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이어 페스티벌(Fyre Festival), 사상누각 위의 현대인 [영화]

글 입력 2019.06.0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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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화려한 무대와 신나는 음악,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흥분으로 한껏 달아오른 거리의 장식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 그 생각들이 달라질 것이다. 화장실, 물, 쓰레기 처리 등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과 숙박시설, 그리고 광고에서는 볼 수 없는 적나라하고 골치 아픈 돈 문제, 사람 문제 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2017년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FYRE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이다.


이 사건을 접해본 이들도 있겠지만,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단히 사건의 전말을 밝히자면 이렇다. 연예인에게 직접 연락하여 섭외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 `Fyre` 를 만든 사업가 빌리 맥팔랜드와 래퍼 자 룰은 이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바하마의 섬을 빌려 초호화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가수를 초청하여 공연하고, 세계적 명성이 있는 코첼라와 비슷한 수준의 야외 숙박시설과 크루즈에서의 파티 등을 열 것이라 광고를 했으나,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대실패로 돌아간 페스티벌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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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문제



빈틈없이 준비했던 축제가 하루아침에 엉망이 된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개발자와 기획자, 그리고 소비자들은 축제의 초반부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증언한다. 특히 빌리 맥팔랜드는 모든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낙관적인 것을 넘어 대책이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를 지적하고 빨리 대책을 세울 것을 재촉하는 담당자에게 `No라고 말하지 말라`는 대답을 했다는 증언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원래 빌렸던 섬은 홍보 과정에서 약속한 사안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계약이 파기되고, 페스티벌 직전에 새로운 섬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기존의 섬도 좁아서 표를 산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없었는데, 옮긴 섬에서도 여전히 공간이 부족해 초호화 펜션은커녕 수재민 수용 텐트도 채 세우지 못했다결국, 무료로 초대를 약속한 인플루언서들의 초청을 취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망의 축제 전날, 야외에 설치되었던 텐트는 기록적인 폭우에 속절없이 젖고 말았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지, 짐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탑승한 비행기는 웬만한 저가항공사의 비행기보다도 못했고, 초호화 기내식 대신 형편없는 샌드위치를 먹어야 했다.


애초에 빌리 맥팔랜드와 자 룰은 이런 대규모의 페스티벌을 기획해 본 경험이 없었다. 빌리가 원래 했던 사업도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였던 것이 드러난다. 유명 페스티벌 표를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사게 하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광고에 속아 멤버십 비용을 제공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사업은 점차 몸집을 불려갔고, 그는 순식간에 젊은 사업가로서 성공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빌리 맥팔랜드는 페스티벌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디선가 현금을 가져왔다는 것을 보면, 사업적으로 타고난 언변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그가 기획했던(혹은 전혀 기획하지 않았던) 광고처럼 겉만 휘황찬란하고 속은 텅 비어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문제를 수습하는 대신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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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들이 파이어 페스티벌을 홍보하기 위해
동시에 업로드한 이미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문제


그들의 홍보영상에도 아무런 메시지가 없다. 말하자면 `홍보영상을 만드는 홍보영상`인 셈인데, 이걸 보고 나서 무엇을 홍보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바이럴 마케팅에 이용할, 모델들이 해변에서 호화로운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만드는 메이킹 필름이다. 광고를 찍는 감독조차 무엇을 찍을지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으며, 찍으면서도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흔히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를 Fantasticism으로 설명하곤 한다. 바쁘고 지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환상을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성적 판단의 근거도 없이, 오로지 찬란한 바닷가와 크루즈만을 강조한 광고는 (그들이 실제로 의도했든 아니든) 이러한 경향에 완전히 부합했다고 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는 기존의 연예인들과는 무엇이 다른가? 최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한 이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원어의 뜻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나는 그들을 전통적인 일방향적 미디어인 TV나 신문에 나오는 인물이 아닌, 뉴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이라고 정의한다. 연예인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그들과 자신의 일상을 쉽게 비교하기 때문에, 소비를 자극하기에 적절하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입소문과는 달리 비교적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들이 실제로는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도 모른 채, 사람들은 SNS의 포스팅을 보고 쉽게 현혹당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다른 광고에 비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기도 쉽고, 그 기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도 쉽다. 파이어 페스티벌을 홍보하기 위해 주황색의 이미지를 포스팅한 이들은 페스티벌의 실패에 대해 또 다른 포스팅을 올리는 방식으로만 사과했을 뿐이다. 물론 그들이 페스티벌의 실패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광고하는 페스티벌에 잘 되어가고 있는지, 홍보해도 될 만한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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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나 포스터와는 거리가 먼,
실제 축제 현장과 아수라장이 된 공항



이미지의 시대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난 것인가? 소비자들은 페스티벌이 제대로 돌아갈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들은 확인할 수 없었다. 페스티벌의 광고에는 어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며, 숙소 이외에 어떤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는지, 또 페스티벌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최근 방문했던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주 돔이 지어지는 과정, 시간표가 짜이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공연과 숙박, 파티가 중심이 되는 축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두 축제의 홍보는 너무도 달랐다.


우리는 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에 살아간다. 인스타그램이라는 SNS가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출처를 알 수 없는 `Hip`한 감성을 내세우는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중심으로 게시물을 올린다.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 예쁜 옷, 수많은 친구까지. 내가 이렇게 신나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쓴다.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각종 전시, 친구들,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사실 친구들은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하고, 과외를 그만둔 지금은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는 힘들고, 전시회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남기느라 작품에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분명 남들도 그럴 텐데, SNS를 통해 보는 남들의 일상은 나보다 나아 보인다. 그리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것이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연결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복해 보이는 인플루언서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맹목적으로 소비한다. 한두 푼도 아니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가는 이 축제를 이전 세대들은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소비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2017년, 이미지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했다.




사상누각 위의 현대인



이 사건은 명백하게 두 기획자의 역량과 도덕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식하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빌리 맥팔랜드와 자 룰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사건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애초에 나쁜 마음을 먹고, 처음부터 사람들을 기만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성공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홍보할 기회를 날린 것으로 모자라 희대의 범죄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의도가 좋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어 욕망을 자극하는 이미지, 가상의 세계, 환상의 세계를 경계해야 한다. 늘 이면을 확인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적용해야 한다. 꿈의 축제는 없다. 축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노동 인력, 숙소와 음식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어마어마한 돈, 그리고 철저하게 냉정한 관객들이 있을 뿐이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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