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자들만의 세계, 해외 여성 록 보컬리스트 BEST 5 [음악]

글 입력 2019.03.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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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록 음악은 결코 '여자들만의 세계'는 아니다. 체리필터와 자우림을 즐겨 듣고, 에이브릴 라빈과 켈리 클락슨 앨범을 모으던 어린 시절까지만 해도 나는 록 음악은 여성들만이 하는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다.

록 씬이 얼마나 '남초'인지를 충분히 깨닫고 난 지금이지만 여전히 나는 여성 록 보컬이 주는 시원시원함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가사를 무엇보다도 사랑한다. 따라서 내가 사랑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해외 여성 록 음악 BEST 5을 엄선해 보았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 되시길.



#1. Dorothy - Raise Hell




Young blood, run like a river
Young blood, never get chained
Young blood, heaven need a sinner
You can't raise hell with a saint


주변에 있는 대로 추천하고 다녀도 부족한 이 밴드는 일단 보컬의 역량으로 먹고 들어가는 정통 록음악을 구사한다. <Raise Hell>은 표지부터 파격적인 1집의 타이틀곡인데,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저음의 파워풀하고 허스키한 목소리, 거침없는 그로울링, 세상 모든 존재에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듯한 애티튜드. 그토록 찾아헤매던 목소리가 바로 여기 있었다. 추천 리스트 중에서도 정말 꼭 들어보셨으면 하는 곡이다.



#2. Annie Lennox - Ghosts In My Machine




Oh womankind was born of pain
My soul keeps hurting just the same
Oh come and take this pain away
I'm sleeping with the ghosts in my machine


애니 레녹스는 1980년대에 활동했던 신스팝 듀오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멤버로 유명한 아티스트이다. 나는 그를 이 곡으로 처음 만났다. 한 손으로 대충 북을 두드리며 시원스럽게 내지르는 보컬에다, 여성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법한 가사까지. 나처럼 막힘 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발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 저격'을 당하고도 남을 곡이다. 막상 유리스믹스의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아쉬웠지만, 뭐. 애니 레녹스를 알게 되었으니 만족한다.



#3. Heart - Barracuda




You lying so low in the weeds
Bet you gonna ambush me
You'd have me down, down, down to my knees
Wouldn't you, Barracuda?


앤과 낸시 윌슨 자매로 구성되어 있는 하드록 밴드 하트는 1970~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최근 영화 <캡틴 마블>의 OST로 삽입된 전적이 있는 <Crazy On You>도 유명하지만, 역시 하드록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곡이 대표곡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 곡에 한참 치여 하트의 다른 곡들도 열심히 찾아봤던 적이 있는데 <Alone>과 같은 록발라드 곡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 조비의 <Always>같은 록발라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하트도 마음에 들 것이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4. Vixen - Edge Of A Broken Heart





I've been living on the edge of a broken heart
I don't wanna fall, I don't wanna crawl
I've been living on the edge of a broken heart
Don't you wonder why I gotta say goodbye


하트에 자극을 받아, 한창 글램 메탈이 평정했던 1980년대에 정녕 여성 밴드는 없었는가! 하는 통탄할 마음으로 열심히 검색에 들어갔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해 보신 분들이 있다면 빅슨을 추천한다. 위키백과에도 당당히 'All-female American hard rock band'로 기재되어 있는 그룹인데, 음악 역시 전형적인 팝 메탈이다. 아마 스쿨 밴드의 곡으로도 더없이 좋지 않을까 싶다. 보컬의 실력이 웬만큼 받쳐준다면 말이다.



#5. LP - Lost On You





To all the things I've lost on you
Tell me are they lost on you
Just that you could cut me loose
After everything I've lost on you


로라 퍼골리지(Laura Pergolizzi)라는 본명에서 이니셜을 따 만든 예명으로 활동하는 가수이다. 사실 처음 노래만 들었을 때는 대단한 인상을 받지 못하고 넘겼는데, 라이브 영상을 보고 홀딱 반했던 기억이 난다. 얼핏 밥 딜런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을 하고서 시니컬하게 휘파람을 부는 모습에 빠져 한동안 이 <Lost On You>가 수록된 음반을 돌려 들었다. 누구든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

나의 경험상 추천곡이 다섯 곡을 넘어가면 상대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기 어렵다. 그렇기에 특정 주제 하에서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로 리스트를 줄이는 일은 마치 광고 카피를 만드는 일만큼이나 신중한 접근을 요하게 된다. 이번에도 최대한 추리고 추려 다섯 곡을 뽑고 나니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친구들에게 추천해줄 때처럼, 이 리스트에 '치여' 독자들이 스스로 더 찾아듣기를 바랄 뿐이다.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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