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일랜드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 - Prologue [여행]

왜 하필 아일랜드야?
글 입력 2019.09.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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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아일랜드야?



“왜 하필 아일랜드야?” 아일랜드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겠다고 처음 선언했던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수십, 수백 번 고민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조금은 생소한 영국 서쪽의 섬나라 아일랜드. 앞으로 1년 동안 지낼 국가가 반드시 아일랜드여야만 하는 이유. 그 이유를 뭐라고 해야 할까.


워킹 홀리데이 국가 선택에 있어서 내가 고려한 우선순위는 단연 영어였다. 워홀 신청이 가능한 나라 중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그리고 아일랜드. 이 다섯 국가가 전부였다.


언제든지 갈 수 있는 호주는 괜히 가고 싶지 않더라. 캐나다는 신청했지만 합격하지 못했고, 뉴질랜드와 영국은 지원 시기를 놓쳤다. 한 번에 300명밖에 뽑지 않는 아일랜드는 별 기대 없이 지원서를 넣었고 곧바로 잊어버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어느 금요일 밤, 친구와 맥주 한 잔 하고 있는데 대뜸 주한아일랜드 대사관에서 메일이 왔다. 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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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나라를 향해 알 수 없는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합격이란 두 글자가 무언가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아일랜드에 꼭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눈만 뜨면 닥치는 대로 아일랜드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나는 이 국가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존 카니의 <원스>와 <싱 스트리트>를 생각하면 이 나라에 대해 완전히 모른다고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낭만적인 음악이 어우러진 영화 속 장면들이 얼핏 떠올리면 저 멀리서 아릿함이 느껴진다. 알면 알수록 멀고도 가까운 나라, 아일랜드에 성큼성큼 빠지기 시작했다.


아일랜드가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서 가진 핵심적인 특징은 바로 유럽에 속한 영어권 국가라는 것이다. 물론 같은 카테고리 안에 영국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영국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동양인이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자주 떠날 수 있는 유럽 여행, 그리고 많지 않은 동양인 비율로 인해 더 넓은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하필 아일랜드’인 이유를 뒷받침하기엔 부족하지만 분명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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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백일이 지났다


그 후 1년 간, 다수의 아르바이트로 초기 비용을 넉넉히 모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수능을 치를 때보다도 더욱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해외 장기 거주는 살면서 가장 큰 소망 중 하나였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과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나 결국 2019년 5월 12일 어느 날씨 좋은날, 수도 더블린에 무사히 입국했고, 현재는 코크라는 소도시에 정착해 정확히 117일 째 거주중이다.


유럽에 와서 마냥 설레고 행복했던 첫 주와 달리, 여행이 아닌 살기 위해 부딪혀야 했던 현실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낯선 나라에 홀로 떨어진 이방인으로서 몸과 마음이 지쳐 당장 귀국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온갖 경험이란 경험은 네가 다 하고 있다는 주위 사람들 말처럼, 살면서 겪기 쉽지 않을 것 같은 각종 우여곡절 및 산전수전을 그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이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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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시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을 얻었다. 자취 5년 동안 냄비에 끓인 거라곤 라면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된장찌개, 김밥, 비빔밥, 닭백숙, 파스타, 스테이크쯤은 우습다.


순수하게 마음이 통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70대 할머니 친구를 사귀었으며, 18개월 아기를 능숙히 다루는 육아 달인이 되기도 했다. 비가 내리면 무지개를 기다리고, 비가 내리지 않는 맑은 하늘을 보면 그 햇살을 즐기며 공원 산책을 마음껏 누린다.


지금은 모든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워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그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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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하필 아일랜드여야만 했던 이유. 여기서 산 지 백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마침내 그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여기서 살아보지 않았으면 전혀 알지 못했을 것들이 있다. 아일랜드에 살아봄으로써만 느낄 수 있는 것들. 그것은 날씨가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혹은 내 인생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이 당신에게도 생생한 무언가를 남기길 바라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내가 아일랜드에 살면서 느끼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찬찬히 풀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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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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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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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cy4282
    • 저도 지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몸으로 부딪혀 배우는 중입니다! 얼른 적응해서 한식 요리를 마스터했으면 좋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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