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독법 [도서]

유승아 독서법
글 입력 2019.08.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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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고 싶어 조그마한 토트백 하나 들고 다니지 않는 나는,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을 한 권도 못 미치게 만드는 장본인이었다. 어느 순간, 흘러가는 이 시간을 핸드폰 화면을 보며 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시작으로 책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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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책의 모든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거대한 포부가 있었다. 그래서 소설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그 당시만 하더라도 인문학책만이 ‘배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때면 내가 집중을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하며 종일 안 읽히는 책을 붙잡아 두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던 중, <이동진의 독서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독서에 대한 편견을 깨는 책이었다. 굳이 한 책만 읽을 필요가 있나, 여러 권을 동시에 읽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잘 안 읽히는 책이 있다면 잠시 덮어 놓았다가 한 달 일 년이 지나 읽으면 술술 읽힐 수도 있고, 앞에서부터 읽지 않아도 내 관심사에 이끌리는 파트부터 읽을 수도 있는 법. (스토리의 연결성이 중요한 소설이 아니라면 말이다) 독서에 ‘유연함’이 필요함을 느꼈다. 단순히 오늘만 책을 읽고 생을 마감할 것은 아니니 짧은 시선으로 독서를 바라보지 말고 길게 볼 것, ‘오직 재미’로.

 

최근 이유미 카피라이터의 책 <문장수집 생활>을 만났다. 별 감흥 없이 ‘오 이런 문장을 이런 카피로 쓰네! 신기하다’ 생각만 했다가 책을 덮은 뒤 여운이 길게 남았다. 좋은 문장을 읽을 때면 사진으로 찍는 습관이 있는데, 사진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아 문장 수집 생활을 해볼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가처럼 필사하기 시작했다. 문장 수집가가 되니 좋은 점은 책을 읽을 때 오늘 수집할 문장은 없는지 설레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집할 문장을 찾았을 때 그 희열감이란! 하루의 끝에서 수집한 문장들을 필사할 때면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지? 감탄한다. 나도 언젠가 필사한 작가들처럼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최근 엄청난 문장을 수집했던 두 책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 그리고 임진희 작가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의 문장들을 소개한다.



모두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그만큼 너그러울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틀림없이….


별빛이 이어지듯 그것은 커다란 빛이 되어, 맞설 길이 없을 만큼 거대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 보이리라.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그만큼 너그럽다면’ 사소하게 쓰이는 단어들이지만 이 단어들의 조합이 때론 울림을 주는 듯하다.

 


매일 무얼 쓸까 생각하느라 지나간 순간과 대화를 꺼내게 되면서 계속 고개를 돌려 내 뒤를 돌아본다. 인생이라는 건 사라지는 걸 전제로 하고 있으니 다시 기억해내며 내 인생에서 뒤처지는 일은 좋은 일이다.



일주일간 매일 곱씹었던 문장이다. ‘인생이라는 건 사라지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라니. 암울한 전제인데 작가는 ‘다시 기억해내며 내 인생에서 뒤처지는 일은 좋은 일이다.’라고 위로한다. 빠른 세상 속에서 뒤처지는 일이 무서웠던 나에게 다가왔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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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에서 보내는 무료한 시간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턱을 괴고 창밖을 보며 내가 옮겨지는 시간을 버티기로 했다.



내가 ‘옮겨지는’ 시간이라니… 무릎을 '탁' 치게 했다.

 

세상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듯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독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나만의 독서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내 방법을 엿본 독자들도 자신이 어떤 독서법을 가졌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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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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