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벽하게 불완전한 나에게 만족하기, 와비사비 [도서]

Perfectly Imperfect, 책<매일매일 와비사비>
글 입력 2019.04.1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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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넘게 최근까지도 내 삶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경쟁과 결핍이었다.


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배우는 나는, 수많은 컨펌과 크리틱을 받으며 학우들과 경쟁했다. 나는 그 많은 경쟁의 순간들 속에서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나와 경쟁을 하곤 했는데, 나의 부족함을 찾아서 끊임없이 채우려 들었다. 그것이 내가 경쟁을 대하는 방식이었고, 나는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법만이 내가 완벽해지는 방법이기에, 타인과의 경쟁 속에서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나를 채찍질하는 과정이야말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더 나아져야 하고,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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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굳어진 삶의 방식은 점점 더 나를 부족하게 느끼게 했고, 일종의 강박증으로 남아 나를 더 채우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부족한 점만 더 보여, 나를 사랑하기는 커녕 모든 삶의 부분에서 만족을 느끼기 어려웠고 나 자신을 더 싫어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나의 자존감은 온전치 못했고 삶의 순간들이 피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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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을 채우려는 강박



책 <매일매일 와비사비> 는 지금의 나를 투영한다고 느낄만큼 공감이 많이 됐던 책이다. 그렇게 느꼈다는 건,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이 사실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을 사는 많은 이들이 겪고 있을 문제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고도로 현대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점점 더 새로움을 좇고, 부족함을 채우려 한다. 그것은 비단 물건이나 삶의 순간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미 생의 순간부터 함께하며, 너무나도 익숙해버린 나 자신에게도 해당한다.


끊임없이 본인을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에 부족함을 느껴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과로와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타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을 의식하며 나날이 돈과 직업, 외모와 물건에 집착한다.


단적인 예로 소셜 미디어는 우리를 비교 중독자이자 평가광으로 만들었다. 사진 찍고, 포스팅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들에게 얼마나 인정받았는지 몇 시간씩 확인하고 매달리느라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단절되고 사라져 갔다.


우리는 완벽한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비하는가?




그래서 필요한 와비사비



책에 등장하는 용어인 와비사비와비사비라는 용어를 합친 말로, 와비단순함의 미학, 검소한 공간과 고요한 정취를 의미한다. 또 사비오래됨의 미학, 느린 시간과 받아들이는 여유를 의미한다.



와비사비[WABI-SABI]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는,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서두르기보다 유유자적 느긋한



즉, 와비사비는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며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정신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미 가진것들의 가치를 깨닫고 만족하며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와비사비의 정신은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하다. 그래야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아도 부족함을 느끼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만족할 수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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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것이 당연하다



책 <매일매일 와비사비>는 현대인들을 위해 와비사비의 의미를 현대인의 삶에 맞게 전한다.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로 큰 삶의 틀부터, 삶의 세부적 부분까지 세심히 고려하며 와비사비의 정신에 맞는 만족하는 삶을 책에 녹여내어 보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또, 와비사비는 말한다. 삶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음미해보라고. 불완전한 것이 당연한 우리는 삶을 음미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종종 잊고 산다. 음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들에 치여서 잊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잊혀진 당연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잊은 것, 현재와 과정



우리에게 오늘이라는 것은 지금의 내 옆에 있는지 없는지 인식조차 하지 않을 만큼 당연한 거라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잊고 산다. 그래서 하루하루 소중히 보내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가 어렵다.


같은 맥락으로 과정 자체도 늘 나와 함께 하는 것이기에, 중요하다고 계속 상기시키지 않으면 대충 흘려보내게 된다. 하지만 결과는 미래의 것이고 과정이야말로 지금의 것이기에 과정에 살아야 지금을 만족하며 살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내가 무수히도 많이 잊었던 빛나는 과정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던,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하느라 날밤을 새도 전혀 피곤하지않았던 그때,

그래서 동이트는 새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보였던 그때.

그때가 그리워졌다.


순간 최근 봤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저는 미래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

평생을 다 쓴 것 같은데

지금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습니다,


미래가 반복된다면

그것을 미래라고 할 수 있나요, 라고 말했다.


Light from Anywhere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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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원래 고통스러운 것



와비사비는 광고의 예시를 들며 광고 속에서 ‘완벽한 삶’은 끝도 없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예측 가능하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인간의 경험만을 판매한다며 말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힘든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나 역시 요즘의 젊은이이기 때문에, 힘들게 노력하는 것은 옛날의 사고방식이라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와비사비는 인생이 원래 고통스러운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행복만을 쫓지 않아도 되고, 때로는 힘들어야 할 수도 있으며, 괴로워하는 것에 더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와비사비가 좋았던 점은 무작정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고통스러운 것, 귀찮은 것들, 그리고 힘든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순간이야말로 삶의 본질임을 언급하며 고통이 어떻게 지나가도록 하는지 각자 고통을 대하는 방식을 이해하도록 한다.


그래서 나아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여기는 현대인들의 염세적인 관점에 맞게 고통을 자유의지에 맡긴다. 어려운 것을 알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 고통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조금의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는) 본인의 삶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귀찮음을 비롯한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며 삶에 만족하지 않을 것인가하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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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의 관점에서 본,
완벽함에 실패할 때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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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의 관점에서 본,
완벽하게 불완전함을 이해할 때의 선순환




어쨌든, 와비사비



어쨌든, 와비사비는 끊임없이 불만족을 느끼는 현대인들, 특히 나에게 정말 필요한 책 인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기적적으로 삶이 변화하지는 않는다. 확실한 것 하나는 다만 이렇게 사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여달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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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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