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글 입력 2019.09.2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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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보면 20대가 정말 인생의 중요한 시기이긴 한가보다. 모든 것을 통제받는 미성년자와 생계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30대. 그사이에 위치한 20대는 인생에서 유일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기다. 미디어는 그런 20대의 찬란한 자유를 마음껏 칭송하며 이렇게 말한다. 한창 꽃 피울 나이라고, 제일 예쁠 때라고.

 

과연 정말 그럴까? 사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저게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꽃을 피우려면 피울 수 있는 환경을 줘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척박한 토양에선 자랄 수 없다. 한국의 수많은 20대처럼 말이다.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고 말할 정도로 고귀한 젊음을 가진 20대들은 오늘도 도서관에, 학원에, 아르바이트 등 도처에서 그 젊음을 썩히고 있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현재를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평범한 23살 이찬란이 바로 그런 20대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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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작가의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86회에 걸쳐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이다. 웹툰의 주인공 이찬란은 생계 문제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대학생이다.


초반부 작품에서 묘사되는 이찬란의 세계는 완전한 무채색이다. 찬란에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는 나날들만 이어진다. 선택의 여지 따위 없다. 냉혹한 현실은 찬란을 끊임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그런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시선을 돌리면 곧바로 추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어울리는 찬란의 무채색 삶에 어느 날 연극부 부장 도래가 찬란 앞에 나타난다. 대뜸 찬란에게 같이 연극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도래로 인해 찬란의 세상에 조금씩 색깔들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웹툰의 내용은 찬란이 연극부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해 부원들과 함께 연극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웹툰은 자극적인 사건들을 나열하는 대신 연극의 완성과 인물들의 성장을 점층적으로 이루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결과 중심주의에 지친 우리에게 과정의 소중함을 이야기함으로써 많은 독자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나 역시 그렇게 위안받은 많은 독자 중 한 명이었다.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 되는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찬찮아)는 내게 지독한 월요병을 극복하게 해주는 비타민이었다. 젊음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냉혹한 현실에 치이기 바쁜 이 땅 위의 20대로서 작품 속 찬란의 아픔에 공감하고 성장에 기뻐했다. 이제 나는 그 공감과 기쁨을 새로운 형태로 누리려 한다.

 

 

포스터_ 연극_찬란하지않아도괜찮아.jpg
 

 

2019 만화 연계 콘텐츠 제작 지원 선정작인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영화, 도서 등 모두가 힐링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에 지친 청춘들을 위로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내가 웹툰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인물들이 살아있어서였다. 많은 작품이 힘든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러나 나는 그 많은 위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개인의 고유한 특징은 사라진 채 ‘힘든 청춘’이라는 껍데기만 남은 인물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작위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도 그런 함정에 빠질 위험이 많을 줄거리다. 힘든 청춘들끼리 모여서 연극을 만듦으로써 위로를 얻는다는 이야기. 그러나 작품을 다 읽은 나는 찬란을, 도래를, 유를, 시온을, 진을 그저 힘든 대학생이라고 기억하지 않는다. 찬란이라고, 도래라고, 유라고, 시온이라고, 진이라고 기억한다.

 

그들은 쉽게 낙관하지 않고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상처를 극복하다가도 주저앉는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니터 속에 갇힌 그들이 작품의 도구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연극을 통해 모니터 밖 현실 세계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웹툰은 완결되었다. 그리고 나는 작품 속 찬란처럼 다시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가차 없이 밀리는 절벽 끝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내 삶의 이유까지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 웹툰 속 인물들처럼 나도 내가 매 순간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소우주>라는 노래가 있다. 지칠 때,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이 없을 때, 미래가 불안할 때 늘 그 노래를 듣는다.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우리는 모두 빛나는 존재다. 누군가에겐 그저 진부한 말뿐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그 진부한 말이라도 필요하다.

 

이 숨 가쁜 경쟁사회에 살아남기엔 나란 존재는 너무나 평범하다. 남들은 온갖 화려한 경험을 쌓는 동안 생존하기에 벅찬 내 일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남들의 세상은 마냥 환해 보이고 내 세상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뿐이다. 그러나 별은 어두울 때 더 빛난다.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알아봐 주는 누군가만 있다면 말이다.


웹툰 속 도래가 찬란에게 그러했듯이, 이 연극이 당신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내 스스로 위로 받고 용기를 얻게 되는 작품 -


일자 : 2019.10.05 ~ 2019.11.10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주최/기획
콘티(Con.T)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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