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쓰기에 담긴 인생의 의미 _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도서]

글 입력 2019.02.0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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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의 다이어리를 보여주었다. 다이어리는 친구가 인상 깊게 보았던 책의 구절로 채워져 있었다. 그 구절들을 통해 친구의 고민이 무엇이며 어떤 부분에서 위로를 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문장들은 나의 내면과 생각에도 따뜻하게 자극했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_표1.jpg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그때 보았던 친구 다이어리 속 문장들 같았다. 제목에 나와 있는 ‘감옥’이라는 단어의 어감과 달리 내용은 보는 무척 따뜻했고 독자의 생각을 성장시켰다.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위화가 세계 곳곳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소설 쓰기와 관련이 없는 독자라도 인생관에 대해 고민해보고 공감을 할 수 있다.



 

몇 분의 머뭇거림




자세히 생각해보면 수많은 역사적 변화가 뜻하지 않은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지요.

나중에 위대한 계획으로 평가받는 일들이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잡념에 불과했습니다.


- 140쪽



나폴레옹이 웰링턴과 전쟁을 할 당시, 그의 수하에는 그루시라는 총사령관이 있었다. 그루시는 충섬심에 불타는 인물이었지만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던 인물이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군대를 주어 요새를 지키게 하고 부대를 이끌고 진격에 나서다 웰링턴의 매복에 걸려들고 말았다. 다른 장군들은 나폴레옹을 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그루시는 나폴레옹의 명령을 충성해야 한다는 것에 몇 분 망설였다.


결국 그들은 나폴레옹을 구하러 전선에 가지만 이미 웰링턴의 승리로 끝나있었다. 그루시의 몇 분 동안의 머뭇거림이 유럽의 역사를 바꿔놓은 것이다. 위화는 이와 비슷하게 위대한 결정들도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잡념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만약 잡념에서 끝났다면 그것들은 결정이 되기도 전에 없어졌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한 끗 차이다.

 

사소한 잡념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더 결정하도록 나아가야 한다. 당연하고 흔한 말이지만 저 말이 무척 용기로 다가왔다. 항상 고민이 많아 어딘가에 얽매어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그렇게 잡념으로만 남겼고 아쉬움이 컸다. 애매함만이 담긴 발자취만이 남겨진 것 같다.


‘아, 그래도 조금 더 해볼걸 그랬나.’


어떠한 결정이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잠깐의 머뭇거림 또한 그렇다. 잡념에서 끝날 것 같다면, 그렇다면 일단 더 나아가보지 뭐.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처음에 머뭇거렸다. 중국 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읽어도 되나? 그런데 저 구절을 읽으니 그렇게 나 자신을 검열하고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머뭇거리고 끝났다면 이 책, 특히 저 문장을 만나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지구력과 휴식, 그 사이




새 소설도 쓰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점점 느낌이 사라지고 또 다른 소설에 흥미를 갖게 되지요. 이렇게 싫증을 잘 느끼는 성격은 커다란 단점입니다.


- 119쪽



하룻밤에 네 개의 침대를 돌면서 벼룩의 배를 불려서는 안 되는 것처럼 네 편의 장편 소설에 한꺼번에 인공호흡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 121쪽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도 싫증을 잘 느끼는 것이 단점이라니. 괜히 반가웠다. 학교 과제를 할 때도 그것만 진득하게 하지 못한다. 여러 창을 띄어놓으면서 다른 것들을 많이 하니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만 간다. 새로운 것이 즐겁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싫증이 나고 보기 싫어진다.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빠져 처음에 해놓은 것들을 제쳐놓기도 한다. 저 문장들을 보니 그 쉽게 싫증나는 것을 조금 더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침대에서 벼룩에 물리면 너무 가렵다. 그렇다고 여러 침대로 옮겨 다니면 다른 벼룩에 더 물릴 뿐이다. 어차피 물릴 벼룩이라면 한 곳에서만 물리자. 여러 개의 관심사보다는 하나를 끝내자.



이와 동시에 오랫동안 한 작가에게 빠져 그의 창작 스타일을 학습하다 보니 갈수록 더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986년이 되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제게 더 이상 날개가 아니라 함정이었습니다.


- 194쪽



우리가 한 번 또 한 번 수정했는데도 그들이 여전히 만족하지 못할 때, 결국 우리는 참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며칠 쉬었다가 다시 돌아와 대면하는 것입니다.


- 281쪽



위화는 자신의 창작 스타일에 고민에 빠졌을 때 잠시 쉬면서 놓아주었을 것이다. 너무 한 곳에만 빠져있으면 거기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니 잠시 쉬는 것과 여러 관심사를 둔다는 것에 큰 차이를 모르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하나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아닌가? 어쩔 때 여러개 쓰다 놓은 아이디어가 도움이 될 때가 있기도 하다. 진득하게 무언가를 할 줄 알면서도 잠시 놓아줄 수도 있는 것이라니. 역시 절대적인 것은 없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글쓰기의 '감옥'이라는 것인가?


 


마무리하며




위화의 손끝을 뚫고 나온 문장들은 우리의 내면을 건드리고 생각을 자극한다.

독자를 조금씩 자라게 한다. 그래서 난 위화를 읽는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어김없이 위화의 책 속으로 빠져든다.


_이기주(《언어의 온도》 작가)

- 추천의 말


 

이기주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방향이 달라짐을 느꼈다. 어떻게 글과 글쓰기를 바라봐야 하는지, 독서 습관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리고 그것을 넘어 삶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사색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고나면 스스로 생각이 넓어지고 달라진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가른 책에서는 어떤 것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이 책 속 독서 습관, 태도를 바탕으로 한 다른 책과의 만남은 어떨까?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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