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힘내라고 말하지 않기 <타샤의 계절>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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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예쁘게 모셔두고 싶으면서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들려주는 듯한 화법으로 진행한다. 길면 세 문장인 텍스트와 앙증맞은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
<타샤의 계절>은 나를 두둔해줬다. 장과 장에서 상서로운 그림체가 맞이해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읽은 책은, 여느 책처럼 내 삶에 당위를 부여해주지 않았다. 사는 데 당위가 필요 없다고 말해줬다는 게 정확하다.
그들의 1년을 지켜보면서, 아니 들려주는 얘기를 귀담아들으면서 저벅저벅 걸어왔던 겨울 길에서, 발가락 사이로 훈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조곤조곤 얘기하는 게 뭐라고,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줬다. 내 1년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1년이 시작하는 기로에서 말해준다. 치열하게 살아도 되지만,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돼 네 마음이 가는 만큼만!
어느샌가 사람들은 워라벨과 힐링을 노래하게 됐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힘들어도 좀 더 힘내라던 노래 가사나 자기 계발서가 달라졌다. 이제는 누구도 섣불리 힘내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이미 힘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은 오히려 기운 빠지게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느새,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조언하게 됐다.
그만큼 사람들이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제서야 삶의 질이 향상된 걸까? 아니야,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파져서 억지로라도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버티고 버텨서 안되니까, 자기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다. 바다의 자정작용처럼.
이제 섣불리 남에게 무책임할 수도 있는 조언이나 힘내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된 건, 이제 그 사람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됐다는 거다. 자신의 고됨을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기실 힘내라는 말은 어쩌면 무책임할 수 있는 말이나, 고르고 골라서 하는 말이나 그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에 말해주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골라도 듣는 입장에선 힘들거나 전혀 위로가 안 될 순 없어도 그렇다고 위로를 안 할 순 없잖아. 당장 힘들어 보이는데.
그거 사실 오만 아닐까?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위로하는 건, 우리가 그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이미지, 다른 사람을 위하고 생각한다는 자애롭고 따뜻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서 일 수도 있어. 사실은 위로하면서 저열한 우월감을 느낄지는 어떻게 알까. 위로해야 할 것만 같은 사람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위태로운 사람이다.
섣불리 위로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왜냐하면 아직 위로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타샤의 계절은 그 준비를 도와주는 것만 같다.
[오세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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