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먹방 전성시대, 당신도 합류하고 있나요? [문화전반]

글 입력 2018.12.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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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먹는 방송)’을 보기 시작한지 어언간 3년이 지났다. 이제 먹방은 내 유튜브 구독 채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먹방을 즐겨본지 오랜 시간이 지나다보니 유명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안다고 자신하며, 먹방에서도 어떤 소재가, 어떤 음식이, 어떤 썸네일이 유행하는지도 바로바로 캐치하고 있다. 물론 자랑은 아니다. 종종 현타(현자타임)가 오기도 해서 먹방을 끊어보려고 시도도 꽤 했었다. 그러나 이미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 때리며 볼 수 있는 ‘먹방’의 즐거움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그 시간은 이미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쯤 되니 ‘먹방’을 한 번 다뤄보고 싶었다.




식지 않는 먹방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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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나도Nado'



‘먹방’이 어느 정도의 인기는 보장하는 방송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지는 오래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등 인기 있는 플랫폼에서 먹방은 하나의 대표적인 카테고리이며 국내 방송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한 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앞다투어 먹방을 내놓고 있으니, ‘먹방’의 포맷은 정체되어있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며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고 있다. 먼저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인 ‘유튜브’를 보면 먹방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을 한 번에 섭취하는 ‘과식, 폭식 먹방’,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음식을 먹는 ‘소통 먹방’, 선명하고 높은 화질과 생생한 음질로 시각과 청각의 자극을 극대화하여 식욕을 자극하는 데 가장 초점을 둔 ‘리얼사운드 먹방’, 음식점이나 새로운 신상 음식을 리뷰하는 ‘리뷰 먹방’, ASMR 장치를 이용하여 심리적 편안함을 주는 ‘ASMR 먹방’등 다양한 양상으로 분포되어 있다. 먹는 음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먹방크리에이터들은 여태껏 알지 못했던 음식들을 앞다투어 먹기 시작하고 그 음식들이 인기를 끌면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따라 먹기 바쁘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당면’ ‘라스굴라’ ‘송주불냉면’등은 실제 대중들에게도 불티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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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랜선라이프'



인기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활동을 국한시키지 않고 지상파 방송, CF까지 활동 역역을 넓히고 자신의 이름을 건 ‘음식점’, ‘음식 제품’을 만드는 등 사업으로 확장시키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 모든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먹방 크리에이터가 ‘밴쯔’다. ‘밴쯔’같은 경우 날렵한 체형으로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먹방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인기가 많아지자 자신의 이름을 건 음식점 ‘밥 장인 돼지찌개 밴쯔점’을 개점했고 ‘잇 포유’라는 다이어트 보조제 사업까지 나아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JTBC 방송 ‘랜선 라이프’에도 출연하고 ‘오레오 오즈’광고 등 CF까지 찍은 상태이다. 먹방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밴쯔는 최근 유튜브 구독자 300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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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



국내 방송에서도 먹방은 대부분의 방송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집 밥 백 선생>, <수요미식회>, <맛있는 녀석들>, <전지적 참견 시점>등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 프로그램이며 음식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예능, 다큐멘터리, 드라마, 리얼 버라이어티 등 거의 모든 포맷에서 요리와 음식이 등장하고 있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하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연예인 ‘화사’가 곱창을 먹는 장면이 나오자 그 후 전국적으로 곱창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이처럼 먹방 열풍은 식기는커녕 오히려 과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채널을 켜기만 하면 먹는 장면을 봐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왜 사람들은 이토록 ‘먹는 방송’에 빠져든 걸까?




심리적 허기를 채워주는 ‘먹방’



음식은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음식’과 ‘먹기’는 일차원적으로 우리의 생물학적 욕구를 해소시켜 줄 뿐만 아니라 지위, 문화, 젠더, 종교 등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먹방의 열풍 또한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살펴볼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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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여정을 떠난 여정'



먼저, 먹방은 이른바 ‘혼밥족’한테 심리적 허기를 충족시켜주는 유대감을 형성해준다. ‘혼밥족’은 현대사회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하자 생겨난 신조어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쓰이기 시작한 이 용어는 이제는 낯선 용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혼밥, 혼술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아예 혼밥, 혼술을 컨셉으로 한 음식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부터 사람들은 음식을 같이 먹으며 친밀감을 쌓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가족과, 친구와 같이 음식을 먹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혼자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외로움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먹방’은 이런 혼밥족에게 ‘같이 먹는 것 같은’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유튜브의 ‘실시간 스트리밍’은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채널 크리에이터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해주어 혼자 밥을 먹어도 심심함과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다. 먹는 음식이 다른 건 상관이 없다. 애초에 감정적 유대감은 같은 음식이 아니라 같이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먹방이 ‘대리만족’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다. 남이 먹는 것을 봄으로써 마치 내가 음식을 먹는 것처럼 허기가 일시적으로나마 없어질 수 있다. 특히 ‘다이어트’ 때문에 음식을 절제하고 식욕이 억압된 사람들 경우, ‘폭식’에 대한 욕구를 ‘대식 먹방’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대식 먹방’같은 경우 일반인이라면 절대로 다 못 먹을 음식의 양을 쌓아놓고 한 번에 다 먹는다. 끊임없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보면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지 못해도 그 음식에 대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멋모르고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매우 적은 양의 음식을 먹고 무리한 운동을 병행했다. 음식에 대한 욕구가 쌓이고 쌓여, 폭식과 절제의 사이를 위태롭게 지키고 있을 때 먹방은 그런 욕구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창구가 되었다. 남이 대신 먹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되고 그것이 지친 마음과 몸을 위로해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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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ASMR Suna 꿀꿀선아'



마지막으로는 오락과 정보추구를 위해 먹방을 시청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에 몰두하면 그 시간동안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치열하고 끝없는 경쟁과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현실은 고되고 힘겹게 다가온다. 그런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힐링시간’으로 다가올 수 있다. 먹방 역시 그렇다. 먹방을 봄으로써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다. 게다가 ‘리얼사운드’나 ‘ASMR 먹방’과 같이 시각과 청각과 같은 감각을 자극하는 먹방은 더욱 그렇다. 또한, 게임은 양방향 콘텐츠라 지속적으로 머리를 쓰고 상호작용을 해야 하지만 그저 먹는 행위만 반복하는 먹방(특히 노토킹먹방)은 어떠한 생각도 요구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면서, 자극되는 감각으로부터 쾌락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편, 정보를 얻기 위해서 먹방을 시청할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음식 앞에서 ‘오늘 뭐 먹지?’고민하곤 한다. 먹을 것을 고르는 것은 나름 고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쉽게 ‘결정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 맛집을 소개,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나 맛깔스럽게 세팅된 음식을 먹는 먹방을 보고 더 쉽게 그날의 메뉴를 고를 수 있다. 또한, 먹방콘텐츠에는 나날이 새로운 조합과 생소한 음식이 등장하기에 새로운 음식이나 새로운 조합을 찾기 위해 먹방을 보기도 한다.




수동적으로 소비되는 먹방의 위험성



물론 먹방이 순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심한 밤 약간의 허기짐으로 본 먹방으로 오히려 식욕이 살아나 심한 허기를 느낄 수 있고 먹방에 등장한 음식에 대해 지금 당장 그 음식을 안 먹으면 안 될 거 같은 강한 집착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야식을 시켜 먹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주로 먹방에서 인기를 끄는 음식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기에 먹방에 건강한 음식은 등장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런 자극적인 음식들이 대부분의 식욕을 자극하는 것은 시청자로부터 건강한 음식보다는 자극적인 음식을 먹도록 유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즉, 평소 음식에 대한 절제가 딱히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먹방이 과식과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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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대학일기'


또한 먹방시청시간이 길어지고 동시에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시간에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미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쾌락을 알아버렸기에 생각을 하는 것 자체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사례로 들면, 나는 예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거나 글에 쓸 소재를 생각해내곤 했었다.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조차 하나의 ‘과제’로 여겨진다. 이미 나의 휴식시간은 오로지 아무생각도 안 해도 되는 유튜브 시청시간으로 장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유튜브를 보다가 자야 할 시간을 놓치거나, 몸과 정신이 너무 루즈해져 자면 안 되는 시간에 잠에 빠져들곤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했다. 이는 스스로 꽤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먹방을 끊고, 더 나아가 유튜브를 끊는 것은 힘들다. 이미 일상의 일부분으로, 그것도 가장 안정감을 주는 시간으로 자리 잡아버렸다.
   

 ‘나는 왜 먹방에 빠졌는가?’ 처음에는 다이어트로 인한, 고된 현실로 인한 심리적 허기를 채울 수 있어서 빠져들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집착하지 않는 현재에도 ‘나는 왜 아직도 먹방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휴식시간에 ‘먹방’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별다른 이유 없이 맹목적으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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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전지적참견시점'



먹방이 심리적 허기를 채워주는 위로와 위안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듯, 먹방이라고 그 사실을 비껴나가지 않는다. 어찌됐든 ‘대리만족’은 ‘대리’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즉 활동이 타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그 일을 타인에게만 위임하는 것은 우리를 수동적인 존재로 머무는 데 그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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