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을 보게 하다 - 지금 여기, 마임 [공연]

글 입력 2019.09.0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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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마임>은 <여정>, <마당을 쓸다가>, <지구별 여행>, <사진>, <2019 꿈에~> 그리고 특별 공연 <있다! 없다!>, 총 여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가 마임이스트의 섬세한 표정, 몸짓으로 풀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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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쓸다가>는 보면서 한동안 유행하던 영상이 떠올랐다. 작은 구멍을 통해 해바라기 씨가 있는 곳으로 간 햄스터가 양 볼 가득히 씨앗을 챙기고 다시 나가려고 구멍을 향하였다. 아뿔싸, 양 볼이 그 작은 구멍을 통과하기엔 너무 커져버렸다.


당황한 햄스터는 결국 볼 속 가득한 해바라기 씨를 모두 뱉어내고 나서야 그 구멍으로 다시 나갈 수 있었다. 인간의 욕심 또한 다를 것이 없다. 교훈을 주는 많은 이야기에서 큰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잃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과욕의 끝은 허망함일 뿐이다.


<지구별 여행>에서는 지구로 떨어진 외계인이 심장을 찾는다. 뱀의 심장을 넣었을 때에는 오히려 맞지 않아 당혹스러워 하였다. 그러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고 그 사람을 안으며 전해지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심장이 몸 속에 있지는 않았지만 외계인은 심장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사랑을 느낀 것 같다. 외계인이 심장을 잃어버린 것은 공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허함을 느낄 때 사람들은 종종 이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배부르게 먹거나 잠을 늘어지게 자곤 한다.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방법으로 비어있는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만나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낄 때 비로소 사랑으로 따뜻해진 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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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며 예전 앨범이나 비디오를 볼 때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살아온 날이 많지는 않지만 어릴 적 사진이나 비디오를 볼 때 많은 감정을 느낀다. 아주 어릴 때가 아닌 이상 사진 속 나는 항상 웃고 있다.


그 때에도 지금도 힘들고 우울한 순간들이 있었으며 그 순간의 감정이 기억나기 때문에 머리 속으로 과거를 회상할 때와 사진을 보며 과거를 돌아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때로는 웃고만 있는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웃고 있기에 저 때에도 즐거운 순간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난다. 사진을 찍을 때 웃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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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없다!> 속 모든 것은 있었지만 없어진다. 살아있는 것이든 살아있지 않은 것이든 모든 것은 잠깐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과 감정, 추억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있고, 또 없고, 또 있다.


공연 속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일상을 지나는 단순한 소재에서 발견한 인간의 본성과 점점 잊혀가는 인격과 인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공연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마임 공연을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스토리보다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어떤 표현을 하는지에 집중해서 보고자 하였다. 몇 개의 소품과 몸짓으로 다양한 상황을 설명한다는 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황의 배경이나 실제 물건이 보이지도 않고 장면을 설명해주는 글도 말도 없다. 그렇기에 더 집중하고 표현 하나 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볼 수 있었다. 상상을 보게 하는 마법, 그것이 마임의 매력인 것 같다.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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