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19 ASYAAF, 전시, 작가, 관람객이 지닌 잠재력으로 빚어져가는 전시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7.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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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필자는 우리나라의 미술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않다. 그러나 특별히 청년예술가들의 현주소가 어려운 상황임은 인식 가능하다. 예술계열의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자신의 이름에 '작가'라는 전문성을 부여하기 위해 대학원에 상급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는 여전히 많다.

학생수로 대변할 수 있는 공급은 많지만, 이들을 정작 찾는 수요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마저 그 굴레가 돈으로 씌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배움의 과정과 전문예술가로 등용하기 위한 기회조차도 자본력이 하나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상대성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자본은 청년예술가들에게도 큰 격차를 직면하도록 한다. 그 격차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담긴 예술작품들을 세상에 보내기도 어렵다.

모든 청년예술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의 조성은 선의의 행동이 아닌 사회적활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지점까지 가야 한다. 무엇인가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자본이 기회비용이 되는 구조를 바꿀 수 없기에 자본으로 인한 기회의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2019 ASYAAF 전시는 아시아 국적의 대학(원) 생 및 만 35세 이하의 청년작가들을 중심으로 미술계 등용의 기회를 고르게 부여하는 목적성을 10년동안 지속해왔다.

청년예술가들의 현 주소를 공감하고 전시의 기회를 준 것에서 더 나아가 전시를 해설하는 도슨트(SAM: Student Art Manager)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전시의 구성요소인 작가와 도슨트 모두가 기회를 얻게 된 경험의 장이 된다. 가능성이 함께 어우러진 ASYAAF 전시는 아트페어의 역할도 병행하여 청년예술작가들에게 다방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일반 전시의 성격과 상업성을 함께 갖추고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으로 기회를 고르게 주어 사회적 역할까지 함께 추구하는 전시가 바로 'ASYAA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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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최다이, 점화되다(Be ignite) & 면역에 걸리다(Be Immune), 2019 & 2018, 장지에 채색, 
(우) 정현성, 내 인생은 꽃밭 1,2, 2019, 한지에 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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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YAAF 전시장에 들어서면 각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이 분야별로 나눠져 있다. 위 사진 속 작품은 1층 평면 구역에 설치된 작품들이다. 기존 미술관 전시와 동일한 모습으로 구획된 파티션에 설치된 작품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청년예술가들의 사색이 담긴 작품 속 이야기는 기존 미술관 전시 주제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보다는 상대적으로 친숙하다.

주로 일상의 소재에서 착안하여 작품의 상징성을 부여했다. 메시지의 내용은 관람객들도 평소에 생각할 수 있는 개인적 내면의 고민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주다. 관람객들의 대중적인 생각을 청년예술가들은 미적 감각과 독특한 상징을 더해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만의 참신한 구현 방법은 보는 이의 공감대와 만나 미술작품과 친숙한 호흡을 하도록 돕는다.

파티션 좌측의 <점화되다(Be ignite) & 면역에 걸리다(Be Immune)> 작품의 경우, 두 작품의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다. 사회시스템을 상징하는 대중매체인 신문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대중은 올바른 사고를 지속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대중들이 모인 집단의 각 장소에서 개인은 대중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판단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말하고 있다.

우측의 <내 인생은 꽃밭 1,2>은 인간 내면의 감정과 감성을 동물과 식물에 빗대어 표현했다. 사람의 다양한 감정의 상태는 동식물의 각기 다른 모습이며 그들의 배치가 감정의 상호작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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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600=60 & Worries, 2019, 혼합매체


1층 입체 구역에 설치된 위 작품은 작가 내면의 걱정이라는 감정을 표현했다. 작업과정의 혼선에서 생긴 나사 600개를 그대로 작품에 설치하면서 작가 스스로가 걱정을 직면하고자 한 몸부림이 나타난다.

석고 바 위에 묻힌 나사에서 더 나아가 양초 소재로 만들어진 불투명한 바위의 못은 인생 전반의 걱정을 의미한다. 부분의 걱정에서 더 큰 걱정으로 의미의 확장이 일어난다. 사용된 소재는 모두 제 기능을 다하지 않고 누워있거나 형태가 잘 안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걱정의 특징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풀어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인간의 감정 부분을 다룬 위 세 작품에서 현재 청년예술가들의 작품 방향성이 무엇인지, ASYAAF 전시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주제에 재한을 두지 않아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낸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이 친근감은 청년예술가라는 존재를 다시 눈여겨보게 한다.

작품에 관심이 생긴 관람객은 해당 작품을 만든 작가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이들의 사색이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만든다. 청년예술가들이 앞으로 전문 작가로 성장해야 할 후원자로서의 개념 성립이라 할 수 있다. 즉, 지속적인 작품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관계의 형성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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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지, 우리 오늘 만날까(Do we meet today), 2018, 장지에 백토, 혼합매체


청년예술가들의 사색이 담긴 작품이 관람객의 일상과 맞닿어 있다는 점은 청년예술가라는 존재를 경험이 부족한 작가가 아닌 잠재력이 담긴 작가로 보게 한다. 관람객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싶어 꾸준한 노력을 지속하는 청년예술가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야 하는 시점이다.

위 작품은 타인의 표정을 통해 그 내면을 유추하는 시선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타인의 표정은 일상의 누적에서 이루어진다. 지극히 일상적인 테이블 위 식사하는 장면은 마주 보고 앉는 자리이며, 타인을 알아가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이처럼 청년예술가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ASYAAF 전시가 그 시선을 두는 기회의 장을 작가와 관람객에게 주었다면, 전시를 본 이후에 관람객에게는 지속적인 시선을 둘 과제가 주어졌다.

대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하는 청년예술가들에게 ASYAAF 전시를 통한 관람객 시선의 재조명은 귀한 기회다. 또한 청년예술가들은 관람객들과 지속적인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품 활동을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며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어느 한 쪽만 관심을 두어서는 안된다. 청년예술가가 사회에 작품을 낼 공평한 사회적 차원의 기회 제공과 관람객과 호흡하는 작품, 그리고 작품의 가치를 읽어내며 지지할 수 있는 관람객들의 시선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선을 두어야만 전시의 구성과 청년예술가들의 작업환경, 관람객들의 사유의 폭도 넓어지고 발전할 것이다. 상호 노력이 상호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한다.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사색이 이뤄지도록 꾸준히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들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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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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