금 순간은 책을 읽는 순간이었고, 그런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방 “지금의 세상”으로 열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빠져드는 것. 어떻게 보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알 수 없을 우리에게 계속해서 쥐어지는 기회일지 모른다.



+

P.S.1


지금의 세상 추천 책

마스다 미리 -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안녕 20대, 안녕 30대’ 고민에 추천되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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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집



이제 또 가을이 오면서 한해가 지나가려 하잖아요. 그런 지금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누군가는 20대에서 30대로, 누군가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 거니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모두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은데, 나이에 따라 책임져야 하는 게 있는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모두에게 아이 같은 모습은 늘 있지 않을까요?’


_김 주인장




+

P.S.2


"지금의 세상"의 김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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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지금 주인장'. 이곳에서 김 주인장은 ‘지금 주인장’으로 “지금의 세상”을 찾는 손님들은 ‘세상’으로 불린다. 손님들이라고 하면 정이 없이 먼 사이인 것 같아 세상 속에서 행복한 지금 주인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붙였다고.


책방 곳곳에 붙어있는 세상 님들이 선물해준 그림, 포스터, 담요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 사람은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생각이 든다. 책방이 안돼도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는 세상 님들이 한 말을 하며 웃던 사람. 그 웃음에서 서로를 잇는 따뜻함이 묻어나왔다. 그런 “지금의 세상”을 운영 중인 '지금 주인장'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나 - 지금 느끼는 건 그냥 똑같은 사람인 것 같다. 평범한 사람. 간혹 세상님들이와 서점을 열고 이러는 게 용기 있다 얘기해주시는데 그저 성향인 것 같다. 질러보는 사람. 저도 고민을 보면서 공감하고 똑같이 앞길에 대한 생각을 늘 하는 똑같은 사람 같다. 이걸 하면서도 회사에 돌아갈까? 라는 생각도 한다. 그런 똑같은 사람.


살면서 가장 좋았던 책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한창 죽음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하고 정리가 안 됐을 때 읽게 된 책인데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있게 도와줬던 책이다. 지금의 세상은 어떤 존재인가 치유의 공간. 힘들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못 잡았을 때 서점을 열었고 운영하며 사람들로 인해 위로받았다. 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지금의 세상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공간 같다.


앞으로 바라는 것 - 오래 하고 싶다. 이 공간이 나만 있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님들이 와서 고민을 남기고, ‘예쁘다 예쁘다’ 해주니 계속 잘 운영이 되는 것 같아 될 수 있는 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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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그중에서도 큐레이션 책방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책을 산다는 책방의 역할을 넘어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며 위로와 생각을 건네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다는, 지구에서 튕겨 떨어져 나간 듯한 외로움을 따뜻함으로 감싸 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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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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