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늙음을 부정하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 [시각예술]

아무튼, 젊음
글 입력 2019.09.0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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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다. 늙고 싶지 않다. 짧고 굵게 살겠다.


내가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던 말들이다. 늙는다는 것이 무서웠다. 왜 스무 살 초반의 나는 나이 듦을 무서워하는가. 주도적이고 생산적인 세대에 속해 있고 싶다는 소속감, 젊음의 아름다움.


무엇보다 전형적인 늙음의 모습을 가지게 될 미래가 무섭다. 억척스럽고 부끄러울 줄 모르는,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가 내 몸에 배어 있을까 두렵다. 이러한 내 생각들이 나를 <아무튼, 젊음>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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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 미술관의 물리적 공간과 전시의 규모는 작다. 하지만 코리아나 미술관의 전시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생각해봐야 할 가치들을 굵직하게 담고 있다.


2017년 <히든 워커스>에서는 여성의 노동을 2019년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그리고 <아무튼, 젊음>에서는 고령 사회를 조명한다.

 


우리 사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나이 들고 있는 고령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끊임없이 젊음을 권하는 사회이다.


통념화된 젊음 중심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의 간극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나이는 수행 적이며, 젊음은 상대적이다.


고령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젊음’이 재정의되어야 할 단어가 된 만큼, 그 양가적인 의미를 돌아보며 현대사회에서 젊음과 나이 듦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사유해볼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이는 수행 적이며, 젊음은 상대적이다, 라.

 

왜 우리는 나이 듦을 추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늙은 사람 중 개성을 가지고 있는 어른을 멋쟁이라고 생각한다. 아리 세스 코헨의 <어드밴스드 스타일>은 멋쟁이 시니어들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개성’이라는 단어가 이 작품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파마로 말아 올린 머리, 너도, 나도 주인공임을 자처하는 옷과 옥 반지. 비슷한 키워드들이 연상된다. <어드밴스드 스타일>의 시니어들은 다르다. 인종과 성별이 각기 다른 시니어들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늙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당신만의 무엇을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다.

 

<조니 사이먼스>의 미국 게이 문화 내에서의 외모, 나이 듦, 세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가장 흥미롭게 봤다. 외모에 있어서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게이 문화. <항구의 사랑>, <대도시의 사랑법> 퀴어 소설을 읽고 있던 차에 연결성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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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이의 음성과 얼굴의 하관 부분으로 인터뷰어가 누구일까 상상할 수 있었던 <주디 겔스>의 작품. 28세에서 78세 사이 예술가들의 인터뷰라고 한다.


20~30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 듦을 신기하게 여긴다. 더 늙지 않고 싶다고 투정 부리기도 한다.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지 못한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며 ‘나이’에 대해 복합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코리아나 미술관의 장점은 참여형 작품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김가람 작가의 <언발란스>를 통해 관객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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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발란스는 관객이 롤러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이 롤러스케이트는 한쪽에만 바퀴가 달린 짝짝이이며 타는 동안 이어폰으로 젊은 날의 유행가를 감상하게 된다.


아쉽게도 작가님이 부재한 시간에 방문해 참여해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롤러스케이트를 탔다면 어떤 유행가를 들었을지 생각해 보았다. 원더걸스의 텔미? 빅뱅의 거짓말? 모두 내 학창시절을 불태웠던 곡들이다.


불균형 상태인 젊음, 비교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늙음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젊음과 늙음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 시간을 어떻게 고유한 가치로 남기는 가가 중요하다.

 

전시에서 꼭 참여하라고 권유하고 싶은 리딩& 라이팅룸. 직접 사진을 골라 자신에게 ‘젊음’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나도 사진을 고르고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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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과 가방을 맞춘 듯 등산 후에는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서 스타벅스에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딸내미 성적과 대학진학, 취업에 대해 말하는 시끌벅적한 무리의 어른들을 상상한다.

 

그보다 나는 무리에 섞여서 하는 운동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서 하고 싶다. 아이의 미래보다는 내 삶에 대해 말하고 싶고, 나다움을 표현하는 옷을 사입고 싶다.

 

<아무튼, 젊음>은 스물 세 살의 젊음을 살아가는 나에게 ‘나이 듦’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게 했다. 또 이번 전시는 김지수 작가의 책,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책에서 노화학자 마크 윌리엄스는 말한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시네요, 같은 가식적 접근을 삼가세요. 젊음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노인이 청년보다 불행할 거라고 믿는 공중의 믿음부터 바꿔야 해요.

 

노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도 그렇게 결정해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노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내 모습에 통합된 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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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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