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음의 범죄’ : 미쳐버린 여성들의 목소리 [공연]

글 입력 2019.07.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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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음의 범죄’는 익숙한 이야기이다. 익숙한 인물들이 나오고 어디서 많이 본 사건들이 생긴다. 첫째 순진은 할머니처럼 이리저리 자매들을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하고 집안을 챙긴다. 소심하며 남자 경험이 거의 없다. 둘째 가진은 노래 부르는 반항아이자 남자를 많이 만난, 소위 까진 여성이다. 셋째 아진은 다소곳하고 현모양처를 꿈꾸는 예쁜 막내이다. 자매 중 가장 시집을 잘 가서 사모님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익숙함 뒤에 숨어있었던 각자의 감정이 쏟아져 나오고 누군가의 구원 대신 손을 잡는 연대로 이어진다. 똑같은 이야기를 남성의 시선 대신 여성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달라지는 세상이 여기에 있다.



집을 지켰던 순진, 집을 나갔던 가진, 집으로 돌아온 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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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남편을 총으로 쏘았다는 쇼킹한 뉴스에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자매들이 한 곳에 모인다. 아진의 서사로 시작한 극은 교차적으로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며 다시 아진으로 끝을 맺는다.

캐릭터 : 할머니
순진은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집을 관리하며 점점 ‘여성성’을 잃어간다. 그녀의 외모는 꾸미지 못해 추레한 모습 그 자체다. 이것이 순진이 그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난소에 문제가 있어 아를 갖지 못하는 점과 할아버지 밑에서 들었던 말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여성적이지 못하다고 자책한다.

캐릭터 : 반항아
가진은 어머니의 죽음을 처음으로 발견하며 반항의 시기를 길게 거쳤다. 남자들도 많이 만나고 서울로 가출도 했지만 삶은 그녀에게서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까지 빼앗아가며 점점 그녀를 옥죄어간다.

캐릭터 : 현모양처
아진은 어린 시절부터 현모양처를 꿈꾸었던 착하고 얌전한 사람이었다. 눈치도 빠르고 애교도 많아 예쁨도 많이 받았다. 쾌활했던 그녀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자유를 구속당한 후 미쳐간다.



자기 삶을 말하고 싶고 말해야만 하는 인간의 욕구를 타고 말들이 흘러나왔다


세 사람은 어린 시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30대가 된 순간에 와서야 하나씩 털어놓는다. 조근조근 대화로 푸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 화내고 소리 지르며 감정을 풀어나간다. 그들의 캐릭터는 모두 여성이지만 성장 과정이 너무나 다르다. 기존의 드라마가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일괄적으로 도매마냥 넘겨버렸다면 ‘마음의 범죄’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러자 겉에 드러났던 패가 뒤집어졌다. 순진의 순진함이 뒤집어져 빗자루를 드는 과격함이 나왔고 가진의 까짐(?)이 뒤집어져 배려와 이해로 나타났고 아진의 과격함이 뒤집어져 나약함이 드러났다, 모두 “미친 여자”라고 묶을 수 있지만 각자의 이유가 달랐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후려쳐졌던 과거를 딛고 자신을 드러내는 자유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쌓였던 문제들이 하나 둘 해결되어 갔지만, 누구도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는 없었다. 싸우면서도 화해하고 서로 응원했던 자매들의 연대와 우정을 소중히 여긴 남성의 지지가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럼에도 힘든 일들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지만 서로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싸우고 화내더라도 끝까지 함께한다면 분명 달라지는 점이 있을 거라고, ‘마음의 범죄’와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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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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