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판소리, 부채, 춤의 향연. 현대판 적벽가 - 뮤지컬 "적벽"

전통 내음 물씬 풍기는 판소리 한마당
글 입력 2019.04.0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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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뮤지컬 <적벽>
정동극장


<적벽>을 공연하는 정동극장은 그 위치만으로 의미가 깊다. 정동 극장의 바로 옆에는 덕수궁이 존재하며 그를 따라 이어지는 덕수궁 돌담길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돌담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서울시립미술관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정동’이라는 동네 자체가 주는 묘한 분위기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정동교회, 미국/캐나다 공사관과 배재학당이 존재하는 정동은 구한말시절의 서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적벽>을 공연하는 정동극장은 그곳을 찾아가기까지 선사하는 동네의 분위기마저 하나의 감상으로 전달한다. 그것은 하나의 예고편처럼 알 수 없는 전통의 내음으로 다가왔다.



 

<적벽>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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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30 정동극장

 


<적벽>을 관람하기 이전에 가장 궁금했던 점은 뮤지컬 <적벽>이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삼국지인 삼국지연의에서 그려지지는 <적벽대전>과 우리나라 판소리 《적벽가》 중 어떤 것을 중점으로 다룰지에 대한 사안이었다. 결과는 판소리 뮤지컬이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판소리 《적벽가》를 완벽히 기반으로 삼았다. 이러한 점은 두 가지의 장단점을 가지게 했다.


장점은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판소리 장르를 대중적으로 각색함으로써 더욱 쉽게 한국 전통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에 반한 단점은 판소리 텍스트 자체의 어려움에 다소 이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뮤지컬 <적벽>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무대 옆 화면에 가사를 공개하여 이해를 도왔으며 다채로운 춤과 안무, 그리고 신명 나는 노래를 통해 텍스트 자체의 어려움을 화려한 시각요소로 상쇄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동시에 뮤지컬 <적벽>을 감상했던 친구는 이러한 판소리 기반의 뮤지컬에 아쉬움을 가졌다. 친구는 흔히 접하는 삼국지를 기대하고 공연을 관람했기에 보다 화려한 적벽대전을 기대했다고 한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쉽게 접했던 <적벽대전>의 묘미는 바로 남동풍을 이용한 화공 전법인데, 이런 전투장면이 친구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큼 화려하지 않았기에 아쉬워했다고 한다. 더불어 삼국지에서 주목받았던 패전한 조조의 퇴각장면과 유비의 군대에 사면초가 당하는 조조의 모습이 많이 생략되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런 아쉬움은 그토록 유명한 삼국지에 반해 판소리 《적벽가》에 대한 부족한 사전지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은 판소리 《적벽가》를 접할 기회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번 뮤지컬 <적벽>에서 패전한 조조 군사들의 애환을 다루는 장면들이 왜 그토록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삼국지에서 그려지는 영웅적인 조조가 일개 군사들에게 조롱받는 인물로 묘사되는지 의아함을 가질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새로운 시각과 의아함을 주는 그 지점 자체가 판소리 뮤지컬 <적벽>이 주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우리의 문학과 전통에 대해 그들은 대중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우리에게 전달했기에 더욱 새로웠다.



 

작지만 알찬 무대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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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끝나고 커튼콜


무대의 구성을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공연이 펼쳐지는 중앙무대, 중앙 무대의 위로 펼쳐진 2층 무대, 2층 무대로 올라갈 수 있는 사이드의 경사 무대, 마지막으로 중앙 무대 뒤로 펼쳐진 악기 연주자들의 무대가 있다.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춤과 노래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부채였다. 배우들은 연신 ‘촥’ 소리를 내며 부채를 펼치는데 어떻게 저리 큰 소리를 만드나 감탄했다. 부채의 쓰임도 매우 다양하다. 부채는 적벽대전의 하이라이트인 화공 전법의 활이 되기도 하며 장비가 쓰는 무기인 장팔사모로 변모되기도 한다. 한정된 오브제를 다방면으로 잘 활용했다.

 

더불어 <적벽>을 관통했던 신명 나는 공연음악 또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무대 음악은 중앙무대 뒤의 무대에서 라이브로 진행되어 그를 지켜볼 수 있다. 이러한 생생함은 뮤지컬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이다. 공연음악은 드럼, 전자기타, 장구, 대금, 북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 북, 대금과 서양악기인 드럼과 전자기타의 조합은 굉장히 새롭다. 대금과 전자기타가 날카로운 음으로 노래 자체의 서사를 이끈다면 장구와 드럼은 흥겨운 리듬을 자아낸다.



 

젠더프리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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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 役 : 임지수
 


무엇보다 이번 <적벽>이 관심에 관심이 쏟아지는 부분은 바로 젠더프리 영역이 아닐까 싶다. 이는 삼국지의 핵심인물인 ‘제갈공명’을 여성으로 캐스팅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제갈공명역 외에도 조조의 1만 대군 속을 들어가 유비의 아들을 구했던 조자룡 장군과 오나라의 수군 제독 주유 또한 여성으로 캐스팅되었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2017년부터 진행된 정동극장 창작ing의 대표 레퍼토리로서 3년째 진행된 판소리 뮤지컬이기에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목받은 ‘젠더프리 캐스팅’은 극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관우 역을 맡은 이재박은 “젠더프리라는 말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작품을 보는 관객분들이 그렇게 보기 때문에 저희에게도 작품을 만들어가는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새롭게 보게 되고 다른 영향을 받게 된 것도 있다.”며 소감을 밝히며 새로운 시각에 대한 감상을 밝히기도 했다.

 

*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여러 가지로 전달하는 의미가 깊다. 정동극장과 정동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부터 시작해 극 자체가 주는 판소리 전통까지, 한국의 미를 골고루 느낄 수 있다. 매번 등한시하고 지나왔던 우리의 멋을 느끼고 싶다면 판소리 뮤지컬 <적벽>을 접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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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

 

 

공연 기간: 2019년 3월 22일(금) - 5월 12일(일)

 

공연 시간: 수 - 토 8시 / 일요일 3시 (월‧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학생할인 15,000원 (초·중·고)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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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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