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들만의 예술' 부수기, 키스 해링전 [전시]

대중을 위한 아트인사이트의, 대중을 위한 키스 해링 문화 초대
글 입력 2019.01.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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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어떤 것인가.

나는 한때 예술은 오만함이라고 여겼다. 우선 예술 그 자체로서, 아무런 설명 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교양'이 없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게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예술은 오만했다. 마치, 표준어의 의미가 '교양'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란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 때처럼 말이다. 교양도 없는 사람들은 해석을 읽고 나서야 겨우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란 사실에 조금 분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예술은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를 넘어선 행위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좋을, 밥 벌어먹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란, 얼마나 비생산적인 것인가! 있으나 마나, 평생 살아가는 데 손톱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데는 아마 나 스스로 예술을 정의하지 못하고, 타인이 내리는 예술을 저 멀리서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고급스러워 보인 미술 작품, 잘 관리되어 반지르르한 전시관을 지나다니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부잣집 아줌마들, 그런 것을 마냥 예술이라고 여겼고, 나와는 거리가 정말 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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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가르쳐 준 예술

예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던 내가 예술과 관련된 학과에 오게 된 것은, 수학이 싫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의 좁은 시야, 즉 국·영·수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을 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아트인사이트의 새로운 글로 나오곤 하는 '바우하우스'라던가, 모더니즘이라던가, 모듈러 건축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배웠다. 그러고선 건축이란 예술과 수학이 결합한 것이라고 했다. 예술적이기만 한 것은 대상이 되지만, 치밀한 계산이 붙는다면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대학은 나에게 건축이 아닌 예술도 가르쳐주었다. 중세 시대의 엄격한 예술부터 르네상스의 인간미 넘치는 예술, 인간의 힘으로 어디까지의 소리를 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음악 같은 것들을.

그러나 나는 언제나 예술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고, 내가 만든 작품은 늘 교수님들께, 동기들에게 평가를 받았고, 내가 누리는 그것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도 했다.

종종 가까운 전시관, 아름다운 장소,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나만의 자연을 즐기곤 했다. 나는 그것들을 예술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아름다움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어떤 조화로 그것들을 평가해야 할지, 모든 것을 학문적으로 바라보려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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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의 예술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면서 예술과 대중문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대표님께서도 나에게 아트인사이트를 정말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놓친 문화초대가 거의 없다시피 많은 혜택을 누렸다.

누군가는 선택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 누리고 싶은 것을 누릴 여유가 있을지도 모르나, 나에겐 그런 선택권이 없었다는 게 가장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정말 극악의 스케줄로 수업 3개에 상담까지 있던 날도 나는 문화초대를 위해 40분 거리의 혜화로 발을 옮겼다. 시험 기간에도 물론 문화초대를 받았고, 정말 스케줄상으로 불가능했던 날만을 제외하고서는 초대를 받았던 것 같다.

에디터 신분이 끝나고 전문 필진이 되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수많은 문화초대를 받는다. 요즘은 글이 마감날짜에 밀리고, 생각도 밀려 겨우겨우 마감하지만, 이 활동이 즐겁다.

아트인사이트는 예술을 즐길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예술을 누릴 권리를 제공하며, 예술을 대중화시키기 힘든 단체에 예술을 공유할 장을 제공한다. 아트인사이트 덕분에 나는 예술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고, 나 자신이 예술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예술을 하루하루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예술이란 것이 사실은 별것 없이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내 생각에 확신을 하게 되었다.

<키스 해링> 전시에서 '대중을 위한 예술',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이라는 단어와 아트인사이트의 연결고리를 떠올렸다. 어쩌면 <키스 해링> 전은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장을 만드는 아트인사이트에서 주는 가장 아트인사이트다운 문화초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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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키스 해링은 예술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져, '그들만의 예술'을 부수는 첫걸음을 걸었다. 1980년대 팝 문화와 클럽 문화는 키스 해링의 예술관과 잘 부합했다. 지하철역의 드로잉에서 벗어나, 포스터, 음악 앨범의 커버 디자인 등을 통해서 대중들이 자신의 예술을 접하도록 만들었다.


“팝 숍을 열면서 나는 지하철 드로잉과 같이 내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길 원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내 생각들이 어필하길 원했고, 그래서 이 공간이 소수의 컬렉터들이 와서 작품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 심지어 어린이들도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 이러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상업예술, 순수미술과 같이 규정지어진 벽들을 허물고 싶다. 지하철 드로잉도 같은 생각의 발로였다. 진짜 내 진정한 바람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언젠가는 거리의 아이들도 예술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들이 미술관에 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느낌이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 『키스 해링, 존 그루언이 쓴 공인된 전기』, 148페이지



1988년 키스 해링이 에이즈에 걸렸음을 알았을 때, 그 일은 그에게 멈춤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두려움은 그에게 새로운 예술과 세상을 향한 보편적인 예술을 위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어린이를 위한 <파랑과 빨강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세계 곳곳에 그린 벽화, 어린이들과의 협업, 뉴욕과 도쿄의 팝 숍을 열정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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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간의 짧은 삶이었지만, 그는 팝 문화를 통해 우리의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알렸다. 19년 3월 17일까지 DDP에서 키스 해링의 초기 작품부터 타계하기 전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10년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페인팅, 드로잉, 조각, 앨범아트와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이 8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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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구성

1. 표출의 시작

어떤 외국인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던 중에 문득, 신기한 점을 발견했었다. 대충 '나는 그런 일을 하도록 만들어졌다'와 같은 어감의 말이었다. 그 말을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순전히 좋아해서라고 여기고, 그 일을 하도록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니. 자신에 대한 확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것인지. 그렇게 확신에 찬 사람이라면 얼마나 앞으로의 삶이 떳떳할지 그것이 부러웠다. 그토록 큰 자존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멋있었다.

뉴욕의 지하철 속 그래비티에서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 깨달음을 시작으로,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표출하는 '지하철 드로잉'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이런 '성공' 일화에 대해서 교훈을 뽑아낼 때 남들과는 다른 것을 시도하라고 한다.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어디서 달라야 하는지 그것에 대한 기준은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마냥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라고 하는 것에서 한계가 있다. 우리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 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찾아라'라는 말로 바꾸어서 가르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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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든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해링은 배경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와 작업하는데 몰두했다. 아동도서를 출간하거나,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디자인하고 워크숍을 개최했다. 해링의 이미지는 모든 사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과 언어를 사용하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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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술적 환각을 통한 초월

블랙 라이트 아래에서 빛나는 형광 컬러페인트를 사용해서 예술적 환각 효과를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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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메시지, 음악을 통한 발언

에이즈 예방, 동성애자의 인권,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인종 차별, 마약, 전쟁, 폭력 및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이 해링의 가장 큰 관심사였고, 그는 포스터를 통해 사회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를 촉구했다. 예술을 통해 소리와 메시지를 시각화한 몇 안 되는 예술가라고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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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링 코드, 심볼과 아이콘

그가 만든 상징들은 오늘날의 이모티콘의 시초와도 같다. 단순한 아이콘들로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그런 상징들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 죽음, 대중문화 및 정치 등의 주제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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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

해링의 도발적인 그림은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절망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해링의 유머와 풍자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해링이 에이즈 진단을 받은 뒤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가 경험하는 지옥을 조금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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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원시 에너지와의 조화

해링은 모든 작품 속에 토속 미술과 전문적인 예술 그사이의 어느 것을 담았다고 한다. 아스텍, 에스키모, 아프리카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예술 신화, 고대 기호 같은 것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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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작과 끝, 그리고 끝의 시작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적인 형상과 장면으로 묘사해 만화 형태로 드러내었다. 이 구성의 이름이 시작과 끝인 이유는 작업 초기에 제작한 작품들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복제해서 새롭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각 전시 구성이 모두 기대가 되며, 키스 해링이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그 자신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지를 어떻게 드러내었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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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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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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