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원한 장소에서 탐구의 열정을 돋우다 - 그리스 보물전 [전시]

그리스 보물전 -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글 입력 2019.07.2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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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주중의 시간을 이용하여 <그리스 보물전 –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전시를 다녀왔다. 학창시절부터 늘 어려웠던 것이 세계사였기에 많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방문했다. 또 사람이라면 응당 보물이라는 단어에 끌리는 법이 아닌가. 나는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보물전’이라는 명칭을 갖기에 적절했던 것 같다. 유물들 중에는 대개가 황금 공예품이었다. 우리나라에 들여온 보물이 그리스 유물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번쩍번쩍 빛났고 유물들을 감상하며 그리스 역사의 화려함을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황금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한 감탄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재료여도 어떻게 세공하느냐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몇 천 년 전의 것으로 여기기 힘든 섬세한 장식들이 전시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한 전시장에 자리한 유물들이 거의 상태가 좋은 편이었던 것도 놀라운 부분이었다.


전시는 총 9부로 구성되어있다. 그 시작은 에게해 문명이다. 신석기 시대부터 문명이 시작된 에게해 지역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청동기 문화가 꽃피었다. 그 중에 미케네 지역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키클라데스 문명과 미노스 문명의 유적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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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네 인물 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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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머리 장식 헌주잔


전시의 초입에는 소상들이 많았다. 사진과 같은 형태의 소상들도 있었고, 특이하게도 많은 소상들이 두 팔을 나란히 팔짱 낀 것처럼 한 자세의 소상들이 많았다. 시기 별로 조각들의 모양이 특징을 가진 다는 게 인상이 깊었다. 황소 모양의 헌주잔도 전시장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전시품이었다. ‘소상’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손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조각들이지만 그 외의 유물들은 모두 생각했던 것 보다 크고 화려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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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멤논 가면


전시 제목에도 등장하는 ‘아가멤논’은 전시 구성 2부 “미케네인들”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미케네 성벽 안 무덤군에서 발견된 부장품들은 미케네 사회 지배계층의 막강한 권력을 짐작하게 하는 것들이다. 여러 황금세공품들과 의식용 도구들이 있으며, ‘아가멤논의 가면’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아가멤논 가면 외에도 2부의 유물들은 무의식적으로 가까이 다가서게 만드는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기원 전, 특히 미케네 사회의 보물들은 군주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것들이 다수이다. 궁전이나 무덤의 유물들이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면 이런 보물들은 모두 소수의 권력층에게로 수렴하는 것들이었다. 과거에는 오직 특권계층으로부터 향유되었던 것이 지금은 국경을 넘어 다른 지역의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감상된다는 사실이 꽤나 묘한 기분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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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두상
 

 

3부 "호메로스, 신화와 역사"에서는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올림포스의 12신의 조각상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마 어른 아이할 것 없이 가장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는 구역이 아닐까 싶다. 두상과 흉상, 소상 등 같은 신의 존재 앞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조각상들을 보면서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신이란 존재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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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구역마다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정확한 연도가 표기된 연표도 제시 되고 발굴 된 장소의 구조에 관한 그림과 설명도 있다. 정신없이 유물들을 보다가도 설명 앞에서 잠시 멈춰서 내가 지금 어느 시점에 서 있는지 인식할 수 있고, 혹은 어떤 주제로 모인 보물들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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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를 묘사한 부조



<그리스 보물전 –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에서는 역사적인 흐름을 암시하는 유물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인들의 종교적, 일상적 차원을 아우르는 유물들도 함께했다. 특히 운동선수나 연극 배우를 묘사한 조각 등은 현대인들이 사진으로 흔적을 남기듯 입체적인 형체로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 그들만의 추억 방법이었던 것 같아 흥미로웠다.


*

 

가끔 우리는, 아니 따져보면 생각보다 자주 ‘옛날에 이런 걸 할 수 있었어?’라는 말과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우리는 점점 누적되는 지식을 이용하여 발전과 개발을 점점 쉽게 이뤄내고 있지만, 그것이 다 가능해진 이유는 과거에 쌓기 시작한 근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리스 보물전 –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는 그 단단한 기반의 일부를 보여주며, 옛날보다 지금이 우월할 것이라는 교만한 생각을 반성하게 한다.

 

까마득한 고대 문명의 인간들이 남긴 흔적을 이렇게 성한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큰 행운이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도 과거의 흔적이 복원 가능한 정도로 남아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더운 여름 날, 몸은 시원하게 식히면서 마음은 탐구심으로 뜨겁게 하고 싶다면 <그리스 보물전 –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을 추천한다.



유물 사진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그리스 보물전
- THE GREEKS -


일자 : 2019.06.05 ~ 2019.09.15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7시)

*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06/24, 07/29, 08/26)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티켓가격
성인(만19세이상) 15,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1,000원
유아 9,000원(만48개월이상)

주최
KBS한국방송, 그리스문화부

주관
KBS미디어, 동아일보사
이엔에이파트너스

후원
그리스대사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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