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름, 그 너머의 이유를 안다는 것은 -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세계에 널린 수많은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은 다름을 낳은 배경을 아는 것이다.
글 입력 2019.04.0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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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국에서 살면서 늘 했던 생각은 한국은 ‘살기 좋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었다. 한국을 떠나고 싶었고,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이런 생각들은 한국의 문화에서 비롯된 불만들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은 남 의식을 많이 하고 한번 퍼지면 급속도로 자리 잡는 획일화 문화, 개인을 경쟁으로 몰아 성취하는 것이 여전히 남아 있는 문화 등은 지금 한국을 사는 나로서는 참 견디기 힘든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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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막연하게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하는데 그럴 때는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담은 책들을 보며 나에게 맞는 문화를 가진 나라를 탐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그 나라를 오래 산 이민자의 눈에서 전문적으로 다룬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어디든 단점은 존재 한다는 거였고, 그럴 때마다 그냥 한국에 살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여전히 혼란 속에 한국에 어떻게든 정을 붙이고 살아야 할 지, 선택할 수 없는 국적과는 반대로 내가 살 나라를 선택해 떠나야 할 지는 언제나 안고 있는 고민거리로 남았다.


그런 이유에서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는 한국 사회에서 불만을 품고 갈팡질팡하는 나에게 한 가닥의 해결책을 줄 것만 같았다. 특히 책의 제목 밑에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다르면서 같은 세계 문화 이야기’ 



매체의 발달(SNS, Youtube 등)로 인해 초기 글로벌, 세계화를 외칠 때와는 달리 전 지구적으로 획일화되는 문화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예를 들어, SPA브랜드의 세계화 등으로 유행하는 패션이 비슷하다는 점,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영상 비디오 플랫폼 등으로 문화예술의 흐름이 세계적으로 비슷해진다는 점 등) 어느 나라를 가도 문화가 비슷해진다는 것은 어딜 가도 문제는 존재한다는 뜻일 테니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흐름 속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느 사회에서 포지셔닝을 해야할지, 나에게 맞는 환경은 어디일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에서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는 지금의 나에게 적절한 책이 아닐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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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세계, 나침반이 필요하다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의 저자 김세원은 한국 최초 로이터 저널리스트이며, 현재 글로벌 문화 브랜딩 연구소장 겸 아트인사이트의 고문이다. 저자는 많은 해외 경험으로 문화적 측면의 세계화를 체감하며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문화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쓰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고자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나침반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21세기의 세계화가 앞서 언급했듯 획일화되는 방향과 동시에 쌍방향, 다차원으로 이루어지는 세계화로,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기도 하지만 고유한 문화 원형이 재해석 되는 등 양면성을 가졌기에 다양한 문화간 이해와 고려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충분한 이해를 비롯한 방향성이 없다면 복합적 성격의 세계화 속에서 정말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의 향유와 공유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세계화이기 때문에 나는 책에 언급되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코드 중에 한국문화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를 중점적으로 비교하며 읽었다. 그중에서 한국에서만 유독 강하다고 생각했던 문화 코드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보편적인 문화코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꽤 놀라웠다.




한국인, 성실과 빠름의 아이콘



한국인들은 유독 부지런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불행하게 산다고 느낄 때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행복 찾기 열풍이 불어 소확행, 휘게, 라곰 등의 행복을 찾는 용어들이 자주 사용 되는데, 한국인들의 행복 지수는 OECD 38개국 중 29위로 중하위권을 차지하며 낮은 행복지수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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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인이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남과 비교해 자신의 행복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쟁과 자신의 욕구와 충동에 몰입하지 않고 타인의 관점과 잣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나 역시 누구보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절실히 공감했던 부분이다.


이런 한국의 문화는 방종과 자제 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방종은 인간의 기본적, 자연적 욕망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경향이고 자제는 그러한 욕구 충족을 엄격한 사회 규범으로 규제하고 죄의식으로 간주해 억제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리킨다.


최근 주변 선후배들의 행보와 업적들을 보며 더욱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는데, 그런 강박은 내가 더욱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도록 만들었다. 일상에서 빈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못 견디기도 했다. 결국, 막 벚꽃이 피어 몽글몽글한 분위기인 지금, 나는 벚꽃을 봐도 별 감흥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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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이런 나의 모습에 놀라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쉬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행복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에 죄의식이 느꼈기 때문에 많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놀고 쉬면 나태한 사람이고 어떤 업적을 이루어야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간주하는 사회의 문화에 새삼 경멸이 일기도 했고, 그런 사회의 문화를 성실히도 따르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혐오감이 일었다.


책은 이러한 방종과 자제 차원, 나아가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는 문화 배경 전반을 농업과 종교에서 찾았다. 고도 집약된 농업 사회에서는 언제 흉년이 들지 모르기에 미래를 대비한 계획과 절약, 그리고 치밀한 사회 계획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다. 또한, 쾌락과 욕망을 번뇌의 원인으로 간주하는 불교, 진정한 행복은 내세에서 얻을 수 있다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유라시아 전반에 걸쳐있어, 이런 사회적 문화는 단순 한국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농업과 위의 종교를 행하는 나라라면 공통으로 해당하는 문화라는 점이 새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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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경쟁, 한국만의 이야기일까?



덧붙이자면, 미국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미식축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지만 그 이면은 경쟁을 상징하는 스포츠로 대변된다. 팀의 승리를 위해 잘게 시간을 쪼개어 전술을 짜, 팀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협조하는 듯하지만 일시적인 관계로 엄격한 시간제한 속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시간을 곧 재산으로 볼 정도로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척 격렬한 경기의 특성상 미식축구 선수의 평균수명은 55세정도 이며 이러한 배경으로 팀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영광을 얻고 찬양받는다. 트로피도 개인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 팀 간의 경쟁도 격렬하고, 같은 팀 내에서도 경쟁하며 심지어 좋은 티켓 구매를 위해 팬들조차 경쟁을 한다. 따라서 미식축구만큼 경쟁을 위한 게임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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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적 배경을 알게 되면 비단 경쟁이란 것이 한국사회의 일면이라고만 볼 수 없고, 시간을 쪼개어 쓰는 사회의 문화 역시 한국사회에서만 유달리 심하다고 볼 수 없다. 한국과 비슷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니 사회의 탓을 하며 이민을 가려는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행복에 집중해야 나를 지탱하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물론, 사회의 잣대에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며, 결국은 사회의 문제를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역시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가 자유로워지지 못하면 어디를 가도 사실 사는 것은 다 비슷하므로 해결 방안을 본인 내부로 돌릴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어릴 때였으면 이런 사회의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말로 결론을 내렸겠지만, 생각보다 개인이 사회의 풍토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는 중이다. 그러니 힘겨운 싸움을 하기 전에 나라도 자유로워지는 것이 빠른 길이 아닐까.




사실만 안다는 것, 너머의 배경까지 안다는 것



이 외에도 동양권과 서양권의 서로 다른 이모티콘 이용 행태, 외부지향의 체면문화와 내부지향의 양심 문화, 세계적으로 그 중요함이 커진 외모 스펙 등의 문화코드 예시를 들며 충분히 공감할 만한 비교를 통해 알고는 있지만 왜 그런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알게 되어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비롯해 지금의 한국 문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또, 앞서 언급했듯 한국만의 부정적인 문화라 여겼던 것이 사실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흐름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또 사례를 보며, 내게 조금 더 잘 맞는 곳이 있을 뿐 영원한 안식처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또, 21세기에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 문화를 접할 가능성이 많은 지금은 다른 나라의 사람이, 혹은 자국인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의 사실 자체를 안다는 것은 자체적 해석을 동반한다. 그 해석엔 편견이 더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 뒤의 배경, 이런 문화가 자리 잡게 된 배경에 대해 안다는 것은 깊이 있는 ‘이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편견의 여지를 줄여준다.


그러므로 단순히 어떤 나라에는 이런 문화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것보다 그런 문화에 대한 배경의 이해가 필수적인 이유도 바로 편견의 여지를 없애준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편견의 폭을 줄여줄 만한 책이다. 그것도 아주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또 자국의 문화에 대해 불만이었던 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역시 배경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문화 자체를 접하고, 그 문화에 대한 배경을 알고 싶다면 충분히 읽어볼 만 하다. 특히 나같이 한국사회로도 벅찬 와중에 21세기형 세계화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중이라면 읽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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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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