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글 입력 2019.02.0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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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감옥'이라니! 어찌 이렇게 내 마음을 완벽하게 표현한 책 제목일까 싶었다. 세계적인 작가에게도 글쓰기란 감옥같은 존재구나, 하물며 '작가'를 직업으로 삼아 '글쓰기'를 그것도 잘 해야하는 그에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야 나와 비교할 바가 아닐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어떠한 위안이나 동질감 같은걸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의 글쓰기 역사도 내가 살아온 인생을 두고 볼때 나름 길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참 다양한 주제로 글짓기를 해왔다. 딱히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거나 어떤 의미를 두었던 건 아니다. 의미라 치면 다른 친구들이 그림 그리기에서 많은 상을 받을 때,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던 아이가 글짓기로나마 상을 타보려 했던 욕심이었다고 본다. 성과도 꽤 괜찮았다. 학교 상뿐 아니라 큰 규모의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고, 쓰다 쓰다 중학생땐 시조를 써댔다. 도 대회의 시조 부문에서 상도 탔고, 선생님의 사랑도 독차지 했고. 결과론적으론 다 좋았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웠다는 거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1. 말을 잘 듣는 사람 2. 말을 잘 하는 사람 그리고 3. 글을 잘 쓰는 사람 이다. 아니다, 3번을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건 (그게 얼마나 짧은 문장, 짧은 글이던지) 단연코 절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왜 글을 써왔고 쓰고 있는 걸까?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의 저자 위화가 설명하듯 나를 포함한 글쓴이들은 글을 쓰면서 많은 장애물을 만났을 것이다. 당연히 앉아있는 것부터가 고역이며 어떤 단어를 골라 나의 생각을 어떻게 포장할지, 문체는 어떻게 해야할지, 이렇게 쓰는게 최선일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그런데 이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나만의 글이 탄생하면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쓴 문장이지만 너무 좋아서 반복해 읽은 적도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성취감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물을 뛰어 넘고 만난 결과물이기에 그 무엇보다도 값지며 기쁜 마음이 크다.


많은 작가들이 장애물을 만나면 피하려고 합니다. 이런 작가들이 아마 전체의 90퍼센트 이상일 겁니다. 극소수만이 이런 장애물을 기꺼이 대면하지요. 자기 자신에게 장애물을 일부러 만들어주는 작가도 있습니다. 장애물을 넘으면 종종 대단한 작품이 나오거든요. /72p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크게 두 챕터로 나뉜다. 첫번째 '읽고 쓰기'에서는 '위화의 읽고 쓰기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데,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예시로 들어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고등학생때까지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문학작품을 읽지 못했고, 소설가 이전에는 치과의사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위화가 글을 읽고 쓰며 만난 가와바타 야스나리,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까지 이 세 명의 스승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위화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읽고' 무조건 '써야한다'고 말한다. 보통의 위대한 작가보다 글쓰기를 뒤늦게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그가 말하는 것이기에 더 눈길이 갔다. 꼭 작가가 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글을 쓰기에 앞서 막막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작가들의 글을 많이 읽다보면 글을 어떻게 쓰면 될지 어느정도 느낌이 온다. 혹은 위화처럼 소설을 쓸 때, 심리 묘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대화문을 어떻게 다룰지 등을 배울 수도 있다. 책상 앞에 앉으면 머리 속이 텅 비는 위화가 자기 자신에게 계속 써내려가야 한다고 다그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건 나의 모습 그리고 글을 쓰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저는 줄곧 훌륭한 작가는 무엇보다도 먼저 훌륭한 독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읽으면 훌륭한 문학적 취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27p

학생들과 젊은이들로부터 어떻게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단 한 단어로 대답하곤 했지요. "쓰세요."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인생을 경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인생이 채워지지 않아요. 글을 쓰지 않고는 작품이 있을 수 없습니다. /62p



책을 읽기 전, 솔직하게 말해서 지루할까봐 걱정을 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중국 작가 위화가 들려주는 글쓰기와 독서, 자신의 작품 이야기 그리고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은 위화가 전 세계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글의 흐름이 어색한 부분들이 있었다. 강연으로 들을 때는 잘 모르겠지만, 글로 읽게 되면 이야기의 흐름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 순간 헷갈리게 되는 거였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술술 잘 읽히기도 한다. 문체가 강연하듯 설명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나는 문학작품을 많이 써본 적은 없지만,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하며 문체와 심리묘사 등을 신경써야 하고, 완성도를 위해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으로 볼 때 어떤 글쓰기보다도 더 까다롭고 어렵다는 걸 인정해야 할 듯 싶다. 특히 고전작품을 읽을 때면 '와,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걸 상상하고 이렇게 표현하다니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런 위대한 작가들도 이토록 훌륭한 작품을 써내기 위해 글쓰기의 '감옥'에서 장애물을 이겨냈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제야 '저는 그토록 오래 글을 쓰고서야 문학이 제 인생보다 더 긴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라는 위화의 말을 이해하게 됐다.


이 짧은 글 하나를 쓰는 동안에도 나는 수많은 장애물을 견뎌내야 했다. 글쓰기가 감옥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건 글쓰기를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이라는 걸, 이 책과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학의 가치는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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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위대한 작가는 장애물을 피하지 않는다 -

지은이 : 위화

옮긴이 : 김태성

출판사 : 푸른숲

분야 : 작가에세이/중국 문학

쪽 수 : 384쪽

정가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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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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