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켑틱(SKEPTIC) VOL.19 리뷰 [도서]

과학, 공감과 연대를 말하다
글 입력 2019.09.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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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SKEPTIC) 19호

과학, 공감과 연대를 말하다

Promote Science and Critical Thinking


바다출판사



나는 치열하게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페이지를 넘기며 다 읽고 나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생각이 드는 책들은 항상 나 자신을 후회하게 만든다. 또다시 시간 낭비를 한 기분이 든다. 딱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본 나 자신에게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모름지기 '책은 도끼여야만 한다'라는 카프카의 현명함에 나는 또다시 머리를 조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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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스켑틱'은 많은 자극을 받지 않아 뇌가 점차 굳어가고 있는 내게 아주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었다. 분명 과학을 다루는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 비전공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대학생활 내내 디자인이라는 분야에만 치중해 공부해왔기에 솔직히 말해서 과학 전반 분야에 대해 그다지 큰 매력을 못 느끼고 살아왔다. 물리, 화학, 생명공학, 천체 등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마음, 의식, 심리 등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대학에서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종교에 관해 연구/탐색하는 강의도 듣고, 공감을 통한 인류학에 대해서도 듣고, 사람의 마음/뇌/의식에 관한 강의도 들었다.

물론 강의를 듣고 책을 통째로 외우고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해서 절대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여전히 내게 부족했다. 결국 계속 흥미와 관심만을 간직한 채 나는 또다시 내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고루해진 미술과 디자인 관련 서적만을 뒤적였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스켑틱'을 만나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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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은 무신론 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셔머가 발행인인 회의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과학 전반을 다룬 잡지이다. 유사과학, 사이비 과학, 초자연적 현상, 무신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평소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과학적 주제들에 관해 회의적인(그러니까,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명한다.

마이클 셔머, 제시 베링, 존 글린, 브라이언 허플링 등 유명 외국 학자들 뿐만 아니라 김상욱(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장대익(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윤태진(유한양행 글로벌 BD 팀장) 등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는 국내 전문가들의 칼럼도 담겨있기에 읽을 가치는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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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은 대단히 흥미롭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서는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흥미로운지 알지 못하기에 구체적으로 왜 흥미로운지 풀어나가겠다. 특히 이번 '스켑틱' 19호에서는 내가 평소 자주 생각하던 주제 중 하나인, '악의 존재'를 과학자의 관점에서, 또 종교인의 관점에서 치열하게 토론하였기에 더욱더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스켑틱' 19호에서는 2019년 2월 23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남부복음주의신학교에서 '악의 존재는 신이 없다는 증거인가?'를 주제로 절제된 토론을 통해 얻어낸 기록들인 마이클 셔머의 '악의 존재는 신이 없다는 증거다'와 브라이언 허플링의 '악은 신의 존재와 무관하다'는 주장 글이 실려있기에 둘 모두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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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존 글린의 '기술 디스토피아, 당신의 사생활이 위협받고 있다'에서는 조지 오웰의 대표작인 '1984'가 현실이 된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윈스턴이 어디를 가든 텔레스크린으로 감시하고, 본디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 집에서조차 빅 브라더의 눈을 피할 수 없는 픽션 속의 모습이 이제는 21세기 중국에서 진짜로 벌어지고 있다는 거다. 미국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시민 감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한 언급을 필두로, 현재 중국이 '보이지 않는 무력'으로 어떻게 시민들을 감시하고 압박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에는 사회 신용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는 거다. 2014년에 처음 발표된 사회 신용 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은 신뢰를 지키는 일이 명예로운 행동이고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강화할 목적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개인의 신용 점수와 마찬가지로 사회 신용 점수는 개개인의 행동에 따라 다르다.

사회 신용 점수를 낮추는 위반 행위에는 난폭 운전, 온라인에 페이크 뉴스를 업로드하는 일, 흡연 금지 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행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비디오 게임을 너무 많이 구입하는 일도 포함이 된다.

중국정부는 이미 개인이 살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의 수량을 제한하고 게임 마니아들의 게임 시간을 억제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사회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여행도 제대로 못 간다. 이미 3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비즈니스 클래스 기차표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절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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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김상욱 님의 '기본입자가 빚어내는 우주의 신비' 글에서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태양이고, 빛의 속도로 가면 도착하는데 8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로 가려면 빛의 속도로 4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김상욱 교수는 '알파 센타우리에 사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다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최소한 8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십여 마디 전화로 주고받으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비유로 알파 센타우리와 지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게 쉽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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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스켑틱'을 읽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독자들로 하여금 비판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권장함과 동시에 과학 분야에 대한 알찬 정보들이 꽉찬 잡지는 잘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만 쌓이는 일과 고민거리로 잔뜩 지친 당신의 뇌에 값진 기름칠을 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스켑틱'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주 어딘가 어쩌면 생명이 출현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서, 회의론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종교에 대해서, 또는 알쏭달쏭한 우리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를 괴롭게만하던 일상적인 고민거리는 저 멀리 날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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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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