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연필심으로 눌러쓴 흔적처럼

아트인사이트가 내게 남기고 간 흔적들을 소개합니다.
글 입력 2019.06.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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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아트인사이트(ART insight)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신가요?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얻게 된 세 가지

“00아 집에 꿀 발라 놨어?”

 

아트인사이트를 시작하고부터 난 수업이 끝나면 후다닥 기숙사로 향했다. 생각보다 나의 글쓰기는 기어가는 거북이처럼 진전이 느렸기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기엔 홀라당 없어지는 나를 보며 대학 男 동기들은 집이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보통 난 “침대가 얼마나 편한데!” 혹은 “너도 기숙사 살면 그럴걸?”라고 둘러댔다.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못하냐고!’ 속으론 차라리 변명하고 싶다가도 사내 녀석들이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올라 변명하길 멈췄다. 그렇게 난 의뭉스러운 속내를 가지고 한 학기를 보냈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사교성(?)은 잃었지만, 오히려 얻은 게 많다. 예를 들면, 처음 알게 된 비엔나커피의 맛이라던가 5년 만에 절친이 된 친구 그리고 아이유 팬들의 사랑 이 정도다. 하나하나 풀어 써보니 분량이 넘쳐나 버렸다. 매번 이런 식이다. ‘오피니언 기고 글을 쓰자!’라고 맘을 먹으면 글의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진다. 그러다 불필요한 부분을 갈무리하면 정작 남은 알맹이는 너무나 빈약하다. 그렇게 한숨을 쉬다가도 다시 살을 붙이는 순환 구조가 실현된다. 막상 글을 쓰는 순간은 고통스럽다가도 글을 완성하고 짠!하고 올리면 그렇게 뿌듯한 일이 없다. 만약 그 글이 메인에라도 오르면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오피니언을 작성하면서 메인에도 오르고 가장 뜻깊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가수 아이유를 돌아보다.’라는 글이다. 이 글은 아이유를 꽤 오랫동안 좋아해 오면서 아이유의 생일도 다가오는 겸, 오피니언을 써보자 하는 심산으로 글에 착수했다. 좋아하는 것엔 글이 술술 써진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글에 담아낸 이야기는 넘쳤고 그것을 정제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본래 이야기를 빼고 다른 이야기를 넣으니 완벽히 다른 글이 되기도 하고 고치다 보면 도리어 더 이상한 글이 나오기도 했다. ‘더 이상은 수정 못 해!’ 하는 심산으로 올려버린 글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나의 글이 아이유 공식 팬클럽인 유애나에 올라오면서 달렸던 댓글들이었다. 아이유 팬으로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인상 깊게 봤다는 내용에 ‘이런 맛에 글 쓰는구나.’ 하며 베개에 얼굴을 콩콩거리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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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애나에 달린 댓글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건지기도 했는데, 바로 5년 만에 친해지게 된 나의 대학 동기이다. 이 친구는 아트인사트 에디터 10기를 거쳐 현재까지도 꾸준히 그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 동기 녀석이다. 이전의 관계였다면, 밝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딱 그 정도의 친밀도였다. 물론 친구의 추천으로 에디터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면 훈훈한 스토리로 마무리 됐겠지만, 난 친구 몰래 에디터에 지원하게 됐다.

 

취업카페를 통해 아트인사이트 16기 에디터 공모를 봤고 그 내용에 흥미를 느꼈던 나는 단숨에 지원서의 반 이상을 썼다. 그리고 지원을 위한 기고 글을 올리던 찰나에 그 친구 이름이 떠올랐다. 어딘가 모르게 친숙했던 아트인사이트라는 이름은 군인 시절 사지방에서 페이스북 스크롤을 내리며 보았던 친구의 글이 송출되던 플랫폼이었다. 가볍게 소비되는 페이스북 게시글과는 결이 다르게 조금은 길고 진중한 느낌의 친구의 글을 보며 ‘뭔가 대단한 걸 하고 있구나’ 하고 넘겼던 그곳이 바로, 아트인사이트였던 것이다. 이미 지원서는 거의 마무리 되어 갔지만, 이제껏 단절된 관계에서 같은 대외활동에 지원한다고 말하기도 꺼려져 지원서의 삭제와 복구를 반복했다. 그리고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지원했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친구에게 진실을 고백하지 못한 사이 대학교의 새 학기는 막이 오르고 그 친구와는 같은 수업을 듣게 됐다. 인사를 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했다. 가끔 그 친구에게서 아트인사이트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올 때도 괜스레 움찔하기도 했다.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말할 타이밍을 고르던 중, 첫 번째 문화 예술 향유였던 <굴레방다리의 소극>이란 연극의 바로 옆자리에서 그 친구를 마주쳤다. 순간 범죄자가 된 마냥 얼어붙었고 몰랐다는 말로 대화를 얼버무렸다. 다행히 친구는 별 감정 없이 축하의 말과 함께해서 기쁘다는 말만 쏟아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나중엔 모든 진실을 고백했고 현재 그 친구와는 아트인사이트를 계기로 정말 친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 친구는 선배님처럼 플랫폼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주기도 하고 서로 향유한 문화예술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나아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술을 기울여 주는 사이까지 발전한 상태다. 처음은 그저 밝고 개구진 친구였다고만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속이 여리고 생각이 깊은 친구란 점도 알게 됐다. 그렇게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난 새로운 친구 한 명을 얻게 됐고, 그 교량이 된 아트인사이트에게도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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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한 맥주 한 잔

 

마지막으로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얻은 것은 새로운 카페와 비엔나커피다. 평소 커피 내리먹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를 내린다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두 가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동경의 눈빛을 보내거나 눈을 게슴츠레 뜨곤 “네가?”하는 경멸의 반응이다. 커피를 내리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사실 내가 커피를 내기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바로 돈이 아까워서다.

 

커피에 돈을 아끼던 나도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찾는 것엔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험난한 카페 선별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단, 다닥다닥 책상이 붙어있는 닭장형 카페는 패스, 둠칫둠칫~ 집중력보단 흥을 끌어올리는 케이팝이 흘러나오는 카페도 패스, 너무 비싸 주머니 사정에 부담되는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도 패스. 신입 사원 채용 마냥 까다로운 기준으로 카페를 선별하던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스터디 카페를 찾아냈다.

 

길게 펼쳐진 원목 책상, 그 앞의 통유리, 환하게 비쳐오는 햇살. 이 세 박자는 그저 이 카페를 내 단골 카페로 삼아야겠다는 이유로 충분했다. 신기하게 이 창가에 앉으면 글이든 공부든 술술 집중이 잘됐다.

 

특히 카페에서 건진 하나의 수확은 바로 비엔나커피를 마셔본 것이다. 처음은 ‘비엔나? 소시지가 얹어졌나.’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그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약 3:7 비율로 하얀 크림과 시커먼 아메리카노가 공존하는 비엔나커피는 그 이름처럼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흑과 백의 조화 속에서 검은 커피가 아주 소소하게 뽀얀 크림을 이염시키는 그 단면은 계속 쳐다보게 하는 매력을 선보인다. 맛 또한 상상 이상이다. 처음은 휘핑크림의 달달함이 느껴지다가도 이후엔 커피의 알싸함이 전해진다. 마지막엔 크림과 커피를 섞어 먹으면 달달한 라떼 맛을 즐길 수 있으니, 일 타 쌍피 아니 삼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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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비엔나커피

 


비엔나커피는 본래 카페 아인슈패너(Caffè Einspänner)라는 본명을 가진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된 이 커피는 본래 옛 마부들이 커피를 마실 때 커피가 흔들려 쏟아지지 않게 생크림을 위에 덮은 것에서 그 기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조합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아직까지 그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나 또한 내 편의를 위해 찾아낸 한가한 카페에서 내 인생 커피 ‘비엔나 커피’를 만났다.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비엔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방방곡곡의 카페를 돌아다니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난 아트인사이트의 글을 쓰기 위해 찾아낸 카페도, 그곳에서 만난 커피도 ‘인생’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그리고 그것을 찾고 발견한 여정은 비엔나 커피의 유래와도 비슷한 서사를 지닌다. 우연한 곳에서 발견한 보물. 그것만큼 가치 있는 것이 있을까?


 


자신의 삶에 있어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있나요? 그리고 그 의미는요?


마지막이 선사하는 감정





노래에는 차원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 분명 나는 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만 사소한 멜로디 라인 하나로 과거의 순간으로 회귀시키게 한다. 타임머신이 개발된다면 아마 음악과 향기가 그 주된 원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싸 기질을 내포하고 있다. 좋은 관계더라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그 인연이 끊어져 있을 때가 많다. 그만큼 나는 사람을 챙기고 다루는 방법이 아직까지 서툴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에겐 새로운 인연을 맺는게 즐겁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버겁고 힘든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에게 새로운 인연들을 가득 안겨준 ‘군대’라는 강제적 공간은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곳곳의 전역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에 데이고 치이며 군대를 징글맞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난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조금의 공통점도 없는 각지의 사람들이 만나 운이 좋게 케미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그리고 제대한지도 꽤나 지나 예비군 1년차인 현재에도 난 그 인맥들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껏 실패해온 인맥에 대한 걱정도 이제는 조금 노력하면서 개선해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이레빗의 ‘내일을 묻는다.’는 참 가치있는 노래다. 제대를 앞두고 마지막 근무에 임하면서 후임들을 한명한명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다. 시간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지긋지긋하던 부대의 풍경도 마지막이라고 하니 새로운 풍경처럼 느껴졌다. 노래 가사처럼, 아득한 과거의 모든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오는 허탈감과 제대와 함께 시작될 새로운 출발에서 오는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득한 시간을 되돌아보고

모든 게 선명하지 않더라도

소중했던 추억이 기억들을 지워버린 나의

지난 날들이 또 다른 내일을 묻는다


   

사람들은 모두 ‘마지막’이라는 의미부여를 할 때야 비로소 아득한 과거를 돌아본다. 이미 지난 과거들은 당시엔 분명 버겁고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의 기억보정을 거쳐 ‘추억’이란 아름다운 단어로 남게 된다. 그리고 비록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세월의 어딘가에선 자양분이 되어 남아 있을 것이다.

 

어느덧, 에디터 활동의 마지막에 이르렀다. 그간의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너무 강렬하면서 은은했고 힘들다가도 행복했다. 바래진 기억도 존재하는 반면, 연필심으로 꾹꾹 눌러 쓴 자국처럼 흔적을 남긴 기억들도 공존한다. 그렇게 복닥복닥 처음으로 맞이했던 나의 첫 복학 생활과 에디터의 활동도 이렇게 끝을 맞이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면 그 뒤에는 또 다른 시작 기다리고 있는 법. 그렇게 난 또 다른 임무를 부여 받고 새로운 모습으로 아트인사이트와 인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럼 이상으로, 그간 수고하고 정들었던 16기 에디터와 진한 인사를 나누며,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수고했어.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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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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