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스무 살은, [사람]

내 스무 살은, 사람들의 이중성과 냉정한 사회를 경험한 나이다.
글 입력 2019.03.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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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부모님은 내게 유별난 아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으며 대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대학을 2년간 가지 않았다. (20, 21살에 대학생이 아니었다)

 

인터넷이나 TV 속에선 나와 같은 길을 걸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타인의 눈에 ‘틀린’ 길을 걷는 아이라고 보일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 속에선 나와 같은 아이는 흔치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이런 길을 걷고 있단 이유만으로 타인에게 ‘왜?’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 그들은 나를 처음 본 사람이기도 했고, 스쳐 지나가는 택시 아저씨이기도 했고 때론 내게 구애를 하던 남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질문뿐만이 아닌, 훈계하기도 했고 무시를 하기도 했으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도 했다.


그렇게 난, 상처를 받았다. 세상에 그리고 사람에게. 그리고 끝인 줄 알았던 타인의 나를 향한 칼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히 그리고 더 깊숙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게 더 괴로웠던 것 같다. 끝이 없는, 끝나지 않는, 그리고 반복되는 타인의 선입견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 인생을 더 처참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나는 유학을 가 봤던 것도, 학교생활을 길게 해 본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남에게 소개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사회가 얼마나 냉혹한지 직접 경험해 봤던 것, 이것뿐이다.



 

스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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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고등학교 3학년을 졸업한 후

이제 막 성인이 된,

가장 예쁘다고 불리는 나이.

내 스무 살은, 사람들의 이중성과

냉정한 사회를 경험한 나이다.

   


20살 1월. 강남에서 제일 매출이 높다던 호프집에 직원으로 취직했다. 한 달에 160만원을 벌던 곳이었다. 12월 같은 경우는 월 매출이 1억을 넘어서 보너스도 주는 그런 곳이었다. 정말 죽을 듯이 바빴지만 내가 돈을 벌고 있단 사실이 뿌듯했고 바쁜 만큼 시간이 빨리 가서 좋았다. 아무래도 손님이 많던 곳이다 보니 서빙 직원만 13명이었다(2층으로 된 곳이어서 테이블 수가 많았다). 처음엔 멋모르고 일만 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지나니 그 속에 무언가가 보였다. 일명 ‘줄타기’였다. 서열 관계가 있었다. 어떤 매니저에게 잘 보이느냐에 따라 점장님께 혹은 사장님께 어떻게 평가가 되는지, 그리고 월급이 얼마나 오를지 결정이 되는 줄타기 말이다. 큰 사회 속에 있는 작은 사회 같았다. 그 어디에도 줄을 서지 않았던 나는 1년쯤 일을 하고 나니, 애매한 위치에 있는 직원들에게 욕을 먹고 다녔다.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겪었다.


이 일만 한 건 아니다. 내 꿈을 위해서 처음엔 흔한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일과 꿈을 병행했다. 낮엔 내 꿈을 위해 노력하고, 밤엔 생활비를 벌고. 그러나 부모님의 도움 없이 바로 독립을 하다 보니, 삶의 균형은 점점 돈 버는 쪽으로 기울었다. 책임져야 할 고양이도 있고, 월세도 내야 했고, 여러 가지로 돈이 많이 필요했다. 역시, 책은 괜히 내는 게 아니었다. 나는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면서 체력이 남아나지 않았고, 책에 나온 그들이 책을 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라고 여겼다. 평범했으면 책을 내지 않았겠지. 그 책이 팔리지 않았겠지. 특별하니까, 평범함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티고 버티면서 생계유지를 하면서도 꿈을 꿨던 사람이니까.


 


스물한 살



21살 봄, 모아둔 돈으로 몇 개월 쉬다가 삼수 생활에 들어갔다. 난 일하며 겪은 조직 문화보다 평상시(일상에서) 겪은 사람들의 모습에 더 상처받았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삼수 생활을 하기까지 4개월 정도 걸렸는데, 일했던 일 년 사이에 평상시에 사람들의 이중성을 뼈저리게 느꼈다(일할 때가 아니라). 그리고 대학을 왜 가야만 하는지를 알았다. 아니, 정확히는 왜 나에게 ‘대학’이란 타이틀이 필요한 것인 지에 대해서 알았다. 그래서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교대 역과 서울대입구역에서 각각 일 년씩 살았다. 택시를 타서 “교대 역으로 가주세요. 혹은 서울대입구역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택시 아저씨 중 열에 여덟은 내게 “서울교대 학생인가 봐? 혹은 서울대학교 학생인가 봐?”하고 물으셨다. 나는 자퇴와 대학을 가지 않은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말하기로 자신에게 다짐했었다. 그래서 “아니요. 대학생 아닙니다.”라고 하면 택시 아저씨는 여러 가지를 물으시곤, 내가 대학에 다니지 않는 그저 그런 백수라는 것을 알고 나면 훈계를 하신다. 혹은 자신의 자식 자랑을 하며 비교하신다. 극단적으론 나의 부모를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또 다른 예는 미용실에 가면 미용사가 이것저것 묻는다. 내가 20대 같아 보이니, 당연히 첫 질문은 “어느 대학교 다녀요?”이다. 그 뒤도 택시 아저씨와 했던 대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른 점이 있었다면 훈계보단 내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취조하듯 질문하거나 날 ‘과거에 놀았던 아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는 것 정도의 차이랄까.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몇십 번 그런 상황을 거의 매일 같이 겪다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아냐며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아니, 상상은 되려나? 사람이 정말이지 너무도 싫어진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생물체라는 사실이 싫어진다. 내 자아조차 싫어진다.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진다. 이곳에 미처 담지 못할 너무 아픈 말들과 무시의 눈초리를 많이 겪었지만 그런데도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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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 단 하나였다. 사회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친인척들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고 싶었다. 울타리가 필요했다. 가령, 20살에 내가 번 돈으로 해외여행을 갔었다. 어떤 친척 중 한 분이 우리 부모님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떡해요. 힘드시죠?

OO(이름)이가 많이 철이 없네요.”


그리고 대학에 다니는 내 친구는 방학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갔었다. 그것도 부모님의 돈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좋았어? 역시 밖으로 나가야 사고방식이 넓어져.

그리고 대학생 하면 배낭여행이지.

다음 방학엔 어디 갈 거야?”

 

아파도 쉴 수 있고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최소한 부모님이라도 욕먹지 않게 하려면 ‘대학’이란 울타리가 필요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그들로부터 나는 나와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대학에 가야 했다. 그리고 이런 끔찍했던 2년여간의 독립생활 동안 나는 기존에 있던 우울증에 대인기피까지 생기게 되었다. 남 탓이 아니다. 내가 나약해서도 아니다. 수많은 자책도 했었고 수없이 고민도 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과는 같다. ‘대학-취직-결혼-아이’라는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 때문에 나는 마음의 병이 더 깊어졌다. 대학에 와서 자퇴와 2년의 독립생활을 말하면 사람들이 “자퇴하고 혼자서 공부하느라 힘들었겠네. 대단하네.”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한 게 아니라, 가소롭고 씁쓸하다. 만일 작년에, 내가 대학에 있지 않았을 때 만났다면 그들은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간의 내 경험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대학에 온 첫해 1학년, 여름 방학에 급성 갑상선(갑상샘) 편도염으로 열이 40도까지 올라가 대학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울컥해서 눈물이 났었다. 사회에선 아픈 것도 죄였는데, 아파도 쉴 수 없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쉴 수 있구나' 싶었다. 감사했다. 아파도 쉴 수 있음에. 아무 걱정 없이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되는 방학이란 게 주어졌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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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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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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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하는스누피
    • 잘 읽었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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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가워요
    • 응원합니다. 자기계발서가 나오는 이유 공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걸 읽지 않아요. 그게 왜 이상적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글쓴이가 겪어왔을 과정들 정말 수고 많았어요. 사회는 생각보다 정말 이상과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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