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걸 가장 잘하는 뮤지션, 빌리 아일리시(Bille Eilish) [음악]

글 입력 2018.12.1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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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물을 쏟아내는 파란 머리의 여성. 어느날 이 강렬한 여성의 모습이 썸네일로 등록된 영상이 유튜브 추천동영상에 떴다. 자칫 기괴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공포영화 소개영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조회수는 천만명이 넘어갔으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현재 조회수는 8500만 이상이다.) 영상을 클릭했더니 영상은 공포영화가 아니라 뮤직비디오였다. 기대했던 비명소리가 아닌, 우울하고 몽환적인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그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퇴폐적인 음색을 가진 여성의 노래가 귀를 사로잡았다. 영상은 뮤직비디오였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검은 물을 마시고 검은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뮤직비디오였다.


검은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마치 모든 우울과 고통을 쏟아내는 것 같아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였다. 뭐랄까, 지켜보기 조금 힘겨웠다. 그럼에도 영상이 끝나자마자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신기하게도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반복재생을 했다. 힘겨웠음에도 노래와 영상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검은 눈물을 흘리는 이 여성은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빌리 아일리시'(Bille Eilish)에 빠져든 건 그때부터였다.




▲<when the party's over>, Bille Eilish 뮤직비디오




팝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빌리 아일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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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Bille Eilish). 2001년생이며 우리나라 나이로 18살이다. 에멜라드 눈동자와 독특한 머리색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 십대 소녀는 2015년 10월, 자신의 친오빠와 작업한 노래 'Ocean Eyes'로 등장했다. 그녀는 당시 데뷔도 안한 무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부른 'Ocean Eyes'는 900만뷰를 찍었다. 이를 기점으로 2016년에 데뷔를 했고 놀라운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가수 'khaild'와 공동작업한 미국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ost인 'lovely'는 유튜브 조회수 1억회를 돌파할 정도며, 'BBC Sound of 2018'에 선정되었을 정도다. 현재는 세계투어를 다니며, 올해 여름 우리나라에도 아시아 독점 단독 내한공연을 하기 위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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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비디오 <you should see me in a crown>의 한 장면
CG가 아닌 실제 거미를 입에 넣었다고 한다.


새로운 팝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받는 빌리아일리시. 그렇다면 그녀가 이토록 매력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음악은 일렉, 댄스팝, r&b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어디에도 구속되어 있지 않아보였다. 그녀만의 독특한 색채와 퍼포먼스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뮤직비디오도 그녀를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해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 그녀의 나이가 놀라울정도로 그녀의 섬세하고 깊은 내면과 감성,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음악은 사랑, 이별과 같은 주제를 넘어서 끊임없이 자기자신과 대화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었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곡을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자기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 'idontwannabeyouanymore'




Don't be that way
그러지 마
Fall apart twice a day
하루 두 번 무너지는 거 말이야
I just wish you could feel what you say
네가 내 말을 이해해주길 바라
Show, never tell
보여줘, 말만 하지 말고
But I know you too well
하지만 난 너를 잘 알아
Kind of mood that you wish you could sell
네가 버리고 싶어하는 그 감정들을 말이야

If teardrops could be bottled
만약 눈물을 모은다면
There'd be swimming pools filled by models
모델들로 가득 찬 수영장이 나올거야
Told a tight dress is what makes you a whore
그들이 말하길, 널 창녀로 보이게 하는건 꽉 끼는 드레스라고
If "I love you" was a promise
만약 사랑한다는 말이 약속이였다면
Would you break it, if you're honest
넌 그약속을 깨버리겠지, 솔직하게 군다면 말이야
Tell the mirror what you know she's heard before
그녀가 들은것에 대해 네가 아는걸 거울에게 말해줘
I don't wanna be you anymore
난 더이상 네가 되고싶지 않아

Hands, hands getting cold
손은 점점 차가워지고
Losing feeling's getting old
상실감도 점점 오래되고 있어
Was I made from a broken mold?
난 태어날때부터 망가져있던걸까 
Hurt, I can't shake
아파, 떨쳐낼 수 없어
We've made every mistake
우리가 저지른 많은 실수에 대해서
Only you know the way that I break
너만이 날 부수는 방식을 알지

- idontwannabeyouanymore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그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아닌가 싶다.

i dont wanna be you anymore. 난 더 이상 네가 되고 싶지 않아.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완벽해 보이는 타인을 부러워하고 쫓아가려고 발버둥친다. 그리고 결국 따라가지 못함에, 완벽하지 못함에서 상실감과 회의감이 비롯된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혐오. 이럴 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안다. 너무도 싫은 나 자신을 회피한 채,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것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결국 과거에 많은 실수를 저지른 나를 도울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 나만이 날 무너지게 하는 방법을 알고, 나만이 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기에. 더 이상 싫은 내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변화하기 위해서는, 거울 앞에 서서 이토록 싫은 나와 마주봐야 한다. '나'는 총체적인 '나'니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만들어가는.

난해해 보이지만 가장 솔직한 내면을 담고 있는 내용을 그녀의 노래가 담고 있었다. 이에 더하여 이를 표현해내는 그녀의 목소리, 표정, 눈빛, 몸짓, 뮤직비디오의 연출. 모든 것이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전달 될정도로 뛰어나 보였다. 자아에 대한 고뇌와 성찰이 이토록 섬세하게 다가올 수 있다니. 노래를 곱씹으며, 마치 깊숙이 숨겨져있던 내면과 마주하게 된 기분이었다.


▲빌리아일리시가 말하는 'idontwannabeyouanymore' 인터뷰 영상  




싸이코패스의 심정을 담은 노래, 'Bellyache'





My friends aren't far
내 친구들도 멀리 있지 않아
In the back of my car
내 차 뒷좌석에 있어
Lay their bodies
걔들 몸은 눕혀져있고. 


Where's my mind?
내 정신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Maybe it's in the gutter
아마 배수로에 있나보다! 내 정신!
Where I left my lover
내가 애인 버렸던 곳 말이야.
What an expensive fate
참 가혹한 운명이야
My V is for Vendetta
내 v는 복수의 v 야


- Bellyache 가사 일부



높은 채도로 쨍쨍한 색감, 밝고 통통 튀는 멜로디. 영상만 보면 걱정과 설렘을 가지고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길을 떠난 소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노래는 빌리 아일리시가 자신이 생각하는 싸이코패스의 모습을 그린 노래다. 빌리아일리시가 이 노래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을 보면, 이 노래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알고 있고, 그것이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그 순간 하고싶어서 하는 충동적인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었다.



자신을 드러내도 괜찮아, 'Come out and play'


이를 토대로 보면, 빌리 아일리시가 그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런 자신을 혐오하는 성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빌리 아일리시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가지는 매력은 그런 자신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그녀는 언제든지 자신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자기자신이 싫어도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너를 잘 아는 사람일지라도 네가 너를 아는 것만큼 너를 알지는 못해. 자신을 부인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고 싶어.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을 뿐이야. 내일은 내일의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 Billie Eilish 인터뷰 中




실제로 빌리아일리시가 가장 최근(2018. 11. 20)에 발표한 곡 'come out and play'은 위로와 용기를 주는 내용이다. 내 안의 모든 걸 감추지말고 드러내라고. 그 결과는 두려움을 이겨낸만큼 가치있을 거라고 말이다. 이처럼 빌리아일리시의 노래는 그녀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담고있으며 그와동시에 우리에게도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기회를, 자신에게 솔직해지라는 메세지를 그만의 섬세한 표현방식으로 던진다.

검은 눈물을 쏟아내는 파란머리의 아티스트, 빌리 아일리시. 눈에 띄는 그 모습만큼이나 그녀의 노래는 그녀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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