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이름이 나의 스타일이다_노만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노만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리뷰
글 입력 2018.11.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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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주변의 질타와 야유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스타일과 체제에 편승하라는 회유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고집 있게 나의 길을 걸어가면, 결국 그것이 내 이름의 스타일이 된다. 지난 주에 노만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전시에 다녀왔다. 노만 파킨슨은 ‘노만 파킨슨 스타일’을 구축한 성공적인 포토그래퍼였다.

 



노만 파킨슨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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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더해지자 노만 파킨슨의 스타일이 확 살아났다. 흑백 사진이라고 그 역동감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컬러 사진에서 생동감이 확연히 느껴졌다.


전시는 그의 초기작부터 후기 작까지 연대 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의 초기작에서는 조금씩 역동적인 사진을 만들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후기 사진에서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의 표정,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모델의 포즈 등 확고한 노만 파킨슨만의 사진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중심대상에 몰두하다시피 초점을 맞춘 직설적인 생동감이 특징이었다. 재치 있으면서 활기 넘치는 분위기는 동시대 다른 작가의 사진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특징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 속 여성 모델들은 하나같이 반항적인 뉘앙스를 뿜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우연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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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아무래도 모델이다. 사진의 주인공이며 주요 피사체이자 중심대상이기 때문이다. 한 프레임 안에 담긴 소품, 조명, 그림자 등 모든 요소가 모델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구성하지만, 결국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모델이다. 모델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포즈를 취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사진은 180도로 바뀐다. 그래서 사진작가는 원하는 사진을 건져내기 위해 모델을 잘 다뤄야 한다.

 

노만 파킨슨의 사진 속 모델은 포즈나 표정이 자연스럽다. 모델이 자유롭게 쉬고 있는 순간을 몰래 촬영해서일 수도 있고, 모델을 엄청나게 쪼아서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노만 파킨슨은 모델을 성공적으로 다룬 것 같다. 사진은 모델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노만 파킨슨이 촬영한 비틀즈에서는 위엄과 재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고, 오드리 햅번에서는 봄 같은 화사함과 불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인물 사진은 애초 구상했던 사진과 정확히 같은 사진을 건지기 어렵다. 풍경은 그 자체로 가만히 존재하지만(애초에 내가 이렇게 움직이라고 해도 그렇게 움직여주지 않으니), 인물은 살아있기 때문에 끝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모델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해도 바람이 머리카락을 자꾸 다른 각도로 흩트려놓고, 눈은 자꾸 깜박거리고, 들고 있는 다리는 미세하게 내려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물 사진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걸작을 건질 확률이 높기도 하다. 살아있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내 이름이 나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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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DSLR에 버금가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즘, 사진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20대는 드물지 않을까.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것 저것 사진을 찍기 시작해서, ‘제대로 된’ 작품을 찍으려면 ‘제대로 된’ 카메라를 사야 한다며 비싼 DSLR을 구매하고 방치해두는 20대가 내 주위에만 다섯 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은 2030의 이러한 ‘사진욕’에 불을 질렀다. 잘 세팅된, 감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 한 장에 하트는 순식간에 1,000개가 넘어간다.

 

특히 20대는 여행 인플루언서에 열광한다. ‘그’ 사람이 다녀온 ‘그’ 공간에서 ‘그’ 구도의 ‘그’ 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여행지를 검색하면 비슷한 구도의 비슷한 인증샷들이 넘쳐난다. 특히 카메라 앞에만 서면 굳어버리는 사람들에게 여행 인플루언서들의 인증샷은 정말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면 왠지 인싸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런 사진에서는 왠지 개성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멋있고, 재치있고, 아름다운 사진인데 잡지 여행 광고 페이지 한 켠에 등장할 것 같은 철저히 연출된 사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여행을 다녀왔을 때를 돌이켜보면 사진을 확인한 직후 ‘망했다’고 생각한 개성 넘치는 사진(=거의 엽사)이 친구들로부터 가장 반응이 좋았고, 사진을 확인한 직후 ‘오 여미에 올라갈 것 같은 사진이야’라고 생각한 사진은 기타 팔로워들(모르는 사람들+광고 계정 등등)로부터 반응이 좋았다. 지금은 어떤 사진이든 소중한 추억이 됐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때 감정이 더 살아난다. 생각지도 못한 작품을 건진 느낌이다.

 

*


어떤 사진을 찍든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바에 집중한다면, 사진에 자연스럽게 내가 묻어나올 것이다. 무엇을 하든 내가 이루고 싶은 바에 집중한다면, 자연스럽게 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배울 땐 모방이 지름길이라지만, 지름길만 통해서는 나만의 길을 찾기 어렵다. 지름길을 뛰어왔다면 이제 나의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날 때다.



[김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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