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키스 해링 展 : 당신이 느끼게 될 것은 재미인가 피로인가 [전시]

내가 완성해 나가야 하는 전시에 대해
글 입력 2019.01.26 00: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키스 해링과 그의 친구 케니 샤프



키스해링 展 을 보기 전 케니 샤프 展 과 이스트빌리지 뉴욕 展 을 먼저 관람한 후였다. 나의 머릿속에는 둘의 관계, 활동하던 시기, 그들의 주 활동지, 함께 영감을 나눈 아티스트들과 스승 앤디 워홀에 관한 정보가 어느정도 비축이 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같은 시대 속에서 같은 이상을 지닌 그들이 가졌을 차이점을 찾고자 하는 호기심은 자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다.



KakaoTalk_20190126_000057817.jpg


KakaoTalk_20190125_235844595.jpg


KakaoTalk_20190125_235842726.jpg



둘의 작품은 '만화'를 떠올리게 했다. 케니는 플린스톤(우리에게는 고인돌 가족으로 알려진)의 캐릭터를 그려 넣음으로써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해링은 작품 자체를 만화의 한 컷처럼 만들었다. 케니는 하나의 작품이 하나같았다면 해링은 여러 개가 모여 있어도 한 개의 작품 같았다. 그의 작품에는 아이콘화 된 형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작품들을 이어 붙여놓으면 하나의 스토리가 담긴 만화가 될 것 같았다.


두 전시간 가장 크게 느껴진 차이점은 '관람시간'이였다. 케니 샤프 展 의 경우 작품에 관한 부연설명이나 제목을 통해 그것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해링은 작품 해석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었다. 작품의 의미를 어느 하나에 한정하지 않음으로써 관객의 역할을 넓혔고, 하나의 작품을 두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느라 자연스레 관람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의도가 없는 것이 의도



평소 전시장에 방문해 작품을 보고 나름의 해석을 하는 행위가 비전공자인 나에겐 문제를 푸는 것과 같았다. “이건 이런 의미일까?”하고 생각한 후 마치 해설지처럼 쓰여져 있는 설명 글을 읽는데, 그 때 작가와 동일하게 해석을 하면 문제의 정답을 맞춘 기분이었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생각했더라도, 문제를 틀렸다기보단 새로운 시각을 얻어간다 느꼈다. 이런 나에게 해링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보는 것은 다소 피로감이 생기는 행위였다.



KakaoTalk_20190125_235844160.jpg



Q. 작가는 위 작품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였나?


A. 아무 의미 없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탐구하는 예술을 만들어가고 싶다. 내가 창조해낸 작품은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만날 때야 완성되는 것이다."


– 키스 해링



키스 해링은 특정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지 않았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품이 완성되길 바랬다. 에이즈 예방, 동성애자 인권, 인종 차별, 마약, 전쟁, 환경보호 등 큰 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읽을 수 없는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


이런 그의 의도는 전시 초반까지만 해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동행자와 함께 하나의 작품을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하지만 백여개가 넘는 전시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해석에 피로가 몰려왔다. 나름의 해석을 해보려 해도 의도를 파악하기엔 난해한 그림들이 여럿 있었으며 ‘이것은 아무 의미 없다’란 멘트는 힘을 쭉 빠지게 만들었다.


 


엘리트주의를 파괴한 대중성



해석에 피로감을 느끼던 나는 포스터&앨범 커버 존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포스터 작품들은 내용이 곧 제목일 만큼 한 눈에 그 의미를 파악하기 쉬웠다. 이는 해링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특유의 아이콘과 선으로 이루어진 복잡하지않은 그림체가 한 몫 했다고 본다.



KakaoTalk_20190125_235843763.jpg


KakaoTalk_20190126_001703712.jpg


KakaoTalk_20190125_235843196.jpg



누구나 오며 가며 접할 수 있는 하나의 포스터가(더불어 레코드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앨범들을 포함하여) 전시작품으로서 전시장의 한 벽에 걸려져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것이 바로 해링이 주장해 온 대중성이라고 생각했다. 활동 초창기 시절 지하철 벽에 그래피티로 작업함으로써 표출한 대중성으로의 추구가 포스터와 앨범아트라는 매개체를 만나 미술계의 엘리트주의를 진정으로 파괴했다고 본다.



KakaoTalk_20190125_235842355.jpg



해석의 결정권을 관람자에게 준 것을 친절하다해야 할지 불친절하다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를 즐기는 자에겐 최적의 전시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세계를 하나하나 살펴보기엔 힘겨웠지만, 대중들이 쉽게 다가오게끔 만들어진 작품들인 만큼 눈으로 보기에는 거부감 없는 전시였다.



[김수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